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디터의 신혼일기] 100%의 시어머니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

'딸 같은 며느리'는 가능한 말일까.
극과 극의 시어머니(...)
극과 극의 시어머니(...)

허프 첫 유부녀, 김현유 에디터가 매주 [뉴디터의 신혼일기]를 게재합니다. 하나도 진지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만을 따라가지만 나름 재미는 있을 예정입니다.

몇달 전 결혼한 친구 K의 남편에게는 형만 하나 있다. 즉, K의 시댁은 딸이 없이 아들만 있는 집이고 그 형은 결혼을 하지 않았다. K의 남편은 얼마 전 K와 자신의 부모님, 형과 함께 드라이브 간 사진을 인스타에 올렸다. K의 남편은 이렇게 썼다. #드라이브 #가족 #좋다. 여기에는 K의 시어머니와 K가 카페에서 웃으며 찍은 셀카도 포함됐다. 아니, 시어머니와 셀카라니? ‘좋아요’를 누르긴 했지만 나에겐 너무 어색한 일이었다.

그런 K는 오랜만에 함께 저녁을 먹던 중 나에게 물었다. ”시부모님이 여행 가자시던데. 어디가 좋을까?”

그 말을 듣고 본인도 시부모님과 여행 가는 상상을 잠시 했다.

뭔가 힘들어도 시부모님 앞에서 그런 티를 내긴 어려울 거고, 내 사진은 무조건 패스하고 두 분 사진부터 잘 찍어드려야 할 것이고, 옷도 평소에 신랑이나 친구들이랑 여행 갈 때 입는 것처럼은 -신랑의 표현대로라면 ‘그런 건 대체 어디서 파는 거야’ 싶은- 못 입겠지. 게다가 시부모님과 함께하는 술자리에서는 적당히 신은 나서 농담도 하지만 그래도 술에 취해서는 안 되는 그 균형을 잘 맞춰야 할 터였다.

정작 K는 시부모님과의 여행에 대해 ”뭐가 문제냐”는 반응이었다. ”시부모님이 딸이 없으셔서 더 이뻐해 주시는 것 같아.” K의 분석이었다.

딸 같은 며느리? 백년손님?

이것은 가능한 말인가? 나의 시어머니, 즉 신랑의 어머니는 이 ‘딸 같은 며느리‘라는 말을 딱 싫어하는 분이셨다. 며느리는 내 딸이 아니라 사돈댁의 딸이며, 손님과 같은 포지션으로 대해야 한다는 게 시어머니의 의견이셨다. 신랑 역시 옛날부터 ‘며느리≠딸’을 내뇌화 시킨 상태.

그 덕분에, 나는 어머님한테 불편함을 느끼거나 서운하거나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나는 손님이었기 때문에 시부모님 댁에 놀러 간 적도 몇 번 없지만 그나마도 설거지를 한 적도 없고 밥을 차린 적도 없고 과일을 깎은 적도 없었다. 손님처럼 먹기만 하다 돌아온다. 명절 아침에도 미사가 끝나고 나면 내 등을 떠밀어 얼른 친정으로 보내버리신다.

대신 저렇게 확실하게 선을 그으시기 때문에 시어머니와 셀카를 찍는다거나, 여행을 간다거나 하는 건 나에게 굉장히 어색하게 느껴진다. 아예 상상조차 안 되는 영역인 것이다.

100%의 시어머니

세상 쿨민트향인 나의 시어머니가 모두에게 100% 최고의 시어머니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나는 운 좋게 나와 잘 맞는 남자를 만나 결혼했고, 그래서 그 남자를 낳아 주신 어머니와 아버지와 큰 트러블 없이 잘 사는 것 같다.

K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K가 자신의 남편과 잘 맞아서 결혼한 만큼, K 본인의 성향과 K 시부모님의 성향도 대충 비슷할 터. 나의 시어머니가 K에게는 너무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불편한 시어머니일 수도 있고 K의 시어머니는 나에게는 부담스러운 시어머니일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남자의 삶과 가치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가족이라는 점에서 대충 75%~85% 정도의 시어머니이면 좋지 않을까. 어쨌든 나도, K도, 우리를 대하는 시어머니들의 마음만큼은 진심이라는 걸 느낄 수 있으니 그 점에서는 정말 좋은 시부모님이라고 할 만하다.

맞... 맞죠, 어머님? 설마 사실 쿨해서가 아니라 그냥 저한테 노관심이신 건 아니시길...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