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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신임 법원행정처장으로 박영재 대법관을 임명하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대법원 사이의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이번 박 처장 인사를 법원개혁에 반대하는 '선전포고'로 인식해 박 처장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등 총공세를 예고했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왼쪽)이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에게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 사건 파기환송 결정 등에 대한 입장을 묻고 있다.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영상 갈무리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왼쪽)이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에게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 사건 파기환송 결정 등에 대한 입장을 묻고 있다.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영상 갈무리

5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조희대 대법원장이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후임으로 박영재 대법관을 임명하자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법사위원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국회 법사위에 전운이 돌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월13일 박 대법관을 새 법원행정처장에 임명했다. 박 대법관은 2024년 8월 조 대법원장의 제청을 받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법관으로 임명했던 인물이다. 

박 처장은 민주당과 여러 사건에 걸쳐 악연이 많은 인물로 평가된다. 2025년 6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상고심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징역 7년8개월의 형을 확정했다. 

특히 박 처장은 대선을 앞둔 지난해 5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상고심에서 주심을 맡았다. 그 사건은 주심이 배당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전원합의체로 회부돼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는데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체를 봉쇄하려는 ‘대선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박 처장은 파기환송 결정문에서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봤다. 또한 박 처장은 보충의견서에서도 다른 4명의 대법관과 함께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며 신속한 절차 진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조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인사와 행정을 총괄하는 인물에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상고심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박 처장을 낙점하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법사위원들은 대선 개입 행위에 가담했던 인물을 사법 행정의 수장으로 앉힌 것은 사법 중립성을 저버린 처사라며 임명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이 임명을 철회하지 않자 4일 수요일 열린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갈등이 폭발했다. 

박 처장은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을 두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했던 절차에 맞는 판결이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7만 페이지에 달하는 사건기록의 검토 미비와 이례적으로 빠른 파기환송 결정에 이르기까지 절차상 허점을 추궁했지만 박 처장은 잘못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 처장은 재판소원제, 대법관 증원, 법원행정처 폐지 등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법원개혁 방안을 두고도 “사법부 독립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제도들은 마련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재판소원제를 두고 “4심제로 가는 길이고 국민을 소송 지옥에 빠뜨리게 하는 것”이라 했고, 법원행정처 페지를 놓고 “법권의 독립에는 사법행정의 독립도 포함돼야 한다”고 맞받았다. 이는 전임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보다 더 적극적으로 사법개혁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조 대법원장의 ‘박영재 법원행정처장 임명’은 대법원이 여권의 법원 개혁 드라이브에 본격적으로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풀이도 나왔다. 실제 박 처장의 발언을 들은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은 “지금 여기 전쟁하러 나오셨냐”며 격앙된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추 위원장은 만일 박 처장이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다면 법사위 차원의 '청문회'를 열어 법원행정처장으로서 적합한 인물인지 따져보겠다며 초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법원행정처장은 대법관 중에 임명되는 것으로 현재 별도의 인사청문회는 법률에 규정돼 있지 않다.

추 위원장이 언급한 청문회는 국회법 제65조 “위원회는 중요한 안건의 심사나 국정감사·조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청문회를 열 수 있다”는 규정을 활용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박 처장의 '대선 개입 의혹'이나 '사법개혁 반대'를 "중요한 안건"으로 규정해 강제 출석을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발 등을 검토할 수 있다.

추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박 처장의 사퇴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은 법원 행정실무를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장이 법원 개혁에 대해 강하게 반대한다면 민주당의 법원개혁안 처리 과정에서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란 판단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판사출신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5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에서 “법원행정처의 역할에 대해서 반성적 태도라든가 국민께 좀 사죄하는 모습도 전혀 보이지 않고, 또 이재명 대통령님에 대한 그 파기환송의 주심으로서의 어떤 잘못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니까 추미애 위원장이 계속 이대로 둬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을 가지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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