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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계 신예들의 축제! 서울독립영화제2022 ‘배우프로젝트 - 60초 독백 페스티벌’ 현장에 가다

24명의 배우들이 권해효, 변영주, 변요한 등의 심사위원 앞에서 60초 동안 독백연기를 펼치는 오디션.

  • 김지연
  • 입력 2022.12.09 15:00
  • 수정 2022.12.16 13:17

취업준비생들이 숱한 면접을 거친다면, 배우들은 숱한 오디션을 거친다. 면접과 오디션은 모두 제한된 시간 안에 상대방에게 스스로를 보여줘야 하는 자리다. 취준생과 배우가 다른 점이 있다면, 배우는 배우가 된 후에도 끊임없는 오디션과 낙방을 거치며 배역과 극을 찾아간다는 것.

배우들이 매 오디션마다 지니는 긴장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느껴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독립영화제2022의 부대행사, ‘배우프로젝트 – 60초 독백 페스티벌'은 독립영화계의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기 위한 자리로, 배우들의 독백 연기를 통해 수상자를 선정한다.

이날은 롯데리아 불고기버거에 얽힌 눈물 젖은 스토리를 들려준 서나경 배우부터 사투리를 쓰는 노인 역할로 열연한 이재환 배우, 중국 국적의 진연 배우까지 지루할 틈 없는 연기를 펼쳤다. 고요한 무대 한가운데에, 소품도 배경도 없이 홀로 선 배우의 독백. 진공상태가 아닐까 싶은 공기마저 조용한 공간에서 배우의 숨소리까지 고스란히 와닿았다. 에디터는 혹시라도 내 침 삼키는 소리가 너무 크지는 않을까, 혹시 내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고 숨죽이며 배우들의 무대를 관람했다. 오디션을 본 적이 없어 감히 그 떨림을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숱한 면접은 경험해본 터라, 배우들의 긴장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

주관 심사위원인 권해효 배우. ⓒ서울독립영화제
주관 심사위원인 권해효 배우. ⓒ서울독립영화제

본선 공개 자유연기에는 권해효 배우, 조윤희 배우, <한산: 용의 출현>의 변요한 배우, <정말 먼 곳>의 이상희 배우, <82년생 김지영>의 김도영 감독, <화차>의 변영주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현장에 참석했다.

정재원 배우의 독백 연기. ⓒ서울독립영화제
정재원 배우의 독백 연기. ⓒ서울독립영화제

이날 본선에서는 참여자들의 다채로운 독백 연기가 심사위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롯데리아 불고기버거에 얽힌 눈물 젖은 스토리를 들려준 서나경 배우부터 사투리를 쓰는 노인 역할로 열연한 이재환 배우, 중국 국적의 진연 배우까지 지루할 틈 없는 연기를 펼쳤다.

정재원 배우. ⓒ서울독립영화제
정재원 배우. ⓒ서울독립영화제

1등은 ‘껌에서는 엄마 맛이 난다’며 웃음과 감동이 있는 이야기를 흡입력 있게 들려준 정재원 배우가 차지했다. 정재원 배우는 수상 후 줄곧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행사가 끝난 뒤 그에게 소감을 묻자 그때까지도 긴장이 덜 풀린 듯,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해서 전했다. 배우에게 상이 주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정재원 배우는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에 재학 중으로, 다수의 단편영화에 출연했다.

권잎새 배우, 양의진 배우. ⓒ서울독립영화제

2등은 이번 배우프로젝트 – 60초 독백 페스티벌의 최연소 참가자로 톡톡 튀는 고백 연기를 펼친 양의진 배우, 학생 연기를 펼친 권잎새 배우가 차지했다. 3등은 재치 있는 연기로 심사위원들의 웃음을 터트린 두 배우, 김춘식과 최가은 배우가 차지했다. 

최가은 배우, 김춘식 배우 ⓒ서울독립영화제

키스신 경험담을 유쾌하게 늘어놓는 캐릭터를 연기한 김춘식 배우는 이후 씨네플레이와의 인터뷰에서 “너무 긴장한 상태로 연기를 해서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이 독백을 준비하기까지,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다. 여러 가지 역할을 시도해 봤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연기를 최종으로 선보이게 되었다. 실제 겪었던 경험담을 모티브로 이야기를 짰다.”라며 회고했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소재는 결국 자신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

헤어진 연인과 다시 만난 자리에서 ‘보험 가입’ 권유를 받는 연기를 펼친 최가은 배우 역시 경험에 기반한 연기를 펼쳤다며 “최근에 이별을 겪었다. 너무 아픈 경험이지만, 이 이야기에 재미 요소를 넣고 싶어서 ‘보험’이라는 소재를 넣어 각색했다. 아무래도 ‘페스티벌’이다 보니까, 기존에 있는 이야기보다는 나의 이야기를 나누고 (심사위원들, 다른 배우들과 함께) 즐기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김서휘 배우, 원다현 배우의 예심 영상. ⓒ서울독립영화제 유튜브 캡쳐

서울독립영화제2022 상영작 감독들이 온라인 예심 영상을 보고 사전에 선정한 <Director’s Choice>에는 원다현 배우, 김서휘 배우가 낙점됐다.

