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10월 26일 15시 57분 KST

미국 법원이 하원의 트럼프 탄핵조사는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탄핵조사의 법적 정당성을 문제 삼았던 공화당 의원들은 할 말이 없게 됐다.

Leah Millis / Reuters
U.S. President Donald Trump delivers remarks at the "2019 Second Step Presidential Justice Forum" at Benedict College in Columbia, South Carolina, U.S., October 25, 2019. REUTERS/Leah Millis

(로이터) - 미국 법원이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의 적법성을 인정하며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에 관한 로버트 뮬러 전 특검의 수사결과 보고서 원문을 제출하라고 25일(현지시각) 판결했다.

미국 워싱턴DC 지방법원 베릴 하웰 판사의 이번 판결은 민주당 하원의원들에게 큰 승리이자 탄핵조사를 공격하며 트럼프의 공화당 의원들이 내세운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법원은 탄핵조사를 개시하기 위해 반드시 하원이 전체 표결로 이를 승인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미국 헌법은 탄핵조사에 관해 하원이 폭넓은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 민주당은 하원 전체 표결을 거치지 않고 탄핵조사를 개시했다.

법원은 또 하원 법사위원회가 소환장을 발부했던 뮬러 특검 보고서의 원문을 법무부가 다음주 수요일(30일)까지 제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소환장 발부와 (증인과의) 합의를 통해 정보를 입수하려는 하원의 시도를 법무부와 백악관이 공개적으로 가로막고 있으며, 백악관은 정부가 의회의 정보 제출 협조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밝힌 게 현실이다.” 하웰 판사의 말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 캘리포니아)는 이번 판결이 ”스스로를 법 위에 두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에 또 하나의 타격”을 입힌 것이라고 밝혔다.

″이 중요한 법원 판결은 미국 시민들을 위해 진실을 드러내려는 의회의 권한을 재확인한 것이다.” 펠로시가 성명에서 밝혔다.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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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President Donald Trump exits Air Force One after returning from South Carolina to Joint Base Andrews in Maryland, U.S., October 25, 2019. REUTERS/Leah Millis

 

법무부는 뮬러 특검 보고서 원문에는 기밀이 유지되어야 하는 대배심 절차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를 그대로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법원은 이를 강하게 반박했다.

″법무부는 틀렸다.” 하웰 판사가 말했다. 그는 하원 법사위가 이 정보들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계속해서 비밀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보다 더 크다”고 봤다.

하웰 판사는 ”관련된 모든 증거에 바탕을 두지 않은 탄핵은 이 절차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약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하웰 판사는 하원이 합법적이고 정당한 탄핵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민주당을 향해 탄핵조사의 적법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주장해온 법무부와 공화당 법사위 간사 덕 콜린스(조지아) 하원의원의 문제제기를 비판했다.

″법무부의 주장대로 대배심에서 확보된 탄핵조사 관련 증거들에 대한 접근을 가로막는 것은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헌법적 책임을 다할 하원의 역량을 약화시킨다.”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탄핵사유를 입증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로 뮬러 특검 보고서 원문을 확보하려 노력해왔다.

하웰 판사는 법사위가 ”이 조사가 탄핵소추안 발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예비 목적에 따른 것이라는 충분한 증거를 제시했다”고 판단했다. 하원이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면 상원은 트럼프의 직무를 박탈할 것인지를 두고 탄핵심판을 벌이게 된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24일 하원 민주당 의원들이 벌이는 탄핵조사의 절차를 비판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이들은 탄핵조사 개시를 위해서는 하원 전체의 표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통령 탄핵 사건에 있어서도, 탄핵조사를 개시하기 위해 실제로 하원 표결이 반드시 필요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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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President Donald Trump listens to a question from the news media as he sits behind the Resolute Desk in the Oval Office of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U.S., July 26, 2019. REUTERS/Leah Millis

 

하원 법사위원장인 제럴드 내들러(민주당, 뉴욕)는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법원의 사려 깊은 판결은 우리의 탄핵조사가 헌법에 전적으로 부합한다는 점을 확인했고, 그와 반대되는 백악관의 거짓 주장을 일축했다.” 

법무부 대변인 케리 쿠펙은 이번 판결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넬(켄터키)의 대변인은 공화당은 민주당의 탄핵조사 절차가 ”불공정하고 틀렸다”고 했을 뿐 ”헌법적이지 않다”고 주장한 게 아니라면서 이날 법원 판결의 중요성을 축소하려 했다. 

뮬러 전 특검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을 돕기 위해 해킹과 프로파간다를 동원한 러시아의 시도, 트럼프 대선캠프와 러시아의 광범위한 접촉 등을 수사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지난 3월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제출했다.

그러나 바 장관은 448쪽짜리 이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일부 부분들을 보이지 않게 처리했다. 민주당은 바 장관이 트럼프를 정치적으로 보호하려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뮬러 전 특검은 수사 결과 트럼프와 그의 캠프가 러시아와 형사상 모의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는 문서 제출과 증인 소환을 벌이고 있는 하원 위원회 세 곳의 탄핵조사 관련 소환장에 협조하기를 거부해왔다.

뮬러 특검의 보고서가 탄핵조사의 핵심은 아니다. 하원은 트럼프가 정치적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수사를 우크라이나에 요청한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