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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감염병 전문가 앤서니 파우치의 하루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이 베테랑 전문가는 쉴 틈이 없다.

미국 최고의 감염병 전문가 앤서니 파우치 박사. 그는 1984년부터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을 맡아왔다. 1980년대 에이즈(AIDS)라는 낮선 전염병이 창궐하자 치료법 연구에 매진하고, 정치인들을 설득해 국가적 대응 체계 구축을 이끌어낸 주역이기도 하다.
미국 최고의 감염병 전문가 앤서니 파우치 박사. 그는 1984년부터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을 맡아왔다. 1980년대 에이즈(AIDS)라는 낮선 전염병이 창궐하자 치료법 연구에 매진하고, 정치인들을 설득해 국가적 대응 체계 구축을 이끌어낸 주역이기도 하다. ⓒASSOCIATED PRESS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로널드 레이건(1981-1989년)이 대통령이던 시절부터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감염병 전담기구를 이끌면서 지금까지 사실상 거의 모든 공중보건 위기 대응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그의 솔직한 의견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짓말들과 충돌하기 전까지는.

지난 몇 개월 동안 백악관은 파우치 박사의 조언을 대부분 무시해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 그리고 우파 언론들은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이 목소리 부드러운 전문가를 악당으로 묘사해왔다. 트럼프는 파우치 해임을 거듭 위협했고(실제로 그럴 권한은 없다), 집회에 모인 트럼프 지지자들은 ‘파우치를 해임하라!’고 외쳤다. 트럼프의 측근이었던 스티브 배넌은 파우치를 처형한 다음 그의 머리통을 백악관 앞에 꽂아둬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그러나 파우치 박사는 최악으로 치닫는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쉬지 않고 자신의 일을 계속하는 중이다.

″하루하루가 다르다.” 곧 80세 생일을 맞이하는 그가 추수감사절 전날(11월25일) 허프포스트 인터뷰에서 말했다. ” (코로나19 유행) 진행 상황에 앞서가기 위해 마치 소방호스째로 물을 마셔대는 그런 상황이다.”

전날, 그는 산더미처럼 쌓인 이메일을 자세히 살펴보느라 밤 11시까지 깨어 있었다. 피곤해서 더 할 수 없을 때까지 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하루에 수천통의 메일이 온다. (관계자들이) 스크린을 해서 주는데 내가 봐야할 게 수백통 정도 된다.” 그가 말했다. ”그러고 나면 말 그대로 쉴 틈이 없는 하루가 기다리고 있다.”

그는 이날 아침 5시10분에 다시 일어났다. 이날 하루 동안 스케쥴이 없는 시간은 20분이 고작이었다. 그 짧은 휴식시간마저도 하루 동안 새로운 업무가 생기면 없어질 판이다.

(자료사진) 2020년 6월30일 - 앤서니 파우치 박사가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에 출석한 뒤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파우치 박사는 코로나19 와중에 대다수 미국인들에게 신뢰를 받는 '국민 의사'로 떠올랐다.
(자료사진) 2020년 6월30일 - 앤서니 파우치 박사가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에 출석한 뒤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파우치 박사는 코로나19 와중에 대다수 미국인들에게 신뢰를 받는 '국민 의사'로 떠올랐다. ⓒASSOCIATED PRESS

 

미국 최대의 명절을 앞둔 이날, 그는 18시간 동안 일했으며 그 중 대부분은 언론 인터뷰에 할애됐다.

추수감사절 전날, 파우치 박사의 하루는 다음과 같았다.

  • 5:10 a.m. to 6 a.m. 샤워 및 면도
  • 6 a.m. to 6:30 a.m. 이메일 처리 이어서 하기
  • 6:30 a.m. to 7 a.m. ABC뉴스 ‘굿모닝 아메리카’ 출연
  • 7 a.m. to 7:30 a.m. NIH 사무실로 출근
  • 7:30 a.m. to 8 a.m. C-SPAN ‘워싱턴저널’ 출연
  • 8 a.m. to 8:30 a.m. WNYC-FM ‘더 테이크어웨이’ 출연
  • 8:30 a.m. to 9 a.m. 시카고 방송사와 인터뷰
  • 9 a.m. to 10 a.m. NIH 클리니컬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코로나19 중증환자 두 명 및 의료진 방문
  • 10 a.m. to 10:30 a.m.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고위 관계자들과 화상 회의
  • 10:30 a.m. to 11:00 a.m. 신문사 기자와 인터뷰
  • 11:00 a.m. to 11:50 a.m. 알렉스 에이자 복지부 장관, 프랜시스 콜린스 NIH 원장,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 스티븐 한 식품의약국(FDA) 국장 등 보건 당국자들과 화상회의
  • 11:50 a.m. to 12 p.m. 화장실 휴식 시간 및 이메일 처리
  • 12 p.m. to 12:30 p.m. 흑인들의 백신 회의론을 주제로 인터넷 언론 ‘theGrio’의 바이런 앨런과 인터뷰
  • 12:30 p.m. to 1 p.m. 허프포스트 인터뷰
  • 1 p.m. to 1:30 p.m. 또 다른 TV 출연 
  • 1:30 p.m. to 1:50 p.m. 드물게 잡힌 휴식 시간
  • 1:50 p.m. to 2:30 p.m. 또 다른 신문 인터뷰
  • 2:30 p.m. to 3 p.m. 과학 매체와의 인터뷰
  • 3 p.m. to 3:30 p.m. ”국제과학...무슨 센터, 워싱턴의 싱크탱크들 중 하나” 연설 준비
  • 3:30 p.m. to 4:30 p.m.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화상회의
  • 4:30 p.m. to 5:30 p.m. NIH 백신 과학자들과 화상회의
  • 5:30 p.m. to 7 p.m. 각종 전화 받기 

