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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행진' 출연 당시 감전 사고 당해.." 38년 만에 합친 '송골매'의 공연장에서 배철수가 위험천만했던 일을 회상했다

'송골매'는 배철수와 구창모 2인 록밴드다

 

'송골매 열망' 콘서트. 출처: 드림메이커스엔터테인먼트

공연을 앞두고, 70대 멤버들이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딥 퍼플의 ‘스모크 온 더 워터’가 들렸다. 이 음악이 끝나면서 공연은 시작됐다.

시작은 송골매의 비상이었다. 무대 앞 영상에 송골매가 긴 날개를 펴며 하늘을 나는 모습이 비쳤다. 추석 다음 날인 11일 저녁 7시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록밴드 송골매의 전국 투어 콘서트 ‘열망’은 이렇게 막을 올렸다.

커다란 날개 모양 무대 양쪽에서 검은 가죽재킷 차림의 배철수와 흰 재킷 차림의 구창모가 각각 등장했다. 윗옷은 달라도 아래로는 두 사람 모두 젊음의 상징인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송골매는 ‘어쩌다 마주친 그대’와 ‘모여라’를 부르며 무대를 달아오르게 했다.

 

38년 만에 다시 뭉친 록 밴드 '송골매'

배철수와 구창모가 '송골매'로 팬들과 만난다. 출처: YTN 유튜브

이번 콘서트는 송골매의 두 축인 배철수와 구창모가 38년 만에 함께 서는 무대다. 송골매는 1979년 항공대 캠퍼스밴드 활주로 출신 배철수를 중심으로 결성했다. 1982년 홍익대 캠퍼스밴드 블랙테트라 출신 구창모를 영입하며 밴드의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1984년 정규 4집 발매 직후 구창모가 팀을 탈퇴했다. 그 뒤 두 사람은 처음으로 이날 무대에 함께 섰다.

70대를 앞둔 배철수와 구창모는 45년 전 첫 만남 당시를 떠올렸다. 두 사람은 1978년 ‘티비시(TBC) 제1회 해변가요제’에 참가하면서 만났다. 배철수는 “해변가요제 2차 예심 때 남자인가 여자인가 구별이 안 될 정도의 미성으로 노래를 너무 잘하는 가수가 있었다. ‘구름과 나’를 부르던 구창모였다. 그때부터 반했다”고 기억했다. 구창모는 “해변가요제 예심 때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라는 노래가 나왔는데 전주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배철수가 드럼을 치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정말 멋있었다. 나도 반했다”고 떠올렸다.

두 사람의 얼굴은 세월을 이기진 못했지만, 노래와 열정만은 그들이 활발히 활동했던 1980년대 그대로였다. 구창모는 특유의 미성으로 고음을 내질렀고, 배철수는 정통 록 음악에 한국적인 가사와 리듬을 가미한 노래를 불렀다. 이들은 ‘어쩌다 마주친 그대’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세상만사’ ‘처음부터 사랑했네’ ‘빗물’ 등 히트곡을 줄줄이 쏟아냈다. 또 배철수의 ‘사랑 그 아름답고 소중한 얘기들’과 구창모의 ‘희나리’ 등 솔로 히트곡도 들려줬다.

 

배철수와 관객의 '그때 그 시절'

송골매, 다시 날다. 출처: YTN 유튜브

배철수는 “거의 40여년 만에 송골매로 구창모와 함께 무대에 섰다. 꿈인지 생시인지 얼떨떨하다. 헤어스타일도 바꾸고 기타를 메고 있으니까 20대 때로 확 돌아간 것 같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구창모는 “몇년 전 배철수가 해외 록 페스티벌에 초대해서 같이 구경하러 간 적이 있다. 그렇게 큰 공연은 처음 봤다. 너무 감격에 차서 울었다. 지금도 무대로 나오는데 코끝이 찡하고 목이 메었다”고 했다.

배철수는 “대한민국 록 콘서트 관객 평균 연령이 오늘 제일 높을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구창모 역시 “평균 연령이 45세, 아니면 35세 정도 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날 콘서트에 온 관객은 9500명이었다. 관객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40대 이상 중노년이 대부분이었다. 부부, 부모와 자식, 친구와 함께 찾아온 이들이 많았다. 중노년의 그들은 딸·아들이 그러는 것처럼 야광 응원봉을 흔들며 콘서트를 즐겼다. 그들이 젊었을 때 인기 절정이었던 송골매를 보며, 자신들의 젊음을 그리워하는 듯 보였다.

위험천만했던 83년도  출연 당시. 출처: KBS 유튜브
위험천만했던 83년도 출연 당시. 출처: KBS 유튜브

배철수는 ‘그대는 나는’을 부르기에 앞서 1983년 음악방송 <젊음의 행진>(KBS) 출연 당시 감전 사고로 쓰러졌던 이야기를 꺼냈다. “저에겐 정말 인연이 깊은 곡”이라며 “그 (감전 사고) 영상을 10년 이상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때 진짜 큰일 날뻔했어요. 그때 (저 세상으로) 갔으면 오늘 공연도 안 됐을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투어는 계속된다!

'송골매' 콘서트는 계속된다. 출처: YTN 유튜브
'송골매' 콘서트는 계속된다. 출처: YTN 유튜브

송골매 9집에 실린 ‘사랑하는 이여 내 죽으면’은 이날 처음 무대에서 공연했다. 배철수는 영국 시인 크리스티나 로제티가 발표한 동명의 시를 읽은 뒤 만든 노래라고 설명했다.

‘아가에게’를 부르기 전엔 이 노래에 얽힌 뒷얘기도 소개했다. 1980년대 초반 인기 음악방송이던 <영 일레븐>(MBC)에 송골매가 자주 출연했을 당시, 이 프로그램 사회자인 배우 임예진이 조카가 태어난 기쁨을 직접 노랫말로 지은 뒤 구창모에게 멜로디를 붙여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이 노래는 결국 송골매 3집에 실렸다.

송골매 전국 투어 콘서트는 11~12일 서울 공연 이후 24~25일 부산 벡스코, 10월1~2일 대구 엑스코, 10월22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 11월12~13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기를 이어간다. 내년 3월에는 미국에서도 공연할 예정이다.

한겨레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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