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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사저'에서 "아프고 춥다"는 메시지가 나오는 근본적인 이유

  • 원성윤
  • 입력 2017.03.14 10:57
  • 수정 2017.03.14 14:39
ⓒ뉴스1

** 업데이트 오후 3시15분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로 돌아간 3월12일 이후, 사저를 방문한 정치인들의 입에서 대통령이 "아프다"는 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중앙일보 3월14일 보도에 따르면 친박계로 꼽히는 조원진 의원(자유한국당, 대구 달서구병)은 지난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방문 뒤 "박 전 대통령은 다리를 다쳐 힘들어했으며 몸이 안 좋아 보였다"며 "박 전 대통령이 사저에 복귀하기 전에 보일러 수리는 진행됐으나 정상 가동이 안 된 탓인지 거실이 추웠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관저를 떠나면서 발목을 접질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진 자유한국당 의원

조 의원의 메시지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일단 박 전 대통령이 '아프다'는 것과 사저 거실이 '춥다'는 것이다.

아프고 춥다.

왜 이런 메시지가 나왔는지 전후 맥락을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검찰 조사를 거부했고, 올해는 특검 조사를 거부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인용에는 헌법 수호의 의지가 없다는 것 중 하나로 성실하게 검찰과 특검 조사에 응하지 않은 것을 꼽았다. 그리고 탄핵이 돼 이제 소추를 받지 않는 대통령의 특권을 내려놓았기 때문에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또 하나. 3월14일, 황교안 권한대행이 청와대 비서진 사표를 반려했고, 김평우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았다가 '문전박대'를 당했다.

먼저 청와대 비서진 사표반려에 대해 표면적으로 국무조정실에서는 "현재 안보와 경제 등의 엄중한 상황을 고려해 한 치의 국정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긴급한 현안 업무를 마무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다소 달라진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3월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이 글을 남겼다.

"오늘 말할 꺼리가 많네요. 황교안 대행의 청와대 3실장 사표 반려는 박 전통의 자택정치에 그대로 조응하는 거지요. 박 전통만 청와대에서 나왔을 뿐이고 이 나라의 콘트롤타워는 여전히 박의 사람들이지요. 여기에 눈여겨 볼 대목은 김평우 변호사가 자택으로 찾아갔다가 문전박대 ㅡ 이제사 사태가 파악되남요 ? 탄핵국면속에서 숨죽였던 저쪽의 프로들이 움직이고 있는듯 .."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박근혜 지킴이 회원들이 JTBC 차량이 골목에 나타나자 땅에 누워 교통을 방해하고 있다. 2017.3.14/뉴스1

박 의원의 발언은 황 권한대행이 청와대 비서진 사표를 반려하는 등 일련의 행동이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진용을 갖추고 다시 움직임을 재개한 것을 뜻한다는 주장이다.

검찰에서도 수사 개시를 고심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뇌물죄 등 13개의 범죄혐의에 대해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며 사실상 불복종 투쟁에 들어간 데다 지지자들까지 삼성동 자택 앞에 진지를 구축하고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고심 끝에 3월15일께 피의자 소환날짜를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주저한 데는 자칫 정치적 논란으로 번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3월14일 보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측의 반발 기류를 고려할 때 피의자 소환 통보, 대면조사, 신병처리 결정, 기소, 형사 재판으로 이어지는 수사·사법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며 "검찰은 수사에 당사자 측과 지지세력이 반발할 경우 예기치 않은 정치적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고려해 장고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자, 사정이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의 병환이 깊어진다고 하면 어떨까. 춥고 아픈 사람에게 검찰이 냉혹하게 수사를 하려 한다고 여론전을 펼 수도 있는 것이다.

'삼성동팀'을 띄워 대응에 나선 친박계는 벌써부터 "수사를 대선 뒤로 연기하라"고 공개적으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중앙일보 3월14일 보도에 따르면 김진태 의원은 13일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을 더 이상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황교안 권한대행은 민간인 박근혜에 대한 수사를 대선 이후로 연기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도망갈 것도 아니고 피할 것도 아닌데 대선 이후에 차분히 수사를 진행하자”고 주장했다.

김 의원 말대로 수사를 대선 뒤로 연기하면 어떻게 될까. 청와대 압수수색을 할 수 있을까. 박 전 대통령 대면 수사를 할 수 있을까. 이러든저러든 힘들어 보인다. 진보진영에서 대통령이 선출되면,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는 메시지로 맞설 것이고 보수진영에서 된다며 어떤 식으로든 거래를 할 가능성이 크다.

박 전 대통령의 수사를 흐지부지하게 만들수 있는 것은 결국 '시간'이다. 친박 진영에서는 대선 기간을 버티면, 또 다른 반전의 기회가 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 지난 이틀 간의 말과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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