윤석열 대통령은 영빈관 신설이 드러나자, 급작스럽게 전면 철회 지시를 남기고 해외 순방을 훌쩍(?) 떠났다. 그러나 영빈관 신축에 대한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민께 심려 끼치는 일 없도록 하겠다며 영빈관을 신축하려던 계획을 결국 철회했다. "국익을 높이고 국격에 걸맞게 내외빈을 영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라며 대통령실이 영빈관 신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으나, 거센 비판에 직면하자 결국 '전면 철회' 메시지를 발표한 것.
대통령은 한 걸음 물러섰지만, 영빈관 신설 문제를 두고 여당과 야당은 서로 공세를 퍼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8일 약 878억 예산이 소요되는 영빈관 신축을 추진한 배경에 김건희 여사의 지시가 있는 것 아니냐고 공격했고,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집단적 망상에 빠졌다"고 반발한 바 있다.
이에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영빈관 신축 졸속 추진에 대해 "먼저 국민들을 설득해야 했다"며 "그러나 국무회의를 거쳐 예산부터 편성해놓고 국민에게 당당히 설명하지도 못했다"고 정부의 태도를 지적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동네 주민센터도 수백억"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의 핵심 관계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8일 페이스북에 "국가 영빈관에 대한 논의는 지속돼야 한다"고 글을 올리며 대통령 엄호에 나섰다.
영빈관 혈세 낭비 지적에 대해 권 원내대표는 "지금처럼 호텔을 빌리거나 전쟁기념관과 중앙박물관을 오가는 것도 예산이 들기는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구청 건물도 수천억 원을 호가하는 곳이 많다"며 "동네 주민센터도 수백억이 되는 곳이 있다"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영빈관 신축에 "최소 2,3년은 걸릴 것"이라며, "영빈관은 윤 대통령보다 후임 대통령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라고 두둔했다. 그는 민주당을 향해 "만년 야당만 할 것이 아니라면 미래 지향적으로 이 문제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영빈관 신축 문제에 대한 민주당의 비판에 대해 "오직 정쟁의 소재로만 이용하고 있다”며 "공당이 돼서 '빠'와 '까'밖에 못 해서야 되겠냐"고 날을 세웠다.
탁현민 "아마추어리즘이 더 큰 원인"
탁현민 청와대 전 의전비서관의 생각은 다르다. 탁 전 의전비서관은 18일 페이스북 윤석열 정부의 각종 국가행사, 대통령 행사들이 누추해진 이유에 대해 "'공간'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꼬집었다. 탁 전 의전비서관은 "아무런 대안 없이 청와대를 폐쇄하고 이에 따른 대책의 수립도 설득의 기술도 없는 그들의 아마추어리즘이 더 큰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탁 전 비서관은 "이미 존재하는 부지와 청와대의 현대사를 폐기하고, 편의를 위해 용산 어디에 그저 새 '행사장'을 짓겠다면, 누가 그것을 반길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하면서 했던 말들, '아무 문제가 없고', '모든 기능은 대안이 있으며',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던 말들은 이제 와서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라고 질타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지난 3월 대통령실 이전 비용이 1조원, 5000억원이라는 이야기가 나돌자, 이전 비용을 496억원(예비비)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이미 대통령실 이전을 위해 다른 정부 부처 예산 306억 9,500만원을 추가로 끌어 써 예산 초과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양아라 기자 ara.yang@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