파우치 박사는 저녁 7시에는 퇴근을 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NIH 클리니컬센터 간호사이자 생명윤리 부서 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아내 크리스틴 그래디와 함께 45분 동안 ‘파워워킹’을 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는 마무리 될 예정이다. 그런 다음, 파우치 박사는 저녁식사 후 눈을 더는 뜰 수 없을 때까지 전화와 이메일들을 처리할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앤서니 파우치 박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대체로 무시해왔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정부의 백악관은 파우치 박사에게 흠집을 내기 위한 '여론전'을 벌이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앤서니 파우치 박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대체로 무시해왔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정부의 백악관은 파우치 박사에게 흠집을 내기 위한 '여론전'을 벌이기도 했다. ⓒBRENDAN SMIALOWSKI via Getty Images

 

요즘에는 개인적인 삶을 누릴 시간이 거의 없다. 그는 워싱턴DC의 지하철을 타지 않으며, 친구나 가족과 ‘안전하게’ 어울리는 건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성인이 된 자녀들은 올해 추수감사절에는 집에 오지 않기로 했다. 파우치 박사가 미국인들에게 간절히 당부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에게는 포장 음식을 주문하는 게 최대한의 사치다.

코로나19와 싸우느라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될 수는 없는 일이다. ”첫째, 감염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둘째, 나는 정말 중요한 할 일들이 있는데 내가 감염되는 바람에 문제가 생기면 정말 싫을 거다.” 그가 말했다.

파우치 박사와 아내 그래디가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보수 인사들로부터의 공격적인 레토릭 때문에 더 조심하게 된 것도 있다. 살해위협을 받기도 했고, 모욕적인 언사를 듣기도 했다.

″나를 지켜주는 연방 (경호)요원들이 있다. 그들이 나를 태워서 출근을 시켜주고, 여기(자택)에 상주하면서 아무도 침임하지 못하게 해주고, (트럼프의 전 측근) 스티브 배넌이 말했 듯 누군가가 나를 참수하지 못하게 해준다.” 파우치 박사가 말했다. ”(지인 등과) 교제는 안 한다. 나랑 아내, 연방요원들이 전부다. 우리는 말하자면 한 가족의 식구처럼 되어버렸다.”

 

파우치의 업무

아무리 구체적으로 설명해도 파우치 박사의 하루를 완전히 담아낼 수는 없다. 그는 여러 건의 화상회의를 위해 노트북 두 대를 사용한다. 그가 하나의 회의에 참석 중일 때 기술지원 인력이 달라붙어 다음 회의를 위한 컴퓨터를 미리 준비해두는 식이다. 파우치 박사는 그렇게 컴퓨터를 바꿔가는 동안 단 1초도 허비하지 않게 된다.

허프포스트 인터뷰 도중, 그는 백악관으로부터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인터뷰가 끝난 뒤에 꼭 전화를 해줘야 하는 일이었는데, 나머지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을 뿐만 아니라 이날 하루 동안 20분에 불과했던 휴식시간도 날아가고 말았다. (인터뷰 뒤에도 언제 어떻게 상황이 바뀔지는 알 수 없다.)

그는 이런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혹한 일정에 익숙하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에볼라 사태 때도 그랬고,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에이즈긴급지원계획’ 같은 중요한 보건 정책을 만들 때도 했던 일이다.

(자료사진) 2005년 12월5일 - 앤서니 파우치 박사와 쥴리 게르베딩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자료사진) 2005년 12월5일 - 앤서니 파우치 박사와 쥴리 게르베딩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ASSOCIATED PRESS

 

위기 상황 속에서도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통상 업무는 계속되며, 소장으로서 기관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파우치 박사는 그 일도 해야 한다. 2000여명이 근무하는 이 기관은 생물의학 연구를 지원하거나 직접 실행하며, 60억달러(약 6조5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은 NIH 산하기관들 중 국립암연구소(NCI)두 번째로 많다.

파우치 박사는 연방정부와 주 정부 및 지방 정부, 외국 정부 사이의 정책 협조를 돕는 일도 하고 있다. NIAID 내 과학자들로 구성된 ‘면역조절연구소’를 직접 이끌고 있기도 하다. 그 바쁜 와중에 과학저널에 논문을 쓰고, NIH 클리니컬센터에서 환자들을 치료한다. 그는 과학 및 보건 분야 컨퍼런스에서 탐내는 연사이며, 언론인들이 요즘 특히 많이 찾는, 과학과 의학 분야에서 경험이 많은 효과적인 소통 전문가다.

80대가 되는 파우치 박사는 일을 멈출 생각이 없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생각도 그렇다.

바이든 당선인은 4일 CNN 인터뷰에서 파우치 박사에게 자리를 지켜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여러 명의 대통령을 거치면서 해왔던 똑같은 직책을 계속해달라고 요청했고, 수석 의료고문으로 코로나19 대응팀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바이러스의 심각성을 부정하지 않는 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부에서 파우치 박사의 역할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 허프포스트US의 A Day In The Life Of Dr. Anthony Fauci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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