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8년 10월 22일 12시 29분 KST

터키 에르도안이 사우디 카쇼기 죽음의 "적나라한 진실"을 공개한다

사우디의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파문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ASSOCIATED PRESS

터키 이스탄불에 위치한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서 벌어진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쇼기의 암살 의혹 사건에 대해 줄곧 침묵을 지켜왔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곧 사건의 ”적나라한 진실”을 ”낱낱이 공개하겠다”고 21일(현지시각) 밝혔다. 

2주가 넘도록 모든 의혹을 부인해왔던 사우디 정부가 카쇼기는 ‘말다툼 끝에 우발적으로 살해됐다’고 공식 발표한 것에 대해 국제 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터키 정부가 마침내 본격적인 대응을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터키 정부는 그동안 익명의 정부 관계자들을 통해 사건의 주요 내용을 꾸준히 언론에 흘리면서도 수사 결과나 입수한 증거 등에 대해 공식 의견 표명을 자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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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ㅇ사진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오른쪽)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사우디 지다에서 회동을 앞두고 기념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 2017년 7월23일.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TV로 중계된 연설에서 ”화요일(23일) 당 총회에서 이 이슈에 대한 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 사건의 정의를 추구하고 있으며, 이는 적나라한 진실로 공개될 것이다.”

사우디 정부는 전날(20일) 공식 발표에서 카쇼기의 죽음을 처음으로 인정한 뒤, 그가 몸싸움 끝에 우발적으로 살해됐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사우디 국적 18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우디 측의 발표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듯한 말을 했다. ”왜 15명이 왔는지... 왜 18명이 체포됐는지... 이러한 것들은 구체적으로 발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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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터키 정부 관계자들이 그동안 언론에 흘려왔던 정보들을 종합하면, 카쇼기는 사건 당일인 2일 두 대의 전세기 편으로 터키에 입국한 사우디 요원 15명에 의해 ‘불과 몇 분 만에’ 잔혹하게 살해됐다. 15명 중에는 ‘해부 전문가‘와 ‘뼈 절단기’를 소지한 이들도 포함됐다. 

또 15명의 요원들 중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최측근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내용, 빈 살만 왕세자가 카쇼기를 납치해 송환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긴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 자료 내용 등도 언론에 보도됐다.

이같은 정황들은 ‘우발적 사건’이라는 사우디 정부의 설명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사우디 엘리트 출신인 카쇼기는 미국으로 자발적 망명을 떠난 이후 빈 살만 왕세자의 외교 정책과 폭압정치 등을 비판하는 글을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해왔던 인물이다.

공식 발표에 대한 의구심과 비난이 쏟아지자 사우디 정부는 빈 살만 왕세자의 개입 의혹을 직접 부인하고 나서기도 했다. 아델 알부자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21일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 사건은 주어진 ”권한과 책임을 넘어서는” 범위의 ”독자적인 작전”을 펼친 이들이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총영사관에서 자말 카쇼기를 살해하고 이를 덮으려는 잘못을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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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정부를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 비판 받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사우디의 공식 발표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철저한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터키 정부와 뜻을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사우디 정부의 공식 발표 직후 WP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분명 속임수와 거짓말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들의 발표는 뒤죽박죽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가 살해를 직접 지시했다는 의혹과는 거리를 뒀다. ”누구도 그의 소행이라고 나에게 말하지 않았다. 누구도 그의 소행이 아니라고 내게 말하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 (배후를 밝힐) 그 지점에 이르지 못했다.”

″그가 나중에야 이를 알았을 가능성도 있다. 그 (총영사관) 건물 안에서 무언가 심각하게 잘못됐을 수도 있다. 그제서야 그가 이를 알았을 수 있다. 그는 그들(요원들)이 그를 사우디아라비아로 데려오는 것으로 알고 있었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에르도안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갖고 ”모든 측면에서 카쇼기 사건이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22일 오전(현지시각)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이 보도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