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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타임이 '더 글로리' 통해 분석한 한국 학교폭력: "빈부격차가 주된 원인이다"

"K-드라마의 팬이라면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낯설지 않을 것."

'타임' 로고, '더 글로리' 스틸컷. ⓒ타임, 넷플릭스.
'타임' 로고, '더 글로리' 스틸컷. ⓒ타임, 넷플릭스.

'더 글로리'가 외국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다시 한번 한국 콘텐츠의 저력을 입증한 가운데, 한국 학교폭력 실태에 대한 해외의 씁쓸한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타임지는 지난 10일(현지시각)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를 심층적으로 다룬 기사를 공개했다. 타임은 "K-드라마의 팬이라면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낯설지 않을 것"이라며 넷플릭스의 또다른 콘텐츠 '지금 우리 학교는'과 웨이브의 '약한 영웅 클래스 1', 티빙 '돼지의 왕'을 예로 들었다. 그리고 '더 글로리' 문동은에게 사회는, "그렇게도 (피해자에게) 정의를 제공하기 싫어하는" 집단일 뿐이었다.

타임은 한국 청소년 사망 원인에 주목하기도 했다. 2007년부터 극단적 선택이 청소년 사망률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해왔다. 피해자들이 잇달아 목숨을 끊으며 2004년엔 학교폭력예방법이 제정되었으나 학교폭력은 여전히 큰 사회적 문제다.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타임은 "'더 글로리'는 폭력으로부터 20년이 흐른 시점에서 동은의 계획을 착실히 따른다. 한국 드라마의 계보를 잇는 최신작으로 학교폭력을 소재로 했으며, 한국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줄거리에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더 글로리' 내 고데기로 피해자의 몸에 화상을 입히는 장면은 2006년 청주 한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밝혀진 바 있다.

문제는 학교폭력이 신체적 위협만 가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트라우마까지 유발한다는 것이다. 타임은 문동은이 삼겹살을 굽는 장면을 목격하고 공황 상태에 빠지는 장면을 예로 들며 "성인이 되어서도 학교폭력 피해자들은 트라우마를 겪는다"고 설명했다. 

학교폭력의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사회적 지위와 재력의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폭력은 모든 사회계층 내에서 발생하지만, 피해자들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살짝씩 더 낮다는 결과도 있다. '달방'에 사는 문동은 또한 폭력 사실을 고발하지만, '부자 가해자' 박연진의 울타리는 견고했다. 경찰과 선생님은 문동은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고, 문동은은 피해 사실을 고발했다는 이유로 교무실 한 가운데서 담임 선생님에게 맞아야 했다.

'더 글로리' 김은숙 작가. ⓒ뉴스1
'더 글로리' 김은숙 작가. ⓒ뉴스1

타임은 학폭으로 국내 프로리그에서 퇴출된 이재영, 이다영 자매와 걸그룹 르세라핌에서 탈퇴한 김가람을 언급하는가 하면, 김은숙 작가가 '더 글로리' 제작발표회에서 했던 말을 인용해 기사를 마무리했다. "나에게는 가해자들을 지옥 끝까지 끌고 갈 돈이 있지만 극상 문동은은 그렇지 못하다. 이 세상의 동은이들은 거의 그렇지 못하다. 저처럼 돈 있는 부모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고, 그런 가정환경이 없을 것이다. 그런 분들을 응원하고 싶다. 현실은 너무 반대니까 동은이의 복수가 성공하길 바랐고, 그렇게 극을 이끌었다."

실제로 아들의 학교폭력으로 국가수사본부장에 낙마한 정순신이나 학폭 과거가 밝혀지며 트로트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황영웅의 논란이 불거진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매일 유명인의 새로운 이슈가 터지는 탓에 일일이 가해자들의 이름을 꿰고 있기도 어려울 수준이다. 우리 사회에 학교폭력이 만연하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차라리 논란이라도 되면 다행이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피해자들은 여전히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했거나, 두려움에 떨며 등교 중이다. 가해자들은? 두발 편히 뻗고 생활 중이겠지. '더 글로리'를 단순히 자극적인 '사이다' 드라마로만 소비하면 안 되는 이유기도 하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혜준 기자 hyejoon.moon@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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