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2020년 08월 02일 10시 00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8월 03일 14시 34분 KST

잘라서 쓰면 환경에 도움이 되는 설거지비누를 만든 회사가 있다 (사진, 인터뷰)

FINDS|발달장애인들의 평범한 직장이 되어주기로 한 동구밭.

박디터의 FINDS ③|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물건 사는 법을 연구합니다.

HUFFPOST KOREA/SAYEON PARK
동구밭의 오이가지 비누

온난화는 단지 지구가 더워지는 게 아니라 날씨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했다. 기후변화가 ‘가짜뉴스’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반대로 ‘나 하나라도 실천’을 해야 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화학적 합성 물질이 없는, 계면활성제 없는, 아기가 써도 되는, 더러는 먹어도 되는 ‘안전한’ 샴푸와 세제를 찾는 이들이 있다.

화장품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코덕’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영국의 친환경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LUSH)는 8년 전 한국에 진출했다. 공정무역, 동물실험 금지, 포장재 최소화 방침을 가진 러쉬의 대표 상품 중 하나는 단단하게 만든 고체 샴푸인 ‘샴푸 바’였다.

비누처럼 거품을 내어 사용하는 샴푸 바는 환경을 신경쓰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액체 샴푸를 쓰던 사람들에게 대안이 됐다. 샴푸 바를 써본 이들의 요구에 다른 국내 업체들도 하나씩 고체 샴푸를 만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만들기 시작한 업체 중 한 곳이 동구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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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밭의 페퍼민트 비누

천연비누를 만들며 ‘성분 좋은 비누’로 알려지기 시작한 동구밭은 이제 고체 샴푸, 고체 린스, 고체 입욕제, 고체 설거지 세제도 판다. 하지만 사실 동구밭은 비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성인 발달장애인들에게 친구를 만들어주자’는 사회 활동을 하는 ‘단체‘로 시작한 곳이다. 활동을 이어가며 ‘계속해서’ 친구를 만들어주는 데는 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 활동을 아예 수익이 나는 활동으로 전환한 게 비누 제조였다. 어느새 6년차, 환경에 좋은 세제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더 많은 옵션을, 발달장애인들에게는 평범한 직장을 주는 동구밭의 직원들을 만나 요즘 인기에 대해 물었다.

HUFFPOST KOREA/SUJEAN PARK

- 동구밭 샴푸 바가 인기가 많은 것 같아요. 주위에 동구밭이라는 이름을 말하면 ‘써보고 싶었다’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 (임지현 팀장) 저희 고객 80% 이상이 30대에서 50대까지의 여성분들이세요. 천연 성분 제품을 쓰고 싶어하는 아이가 있거나 기혼자이신 분들이고요. 그런데 최근에는 ‘제로 웨이스트’(포장재 쓰레기 없는 제품)나, 동물복지에 관심 많은 분들도 쓰기 시작하시더라고요. 특히 거북이 코에서 빨대를 뽑는 영상 이후로 국내에서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은데, 고객들이 플라스틱으로 된 샴푸통을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만든 게 샴푸 바예요. 

= (박상재 이사, 이하 계속) 저희 제품 중에서는 샴푸 바 만큼 인기 많은 제품이 ‘설거지 바’예요. 판매량 1위와 2위를 왔다갔다 할 정도로 평가가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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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라 쓸 수 있는 설거지 바 500g 제품. 작게 잘라진 150g 제품도 있다

- 설거지 바도 똑같이 거품 내서 쓰는 건가요? 

= 네. 이것도 샴푸 바처럼 플라스틱 용기를 쓰지 않는다는 점이랑 ‘고체 세제’가 신박하게 느껴지는 부분에서 처음 관심을 끈 것 같고요. 호기심에 써본 소비자들이 ‘세정력도 괜찮다’고 느끼신 것 같아요. 특히 천연 성분이라 ‘먹어도 되는 고체 세제’라는 소개 때문에 아기 가진 어머니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여러번 구매해주고 계세요. 그렇지만 먹지는 마시구요.

 

- 천연 성분, 비닐 포장재를 없앤 방식 때문에 친환경 회사로 알려지고 있는 것 같아요.

= 지금은 친환경을 저희 주요 방향 중 하나로 잡고 있지만, 사실 처음 회사를 만들 때부터 친환경 제품을 만들자고 한 건 아니었어요. 동구밭은 원래 ‘성인 발달장애인들에게 친구를 만들어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대학생 자원 활동으로 시작했어요. 2014년에 노순호 대표가 구에서 빌려주는 ‘도심 텃밭’에서 발달장애인 한 명하고, 대학생 한 명이 팀이 돼서 농작물 재배하는 프로그램을 했었어요. 그런데 이런 활동을 오래 하려면 아예 활동 자체를 돈이 되는 걸로 바꾸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했던 거죠. 

우선 회사의 목표는 발달장애인들이 오래 다닐 수 있는 직장이 되는 거예요. 그걸 기본으로 발달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일,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유통기한이 긴 상품을 찾다보니 그게 비누였어요. 또 그때 천연 비누를 대량으로 공장에서 만드는 업체가 없었기 때문에 시장성이 있다고 보고 시작한 거죠.

그런데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고 출발한 회사다보니 다른 부분에서도 책임의식 같은 게 있었어요. 그래서 소비자들 요구에 따라서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사용도 줄이고, 배송 포장 때도 종이 포장재와 물에 녹는 옥수수 완충재를 쓰게 됐고요. 그러다보니 친환경 트렌드와도 맞물리게 된 거죠.

youtube/김나영의 nofilterTV

[자신의 유튜브(링크)에서 쓰고 있는 동구밭 설거지비누를 소개하는 김나영. 6월 21일 업로드.]

- 텃밭 활동을 하다가 직원으로 취업해서 지금까지 동구밭에서 일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직원도 있나요?

= 네, 한 분 계세요. 저희는 발달장애 사원이 23명이고, 비장애 사원이 21명이에요. 장애사원이 비장애사원보다 수가 많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장애사원의 채용을 늘리기보다 기존 사원의 근속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 이 두 가지 원칙만 빼고 다른 것들은 다 바꾸고 발전하고 있어요. 처음 모토는 ‘발달장애인의 꿈의 직장, 동구밭‘이었지만 지금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그리고 지구가 함께 공존한다’는 모토를 갖고 있어요.

 

동구밭의 ‘가꿈지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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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밭에서 '가꿈지기'로 일하는 주우복씨.

동구밭은 발달장애인 직원들을 ‘가꿈지기’라고 부른다. 제조 공정을 마친 제품들은 다음날 출고되는데, 동구밭 제1공장에서 일하는 주우복씨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전날 생산된 비누를 틀에서 빼고 로고를 박은 후 포장하는 일을 한다. 그에게 직접 물어본 ‘최애’ 제품은 가꿈비누와 설거지비누였다. “(품질은) 거의 다 좋다고 보면 되고요.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납니다, 예.”

 

동구밭에서 살 수 있는 고체 비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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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푸바 (중건성용, 지성용), 린스바, 세안비누, 바디워시, 발샴푸, 24개월 이하 영유아용 ‘탑-투-토’ 바디워시, 목욕용 버블바, 설거지비누, 과일야채세정비누 등

 

*대화는 명료한 전달을 위해 축약, 정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