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8년 10월 18일 11시 08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10월 18일 11시 08분 KST

사우디 기자 카쇼기가 잔혹하게 고문·참수되는 순간을 담은 오디오가 있다

잔혹하기 이를 데 없다.

ASSOCIATED PRESS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에 위치한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 들어간 이후 실종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쇼기가 사우디 요원들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되는 순간을 담은 오디오가 있다고 터키 정부 관계자가 언론에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오디오 내용을 묘사한 터키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카쇼기가 미리 대기하고 있던 사우디 요원들에 의해 불과 몇 분 만에 살해됐으며, 참수되고 시신이 훼손됐다고 17일 보도했다. 터키 친정부 언론도 ‘오디오를 직접 들었다’며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이로써 앞서 보도된 대로 카쇼기의 죽음을 ‘우발적 사건’으로 무마하려던 사우디 정부의 계획은 물거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편을 드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던 미국 정부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더 이상 감싸고 돌기 어렵게 됐다.

ASSOCIATED PRESS

 

터키 정보당국이 입수했다는 오디오 내용에 대한 설명을 보면, 사건 당시의 상황은 잔혹하기 이를 데 없다. 

카쇼기가 결혼 관련 서류 발급을 위해 총영사관에 도착한 건 2일 오후 1시15분이었다. 그는 총영사관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우디 요원들로부터 곧바로 폭행과 고문을 당하기 시작했다.

사우디 정부가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진 ‘각본‘, 즉 ‘카쇼기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한 요원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내용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카쇼기는 요원들에 의해 손가락이 잘렸고, 참수됐으며, 요원들은 바로 그 자리에서 카쇼기의 사체를 토막냈다. 이 모든 과정이 마무리 되기 까지는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 자리에는 사우디 총영사 무함마드 알오타이비도 있었다. 그는 요원들에게 ”밖에서 하라. 당신들이 나를 곤경에 몰아넣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요원은 ”귀국해서 살고 싶으면 입 닥치라”고 답했다. 오타이비 총영사는 16일 사우디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15명의 사우디 요원 일행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던 해부학자는 사체 훼손 작업을 하는 다른 요원들에게 ‘음악을 들으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헤드폰을 끼고 있던 그는 이런 일을 할 때 안정을 취하기 위해 자신은 늘 그렇게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터키 정부는 이 요원들이 사건 당일 전 세기 두 대에 타고 이스탄불에 입국했으며, 당일에 모두 터키를 떠났다고 밝힌 바 있다. 카쇼기는 미국으로 자발적 망명을 떠난 이후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줄곧 사우디의 외교정책, 빈 살만 왕세자의 폭압 정치 등을 비판하는 글을 써왔다.

JIM WATSON via Getty Images

 

터키 정부 관계자들은 이같은 오디오를 입수한 경위를 밝히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터키 정부가 국제법을 어겨가며 사우디 총영사관을 도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한 바 있다.

그러나 입수 경위와는 무관하게 사우디 정부가 치밀하게 카쇼기 살해를 계획하고 실행했다는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왕실 배후설은 더 힘을 얻게 될 전망이다. 사우디의 자체 조사 결과를 지켜보자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던 미국 정부도 빈 살만 왕세자를 두둔하기 어렵게 될 전망이다.

오디오 파일의 내용이 보도된 이후, NYT는 미국 정보기관 당국자들이 빈 살만 왕세자가 암살 배후에 있다고 점점 확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도 ‘출구 전략’을 개시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우디 정보기관을 완전히 통제하는 상황에서 그의 지시 없이 이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15명의 요원들 중 빈 살만 왕세자의 경호원 등 최측근 요원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내야 한다”며 사우디의 자체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결백이 입증될 때까지 유죄(라고 몰아간)다. 나는 이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미국 정부가 터키 정부에 오디오를 요청했다면서도 ”오디오가 존재하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게 존재하는지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있을지도 모른다,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