심사에 참여한 변영주 감독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배우에게는 문해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 배우프로젝트 – 60초 독백 페스티벌에서 짧은 이야기를 만들어 보며 이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을 전달하는지를 느끼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라며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김서휘 배우, 원다현 배우. ⓒ서울독립영화제

배우 변요한은 “심사 기준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다. 특별한 기준은 없었지만, 보면서 내가 느끼는 것대로 (판단)하고자 했다.”라며 “우리는 이야기꾼이고, 용기 있게 이야기를 전달해야 한다. 나도 다시금 그 사실을 한 번 더 배우게 되는 시간이었고 많이 자극받았다. 용기 있게 도전해 주신 모든 분들께 박수를 드린다.”라고 심사에 참여한 소감을 전했다.

배우프로젝트 – 60초 독백 페스티벌 심사위원들. ⓒ서울독립영화제
배우프로젝트 – 60초 독백 페스티벌 심사위원들. ⓒ서울독립영화제

배우 출신인 감독 김도영은 “나도 오디션을 참 못 보는 배우였다. 그래서 설사 오늘 상을 못 받게 되더라도, (참가자 모두가) 훌륭한 배우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작은 것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보려고 했다. 오늘의 경험을 토대로, (참가자들이) 자신 있게 ‘내 것’을 드러내 보였으면 좋겠다.”라고 참가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권해효 배우. ⓒ씨네플레이
권해효 배우. ⓒ씨네플레이

이날 진행을 맡은 배우 권해효는 ‘배우프로젝트- 60초 독백 페스티벌’을 기획한 장본인이다. 권해효는 행사 이후 진행된 씨네플레이와의 인터뷰에서 “배우프로젝트 – 60초 독백 페스티벌은 서울독립영화제와 (취지가) 가장 잘 맞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오늘 오전에, 지난해에 본선에 올라왔던 한 배우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았는데, (독백 연기) 영상을 보고 일곱 분이 함께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라며 배우프로젝트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배우 권해효는 또 “’나의 연기가 매력적인 것인가, 나라는 사람은 누군가에게 무엇을 전달할 수 있는 가치가 있는 사람인가’하는 회의, 혹은 의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아니요, 당신의 연극은 볼 만하고 당신의 연기는 진실되고 가치 있습니다’라고 한 마디 던져주는 사람. (그게 배우프로젝트 – 60초 독백 페스티벌의 역할.)”이라며 배우프로젝트 – 60초 독백 페스티벌의 목적을 언급했다.

이상희 배우. ⓒ씨네플레이
이상희 배우. ⓒ씨네플레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배우 이상희는 실제로 배우프로젝트 – 60초 독백 페스티벌 1회 때, 함께 참가해보지 않겠냐는 동료의 권유를 거절했다고 한다. 이유는 본인이 떨려서라고. 이상희 배우에게 참가를 권유했던 동료는 1회 때 1등을 수상했다고 한다. 이상희 배우는 씨네플레이와의 인터뷰에서 “배우프로젝트 – 60초 독백 페스티벌이 (독립영화 배우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 수상하지 않더라도, 영상이 남아서 많은 감독님들이 찾아보고 캐스팅을 하신다. 실제로 배우프로젝트 – 60초 독백 페스티벌에 참여했던 친구들과 연이 닿은 적이 많다. 오늘은 내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어서 부담스러웠는데, 막상 와보니 내가 참가자분들에게 훨씬 더 많은 응원과 격려를 받았다. 나에게도 너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라며 의의를 전했다.

서울독립영화제2022 포스터.
서울독립영화제2022 포스터.

‘서울독립영화제’는 한 해 동안의 한국 독립영화를 결산하는 국내 유일의 독립영화 경쟁 영화제로서, 주제, 형식, 길이에 구분 없이 공모하여 우수작을 시상한다.

‘한국영화의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서울독립영화제는 경쟁 독립영화제로, 한 해 동안 제작된 다양한 독립영화들을 아우르고 재조명하는 교류와 소통, 축제의 장이다. 극, 실험,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독립영화를 공모하고 구분 없이 시상한다. 서울독립영화제는 기성 영화의 대안이 될 새로운 독립영화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독립영화의 다양한 경향을 소개하며 한 해의 독립영화를 결산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로 48회를 맞이한 서울독립영화제는 총 1,574편의 공모작이 접수되어 역대 최다 편수를 갱신했다.

 

 

김지연 에디터: jiyeon.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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