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세 조용문씨는 파워블로거이자 지하철 택배원이다. 지하철 택배원으로서의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써 내려간 그의 글에는 주변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 담겨져 있고, 그는 80대이지만 이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요즘 그가 하루에 벌 수 있는 돈은 2만원 남짓. 들쭉날쭉한 업무량, 보상 없는 대기 시간 등을 감안하면 적은 돈이지만 그는 가만히 있었다면 벌 수 없었다며 오히려 ”큰돈이죠?”이라고 묻는다.
2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조용문씨에게 유재석은 물었다. ”자녀들이 추운 날씨에 고생하지 말고 그냥 쉬라고 하진 않느냐”고.
조씨는 ”그러다가 병난다고도 하고 많이들 말린다. 하지만 저는 놀면 더 아프다. 노인들에게는 부지런히 움직이고 일하고, 걸어 다니는 게 최고의 운동”이라며 ”(지하철 택배원 일을 시작한) 12년 전에 비해 나는 훨씬 건강하다”고 여유로운 웃음을 지었다.
소중한 삶을 그대로 흘려보내고 싶지 않은 그의 인생관은 블로그에 적힌 “365일을 하루처럼. 8760시간을 한 시간처럼 보람있게 보내자” ”‘꼰대’란 말을 듣지 않도록 노년의 삶을 열심히 살자”라는 문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조용문씨는 지하철 택배원으로서의 하루를 날마다 블로그에 올리는 이유에 대해 ”사람이 살아가면서, 사는 것에 대한 기록은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조폐공사에서 30년간 근무했던 그는 1997년 IMF 사태 당시 정년을 1년 남겨두고 명예퇴직을 했었다. 은퇴 후에는 야심 차게 사업을 시작했으나, 사업은 얼마 가지 않아 망했다. 이로 인한 충격 때문이었을까. 밤에도 잠을 자지 못하고 힘들어하던 그는 4~5년간 기억상실 증세를 겪었고, 그 과정에서 ‘기록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조용문씨는 ”지금은 치료를 해서 나았는데, 다 나은 다음에 생각을 해보니 지난 일을 일기로 썼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더라. 아들 딸 결혼식도 기억나지 않고, 너무나 막막했다”라며 ”당시에는 기억을 잃어간다는 걸 의식하지도 못했고, 그 일을 겪은 후에는 (블로그에) 하루하루를 충실히 기록하고 싶었다”라고 고백했다.
파워블로거인 그는 ”블로그 쓸 때는 제목이 매우 중요하다. 셀럽 이름을 앞세우면 오히려 차별이 안 된다”라며 ”‘지하철 택배원, 유퀴즈에 출연’이라고 쓰면 검색 순위도 올라가고, 사진도 당연히 넣어야 한다”고 노하우를 전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곽상아 : sanga.kwak@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