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8년 10월 23일 19시 54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10월 23일 20시 46분 KST

터키 에르도안 : 사우디 카쇼기 기자는 "계획적으로 살해됐다"

"이 사람들이 누구의 지시로 (터키에) 왔나?"

Associated Press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을 비판해왔던 언론인 자말 카쇼기의 죽음에 대한 ”적나라한 진실”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3일 마침내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건은 사전에 계획된 ”정치적 암살”이라는 것.

이는 ‘다툼 끝에 벌어진 우발적 살해 사건’이라는 사우디 정부의 공식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다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몇 가지 사실과 입장을 밝혔을 뿐, ”적나라한 진실”이라고 할 만한 내용을 새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속한 정의개발당 총회 연설에서 카쇼기가 ”잔혹한 방식”으로 살해됐으며 ”우리 정보 및 국가안보기관은 살해가 우발적이 아니라 계획적으로 이뤄졌다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으로 자발적 망명을 떠난 이후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인 글을 써왔던 카쇼기는 결혼 서류를 위해 지난 2일 주이스탄불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 갔다가 살해됐다.

그는 카쇼기가 상부 지시를 받지 않은 사우디의 요원의 독단적 행동에 의해 우발적으로 살해됐다는 사우디 정부의 설명은 ”우리나 국제사회를 납득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신 은폐를 도운 ”현지 조력자들”이 누구인지 밝히라고 사우디 정부에 요구했다. 

″지시를 내린 사람부터 이를 이행한 사람까지, 그들에게 모두 책임을 물어야 한다.”

Associated Press

 

지금까지 익명의 터키 정부 관계자들이 언론에 흘린 내용을 종합하면, 카쇼기는 사건 당일인 2일 두 대의 전세기 편으로 터키에 입국한 사우디 요원 15명에 의해 ‘불과 몇 분 만에’ 잔혹하게 살해됐다. 15명 중에는 ‘해부 전문가‘와 ‘뼈 절단기’를 소지한 이들도 포함됐다. 

또 15명의 요원들 중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최측근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내용, 빈 살만 왕세자가 카쇼기를 납치해 송환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긴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 자료 내용 등도 언론에 보도됐다.

 ″이 사람들이 누구의 지시로 (터키에) 왔나? 우리는 답을 찾고 있다. 왜 총영사관 건물은 사건 직후가 아니라 며칠이 지난 뒤에야 공개됐나? 우리는 답을 찾고 있다. 살해가 분명한데도 왜 오락가락한 입장이 나왔는가? (사우디 정부가) 공식적으로 살해를 인정했는데 왜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나?” 에르도안 대통령이 말했다.

기존에 공개되지 않았던 정보도 새로 밝혔다. 세 명의 요원들이 사건 전날인 1일 사우디를 떠나 터키에 입국했으며, 이스탄불 근교의 숲을 물색했다는 것. 카쇼기를 살해한 다음 시신을 매장할 장소를 미리 알아봤다는 정황이다.

사건 당일인 2일에 세 명으로 이뤄진 두 번째 그룹의 요원들이 비행편으로 이스탄불에 도착했으며, 장성을 포함한 9명으로 이뤄진 세 번째 그룹이 전용기를 타고 도착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렇게 모인 총 15명의 요원들은 사건이 벌어지기 전인 2일 오전 9시50분~11시 사이에 사우디 총영사관에 각각 도착했다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말했다.

Reuters

 

그는 사건이 벌어진 사우디 총영사관이 ”사우디아라비아 영토로 간주될 수는 있어도 터키의 국경 안에 있다”며 비엔나협약이 ”이 살인 사건에 대한 조사를 은폐하는 면책의 보호막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우디 살만 국왕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사건의 용의자들에 대한 재판이 터키에서 진행되도록 해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적나라한 진실”을 공개하겠다던 약속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터키 정보당국이 입수했다는 오디오나 영상 자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살만 국왕에 대해서는 공손한 태도를 유지했으며,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는 빈 살만 왕세자를 직접 거명하지도 않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신 독립적인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나는 살만 국왕의 진실성을 의심하지 않는다”면서도 ”독립적인 수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이건 정치적 암살”이라고 말했다. 빈 살만 왕세자의 ‘진실성’을 신뢰한다는 언급은 따로 없었다.

가디언 중동 에디터 마틴 출로프는 “2주 넘게 조금씩 언론에 정보를 흘리면서 사우디를 극도로 압박해온 다음, 세계의 관심이 자신에게 모인 이 시점에 그는 (사우디를 향한) 최후의 일격에서 손을 뗐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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