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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첫 커밍아웃한 게이 KFC 총지배인이 만들어가는 따뜻한 변화의 바람

소수민족 출신 직원들, 여성, 신경다양증을 가진 사람들, 성소수자를 위해.

친근한 할아버지 이미지로 우리에게 익숙한 KFC에 반가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KFC (Justin Sullivan/Getty)
KFC (Justin Sullivan/Getty)

닐 파이퍼는 최근 영국과 아일랜드의 KFC 임시 총지배인직으로 승진했다. 이전에는 최고 인사 책임자(CPO)를 맡았다. 닐 파이퍼는 커밍아웃한 게이로 14년간 KFC에서 일하며 남편과 함께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영국 KFC 임시 총지배인 닐 파이퍼 / Neil Piper
영국 KFC 임시 총지배인 닐 파이퍼 / Neil Piper

핑크뉴스에 따르면 원래 닐은 체육 선생님이 되려고 스포츠 과학을 전공했지만 곧 그 길은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레스토랑 사업가를 꿈꾸었지만 그의 아버지는 "아무도 스포츠 과학 전공을 가진 사람을 레스토랑 사업에 고용하지 않을 거다"라는 조언을 남겼다. 닐은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영국 전역에서 F&B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 미첼스 & 버틀러스가 제공하는 경영, 금융, 마케팅 분야의 대학원 과정에 등록했다.

닐은 처음에는 지역 매니자로 KFC에 입사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14년이 흘렀다." 닐의 말이다. 닐은 운도 좋았다고 회상했다. 우연히 인사과에서 육아휴직이 발생해 추가 인력을 뽑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는 HR 경력이 없었지만 도전했다.

닐은 원래 10개월만 인사과에서 일할 예정이었지만 이후에도 계속 인사과에 남아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 게다가 2014년 그는 글로벌 부서에서 일할 기회를 잡았다. "태국, 러시아, 남아프리카, 인도 등 35개국에서 KFC를 먹어 봤다." 닐의 말이다. 

닐 파이퍼/Neil Piper
닐 파이퍼/Neil Piper

커밍아웃한 게이로 닐은 "솔직히 아직까지 KFC 고위직에서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롤모델을 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더욱 책임감을 갖고 있다. 사실 현재 영국&아일랜드 KFC 경영진 중 20%는 성소수자다. 꽤 큰 수이고 이들을 더 잘 대표하고 싶다"라고 고위직을 맡은 소감을 전했다. 

"항상 직장에서 게이라고 커밍아웃했다. 하지만 막상 새로운 부서로 옮길 때 나에 대해 다시 소개하는 게 힘들었다. 당시 KFC 고위직에는 커밍아웃한 성소수자가 없었기에 더 그랬다."

닐은 직책이 높아질수록 성소수자를 대표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커지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믿는다. 그는 "당연히 기업으로 대다수의 고객의 니즈를 대표하고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포용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대표성만 있고 포용을 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고객만 생각하기는 쉽다. 하지만 포용하는 문화를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다. 앞으로 KFC가 더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도록 앞장서겠다." 

KFC 매장 자료사진 (Photo by Xavi Lopez/SOPA Images/LightRocket via Getty Images)
KFC 매장 자료사진 (Photo by Xavi Lopez/SOPA Images/LightRocket via Getty Images)

"우리 모두 편견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의식적으로라도 포용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이 직장에서 자신의 본 모습을 편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닐은 그런 문화가 KFC에 정착하길 바란다. 닐은 직원 자원 그룹을 도입해 다양한 소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소수민족 출신 직원들, 여성, 신경다양증을 가진 사람들, 성소수자 등 여러 사람을 위한 자원을 마련했다. '켄터키 후라이드  프라이드(Kentucky Fried Pride)'라고 불리는 이 자원 그룹은  영국과 아일랜드 전역의 KFC 직원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고 있다. 닐은 "3만 명 이상의 사람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며 "KFC 내부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영국과 아일랜드의 많은 성소수자들에게 KFC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곳이자 편견 없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닐은 "단순히 치킨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 고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KFC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우리 지역 사람들에게 안전한 피난처가 될 것이다."

 

 

 

 

안정윤 기자: jungyoon.ahn@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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