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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SE 2회] ‘소방관들에게 신발건조기가 필요했던 이유’ 이베이코리아 사회공헌팀 인터뷰 ②

현장에서 뛰어다니지 않을 때도 그들은 일하고 있다.

  • 박수진
  • 입력 2018.05.24 16:26
  • 수정 2018.05.25 11:47
ⓒRISE

*[RISE 2회] ‘3만원으로 3천만원 짜리 자유를 얻는 방법’ 이베이코리아 사회공헌팀 ①에서 이어집니다.

 

적은 대원 수로 넓은 지역을 담당하는 지방의 소방대원들은 대도시와는 또다른 종류의 어려움을 겪는다. 이베이코리아의 사회공헌 담당팀이 지방 소방관 지원 프로그램인 ‘히어히어로(Here Hero)’를 위해 그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들이 뭔지 물었다. 결과는 지역마다 조금씩 달랐다. 강원도는 ‘신발건조기’, 경상남도는 ‘드론’ 등이었다. 캠페인을 기획한 이베이코리아의 홍윤희 이사와 원종건 매니저에게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소방관들에게 신발건조기와 드론이 필요했던 이유

 

원종건 매니저(이하 원): 캠페인을 하기로 결정하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게 ‘주고 싶은 걸 주는 게 아니라 받고 싶어하는 걸 주자’였다. 사실 사무실에서 검색했을 땐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대한 이야기 밖에 나오지 않았다. 안마의자를 드리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막상 119센터에 가보니까 안마의자 둘 곳이 없더라. 필요한 것들을 들어보니 출동할 때보다도 평상시의 열악한 환경이 화재 진압 같은 본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젖은 신발이었다.

화재 현장에서 입는 방화복은 땀이 다 옷 안으로 흘러서 신발 안으로 들어간다. 신발 밖에는 현장의 오물이 다 묻게 된다. 강원도의 경우 제설하면서 신발이 완전히 젖어버리는 경우도 잦았다. 그래서 출동 갔다가 돌아오면 바로 쉬는 게 아니고 신발부터 씻는다고 한다. 미처 마르지 않은 신발을 신어서 추위에 떨거나, 무좀에 걸리기 십상이라고 했다. 활동화와 구조화를 나눠서 보관할만한 건조기를 구매해서 기부했다.

나중에 기부했던 센터들을 다시 찾아갔는데 반응이 정말 뜨거웠다. 소방관은 지방직공무원이라 그 지역 안에서 순환근무를 하는데, 어떤 대원은 이번에 다른 곳에 가게 됐는데 새로 가는 쪽에도 건조기를 놔주면 안되겠냐고 얘기하실 정도였다. 모든 센터에 한번에 기부할 수 없어서 한편으로 죄송한 마음도 있다.

홍윤희 이사(이하 홍): 1차는 강원, 2차 경남, 3차 인천과 광주, 4차는 충북 지역 지원을 마쳤다. 2차에 지원했던 경남소방본부의 가장 큰 문제는 적은 인원으로 산악 구조를 자주 다녀야하는 것이었다. 백두대간 끝에 산이 많다고 하더라. 그런데 산간 지역에서 소방서가 따로 있는 곳은 국립공원들뿐이다. 국립공원이 아니면서 관광객이 많은 지역 센터의 구조 인력은 8명뿐이었다. 직접 발로 산을 다니면서 조난자를 찾아야 하는데 드론이 있으면 좋겠다고 먼저 제안하시더라.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새로운 물건을 일단 써보는 계기가 있어야 그 다음 필요한 게 뭔지도 알게 되는 것 같다. 우리가 구매한 드론 제조사에서 직접 사용 교육도 했다. 신발건조기 만큼 현장에서 효용을 많이 느끼는 물건이었다.

 

[강원도 신발건조기 사용 사례를 찍은 홍보 영상.]

 [경상남도 드론 사용 사례를 찍은 홍보 영상.]

  

소방관은 ‘그런 영웅’이 아니다

 

홍: 소방관들이 특허를 많이 갖고 있다고 하더라. 본인들이 출동 현장에서 필요하니까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나오고 특허를 낸다는 거다. 출동하지 않을 때 소방관들이 무료하게 대기하는 것 같지만 사실 이런 특허들이 그런 시간에 나온 거다. 일상적인 시간이나 행동들도 영웅적인 무엇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방관들이 꼭 출동한 화재 진압 현장에서만 쓰는 물건이 아닌, 다른 시간에 필요한 걸 주자는 것도 그런 생각에서 나왔다. 신발건조기처럼 자신의 업무가 더 편해지는 데 쓸 수 있는 것들. 꼭 일하다 죽어야만 영웅은 아니다. 스스로를 지키는 것도 영웅적인 행동이다.

