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애호가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서양 거장의 작품들이 처음 국립미술관 소장품이 되면서 상설 전시로 만나볼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를 필두로 폴 고갱의 초기 풍경화,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마르크 샤갈의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책 읽는 여인>, 카미유 피사로의 <퐁투아즈 시장> 등 회화 7점과 파블로 피카소의 도자기 112점이 기증됐다고 미술관 쪽은 밝혔다. 근대작가는 아니지만 1980년대 이른바 ‘민중미술’로 불리운 진보 미술진영에서 활약한 리얼리즘 작가 신학철씨의 <한국현대사> 연작일부가 기증작품군에 포함된 것도 이건희 컬렉션의 방대한 수집 범위를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기증된 작품들 가운데는 회화류가 412점으로 가장 많다. 판화 371점, 한국화 296점, 드로잉 161점, 공예 136점, 조각 104점 등으로 각 영역들을 고르게 안배했다. 1950년대까지 제작된 작품이 320여점으로 전체 기증품의 약 22%를 차지한다. 작가의 출생 시기를 기준으로 잡으면 1930년 이전에 태어난 이른바 ‘근대작가’ 범주에 들어가는 작가 작품 수는 약 860점(58%)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작가별 작품 수를 보면, 유영국(187점)과 이중섭(104점)에 이어 유강열(68점), 장욱진(60점), 이응노(56점), 박수근(33점), 변관식(25점), 권진규(24점)의 순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 규모인 삼성가의 기증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은 소장품 총량 1만점을 넘기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특히 근대미술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명품들을 소장품으로 대거 확보해 컬렉션의 양과 질 측면에서 획기적인 도약을 이루게 됐다. 근대미술 전시 때마다 삼성미술관 리움에 불문율처럼 작품 대여를 요청했던 관행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