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2018년 05월 23일 08시 47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5월 24일 22시 25분 KST

[RISE 2회] '3만원으로 3천만원 짜리 자유를 얻는 방법' 이베이코리아 사회공헌팀 ①

기업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기부 말고도 많다.

huffpost korea/sellev
RapidEye via Getty Images

‘딸 덕분에 눈이 네 개가 됐다’

이베이코리아에서 사회공헌 업무를 담당하는 홍윤희 이사의 말이다.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딸과 다니면서 휠체어 눈높이의 눈 두 개를 더 갖게 됐다는 뜻인데, 홍씨는 이 네 개의 눈을 갖게 된 일이 “큰 선물”이라고 말한다.

″제가 회사에서 사회공헌쪽 일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딸이 소아암으로 하반신 마비가 생기고, 후유증으로 장애를 갖게 되면서 휠체어를 타고 세상을 다니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 알게됐기 때문이에요.”

그는 서울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를 만든 협동조합 ‘무의’의 멤버다. 홍씨는 2015년 처음 대중교통에서의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 문제로 소셜 펀딩을 한 후, 지금까지 회사 안과 밖에서 관련된 활동을 해오고 있다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직장인인 그가 회사 안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RISE
홍윤희 이베이코리아 이사

홍씨는 장애인들도 삶의 질을 올리고 싶어하고, 여기에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데도 원하는 것들을 살 수 없는 현실을 지적한다. 본인이나 가족이 장애를 갖기 전까지 장애인으로서의 삶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보니 자신에게 필요한 게 뭔지 정확히 모르고, 알게 되더라도 어디서 그 물건들을 구할 수 있는지 알아내기가 수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가 예로 든 것 중 하나가 집안에서 쓸 수 있는 휠체어용 ‘문턱경사로’다.

″3만5천원인데, 이걸로 3천만원 어치의 자유를 얻었어요. 우리 애가 혼자 화장실 들어가서 이 닦고 세수할 수 있으니까. 이걸 몰라서 못 사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나만 알기 아깝다, 다같이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베이코리아는 온라인 쇼핑사이트인 옥션, 지마켓, G9를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직접 접촉하는 기업인 셈이다. 홍씨는 ‘찾아보니 회사 안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더라’고 말했다.

″사실 ‘무의’ 활동만 24시간 해도 바쁜데, 회사를 그만둘까도 했어요. 투자 받아서 스타트업으로 운영할 수도 있을 거라는 말들도 하고. 그런데 여기에는 이미 쇼핑 사이트랑 (장애인용) 상품들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회사에 이미 있는 걸로 뭔가 실현할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게다가 여기는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도 있고,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도 있고.”

‘장애 관련 상품들을 모아놓기만 해도 필요한 물건 찾기가 훨씬 편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만든 옥션의 케어플러스는 그렇게 탄생했다. 

ebaykorea
'케어플러스' 메인 화면. 가장 많이 찾는 상품 카테고리들이 상단에 배열돼 있다. 이밖에 지체장애인을 위한 여행 상품과 발달장애인 위한 여행 상품, 도서 상품 등도 있다.

휠체어 사용자들은 크고 무거우며 승용차에 싣기 어려운 전동형 대신 수동형을 써야하는 경우가 잦다. 홍씨의 딸 지민양은 몇 해 전 수동휠체어에 장착하면 전동휠체어로 전환해 쓸 수 있는 키트를 시험 사용해볼 기회가 있었다. 그날 지민은 학교에서 처음으로 선생님에게 “편식하지 말라”는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다른 사람이 가져다준 식판대로 먹다가 이제 직접 가서 고르니까 좋아하는 것만 담아온 거예요. 저는 그게 되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이제 편식할 수 있는 자유를 얻은 거잖아요.” 이렇게 알게 된 전동 휠체어 전환 키트 토도드라이브도 케어플러스에 입점했다.

다음 스토리펀딩 소개 화면
2016년 휠체어 전동 키트 제작을 위한 소셜 펀딩 소개글에 실린 지민양의 사연.
ebaykorea/RISE
'케어플러스' 내 전동 휠체어 키트 제품 소개에는 홍윤희씨와 딸 지민양이 시승한 사진(왼쪽 아래)도 포함됐다.

물론 케어플러스가 홍씨 혼자만의 힘으로 가능했던 건 아니다. 반려된 기획서들이 있었고, 여기에 아이디어를 모으거나 공감해준 상사와 동료들, 또 지인들이 있었다. 

“사실 사람들은 누구나 다 다르잖아요. 장애는 극복할 게 아니고 그냥 그 사람의 아이덴티티거든요. 장애를 혜택을 주는 문제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장애인은 이동 방법이 다르다, 혹은 의사소통 방법이 다르다, 이렇게 받아들이면 좋겠어요. 우리 사이트에 이 물건들이 진열된 걸 통해서 ‘장애인이 이렇게 불쌍하니까 도와주세요’가 아니라 ‘장애인은 이렇게 불편해서 이렇게 생활해요’라는 걸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홍씨와 함께 사회공헌 관련 업무를 맡는 원종건 매니저는 ”기업의 사회공헌은 그 기업이 가장 잘 하는 걸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지마켓과 옥션에도 다른 사이트들처럼 판매자와 구매자들이 돈이나 물품을 기부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하지만 케어플러스는 기부 외에도 이커머스 기업이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한 방법을 보여준다. 

″세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목소리를 높여서 이것저것 얘기를 하다 보니까 진짜 뭐가 바뀌기도 하더라고요.”

정말 성공은 한 가지 얼굴만을 하고 있을까? 또다른 성공을 이룬 이들의 이야기를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한다.

 

*[RISE 2회] ‘소방관들에게 신발건조기가 필요했던 이유’ 이베이코리아 사회공헌팀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허프포스트코리아와 뉴미디어 플랫폼 셀레브(sellev.)의 공동 프로젝트 ‘라이즈(RISE by huff x sellev.)’는 혼자가 아닌, 세상과 함께 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RISE 순서

1회. 발달장애인들도 ‘남들‘처럼 직장을 다닐 수 있다면?: 발달장애인 고용이 목표인 사회적기업 ‘베어베터’의 두 대표 이야기 (인터뷰 기사 보기)

2회. ”쇼핑 카테고리만 하나 만들어도 새로운 시각이 열린다”: 온라인쇼핑 플랫폼을 활용해 공익을 위한 연결고리를 만드는 한 이커머스 기업의 이야기

3회. 제주도 사람들과 수십년 동안 인연을 맺고 있는 아일랜드 출신 신부(神父)들의 이야기 

 

 

RISE 2회. 이베이코리아 편

대담, 글/ 박수진

촬영/ 김단아(sellev.), 김한솔(sellev.), 강한(sellev.), 이윤섭

영상 구성, 편집/ 김한솔(sellev.), 김지현(sellev.)

영상 디자인 / 이선희 (sellev.)

*관련 글: 장애 아이를 키우면서 느꼈던 고마운 질문 다섯 가지 by 홍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