원: 아이언맨이나 슈퍼맨 같은 영웅은 필요한 순간 ‘빵’ 하고 갑자기 나타나지만 평소에는 안경도 끼고 회사를 다니면서 보통 사람들 옆에서 살아간다. 슈퍼히어로들이 누군가를 구하고 있지 않을 때도 영웅인 것처럼, 소방관들도 그런 존재라고 생각한다. 

홍: 소방관이면 소방관, 장애인이면 장애인, 고아면 고아, 이런 식으로 한 가지 특징으로만 사람들을 규정하고 고생한다, 불쌍하다고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사람들도 저마다의 욕구를 가진 개인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 ‘히어히어로’는 그걸 이베이 고객들에게 알리기 위해 만든 콘텐츠다.

작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이후에 소방관들에게 책임을 무는 여론이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안타까웠다. 충북소방본부가 재정자립도가 낮은 곳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출동 가능한 소방관 숫자는 더 적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소방관들이 판단을 잘못했기 때문에 사법처리해야한다는 건 영웅이라는 프레임을 강제로 씌우며 희생양을 만드는 것 같았다.

 

원종건 이베이코리아 코퍼릿커뮤니케이션 매니저
원종건 이베이코리아 코퍼릿커뮤니케이션 매니저 ⓒRISE

 

‘기업이 돕는다’는 것

 

이베이코리아의 공익 캠페인팀은 자신들의 일을 사회공헌 대신 ‘소셜 임팩트’라고 부른다. 2016년초 홍보팀 내에 TF가 꾸려진 후 영업부, HR부 등 사내 다른 부서들과 함께 하는 청각장애인 셀러를 위한 수화컨설팅, 아름다운가게와 소비자들을 연결해주는 기부물품 배송대행 이벤트, 스타트업7개사 장애인IT진로설명회 등의 사업을 해왔다. 특히 옥션의 장애용품 전문관 ‘케어플러스’는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이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본업의 플랫폼을 활용한 사례였다. 이들에게 기업이 공익적인 사업을 하는 것의 의미와 방향, 그리고 ‘좋은 일’에 대해 물어봤다.

 

홍: 뭘 하든 상관 없지만, 지원하려는 사람들은 한 가지 이미지로 대상화하지 않는 게 필요하다. 소방관은 무조건 영웅이어야해, 장애인은 불쌍하니까 도와줘야해, 이런 게 아니라 당사자들이 필요한 게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춘다면 규모가 작은 프로그램이라도 좋을 것이다. 이베이가 했던 장애인 셀러 교육은 ‘장애인도 비즈니스 드라이브를 가질 수 있다’는 개념으로 한 것이었다. 물론 감성을 얼마나 어떻게 자극해야할지가 늘 고민이기는 하다. 나나 내 딸, 종건 매니저나 그의 어머니 같은 이들이 불쌍하게 보이기를 원하지 않는다. 

*편집자 주: 홍윤희 이사는 하반신 장애로 휠체어를 타는 딸과 지하철을 이용하다 느낀 불편을 계기로 2015년 서울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 프로젝트를 시작해 지금까지 참여해오고 있다. 원종건 매니저의 어머니는 2005년 MBC ‘느낌표 - 눈을 떠요’에 출연했던 박진숙씨다. 원씨는 입사 직후인 2016년, 대학 친구들과 함께 “언어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인 ‘벙어리장갑’을 ‘엄지장갑’으로 바꾸자”는 소셜 펀딩 및 캠페인으로 화제에 오른 바 있다.

원: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런 일에 공감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겠냐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누구나 좋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회사에서 소방관 지원하는 일보다 집에서 어머니에게 아침밥 잘 먹었습니다, 다녀올게요 하는 게 더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런 걸 잘 하면 된다. 각자의 삶에서 만나는 가족, 친구, 회사 사람들, 지나가면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하는 행동들로 좋은 일을 할 수 있다.

 

*인터뷰 답변은 명료성을 위해 정리, 요약됐습니다.

 

# RISE 순서

1회. 발달장애인들도 ‘남들‘처럼 직장을 다닐 수 있다면?: 발달장애인 고용이 목표인 사회적기업 ‘베어베터’의 두 대표 이야기 (인터뷰 기사 보기)

2회. ”쇼핑 카테고리만 하나 만들어도 새로운 시각이 열린다”: 온라인쇼핑 플랫폼을 활용해 공익을 위한 연결고리를 만드는 한 이커머스 기업의 이야기 (첫 번째 인터뷰 보기)

3회. 제주도 사람들과 수십년 동안 인연을 맺고 있는 아일랜드 출신 신부(神父)들의 이야기 

ⓒhuffpost korea/sell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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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SE 2회. 이베이코리아 편

촬영/ 김단아(sellev.), 김한솔(sellev.), 강한(sellev.), 이윤섭

영상 구성, 편집/ 김한솔(sellev.), 김지현(sellev.)

영상 디자인 / 이선희 (sellev.)

대담, 글/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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