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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간다'는 대통령 말의 위력

  • 원성윤
  • 입력 2015.12.01 06:25
  • 수정 2015.12.01 06:28
ⓒ연합뉴스

11월29일, 박근혜 대통령(얼굴)이 UN 기후변화협약 총회 참석을 위해 프랑스로 출국하기전 배웅하러 나온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에게 이렇게 말을 남겼다.

"믿고 가겠습니다." (한국경제, 12월1일)

박 대통령이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처리를 당부한 말이었다. 실질적으로 '나 없는 동안, 알아서, 잘, 통과시키라'는 직접화법이었던 셈이다. 결국 박 대통령의 '믿고 간다'는 말은 한중FTA 통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는 11월30일 보도에서 박 대통령의 '믿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데 대해 친박 핵심들은 "'당신이 계속 그런 식으로 하면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의미"라며 "참모나 측근들에게 이 말은 거의 지진 강도 8~9도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고 분석했다.

여당 내에선 박 대통령이 '믿음'이란 말을 꺼내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08년 총선을 앞두고 벌어졌던 이른바 '친박 공천 학살' 사건 때다. 당시 공천 작업 직전에 박 대통령은 당 지도부를 찾아가 "그럼, (공천을) 공정하게 하리라고 믿고 맡기겠다"고 했다. 그러나 김무성 의원 등 측근들이 대거 탈락했다. 이때 격분한 박 대통령이 한 말이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였다. 당시에 "믿겠다"는 말의 상대였던 강재섭 대표와 이방호 사무총장은 18·19대 국회 진출에 실패했다. (11월30일, 조선일보)

박 대통령은 자신이 밀어붙이는 정책과 전략에 반기를 드는 사람에게 가차없다. 잘 알려졌다시피 유승민 전 대표에 대해서는 '믿음‘에 반하는 "배신의 정치"라고 몰아붙이며 결국 사퇴하게 만드는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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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치 #믿음 #한중FT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