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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동해에 갇혀살던 반달곰 22마리의 사연을 담은 다큐멘터리 ‘곰마워’가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을 전할 예정이다

국내 최초이자, 미국 내 최대 이주 프로젝트다.

다큐멘터리 '곰마워' ⓒ'곰마워 프로젝트' 유튜브
다큐멘터리 '곰마워' ⓒ'곰마워 프로젝트' 유튜브

나오자마자 흙을 파본다든지, 풀을 뜯더라고요. ‘아, 저 본능을 어떻게 지금까지 가두고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죠.”(동물자유연대 채일택 활동가)

철창에서 태어나 10년 넘게 갇혀 살던 곰이 생전 처음 흙바닥에 발을 디디면 어떻게 반응할까. 강원도 동해에서 구조돼 미국 콜로라도 야생동물 생크추어리(TWAS)까지 이주한 반달가슴곰 22마리의 사연을 담은 다큐가 제작된다.

지난 3월 강원도 동해에서 구조된 반달곰 22마리가 콜로라도주의 보호구역으로 이주했다.  ⓒ'곰마워 프로젝트' 유튜브
지난 3월 강원도 동해에서 구조된 반달곰 22마리가 콜로라도주의 보호구역으로 이주했다.  ⓒ'곰마워 프로젝트' 유튜브

지난 3월 동물자유연대와 야생동물 생크추어리는 사육곰들을 구조해 콜로라도주의 광활한 보호구역으로 돌려보냈다. 국내 최초이고, 미국 내 최대의 이주 프로젝트였다.(▶‘안녕’ 인사하듯 돌아보던 사육곰) 다큐 ‘곰마워’는 이렇게 뜬장 속에서 죽을 날만을 기다리던 곰들이 철창을 벗어나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는 과정을 상세히 그린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다.

한국과 중국에서만 합법인 '곰사육 산업' ⓒ'곰마워 프로젝트' 유튜브
한국과 중국에서만 합법인 '곰사육 산업' ⓒ'곰마워 프로젝트' 유튜브

반달가슴곰은 국제적인 멸종위기종(CITES 멸종위기 1급)으로 국가 간 거래가 엄격히 금지된 종이다. 그러나 1981년 한국 정부가 농가소득 보전의 일환으로 들여온 사육곰은 웅담 및 쓸개즙 채취 목적으로 키워졌으며, 곰 사육·거래에 대한 규정이 변한 지금까지 40년 넘게 사육이 이어져 오고 있다. 2022년 현재 곰 사육이 합법인 나라는 오직 한국과 중국뿐이다.

'뜬장'에 갇힌 반달곰의 모습. ⓒ'곰마워 프로젝트' 유튜브
'뜬장'에 갇힌 반달곰의 모습. ⓒ'곰마워 프로젝트' 유튜브

동물자유연대와 녹색연합,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카라 등은 국내 사육곰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오랜 기간 문제를 제기하고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지만 여전히 전국의 농가에는 300여 마리 곰들이 사육되고 있다. 정부는 2026년까지 곰 사육을 종식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보호시설을 설립하고 있지만 오랜 시간 철창에서 살아온 곰들은 노화, 질병이나 열악한 환경 등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뜬장'에 갇힌 반달곰의 모습. ⓒ'곰마워 프로젝트' 유튜브
'뜬장'에 갇힌 반달곰의 모습. ⓒ'곰마워 프로젝트' 유튜브

다큐 ‘곰마워’를 연출한 김민우 감독은 “작품은 죽어야만 철창에서 나올 수 있는 비극에 처한 곰들이 사람의 노력으로 자연을 만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자유의 소중함과 삶의 가치를 돌아보게 하는 휴먼 다큐멘터리를 그릴 예정이다. 한국 사육곰 사업 전반에 대한 설명과 함께, 동해 곰 22마리를 살리고자 고군분투하는 활동가들의 절실한 마음이 펼쳐진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이러한 현실을 담기 위해 동해 사육곰이 철창을 벗어나던 현장부터 미국 콜로라도에서의 방사까지 동행했고, 동해 곰 농가뿐 아니라 지난해 수차례 사고가 났던 여주, 용인 사육곰 농가를 찾는 등 사육곰이 처한 상황을 입체적으로 담으려고 노력했다. 또한 곰들이 새 삶을 찾는 장면에 많은 박수를 보내는 한편, 한쪽에선 여전히 곰 사육이 지속되는 우리의 모순에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반달곰을 구하기 위한 노력. ⓒ'곰마워 프로젝트' 유튜브
반달곰을 구하기 위한 노력. ⓒ'곰마워 프로젝트' 유튜브

김민우 감독은 “곰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이토록 곰에 집중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들이 끝내 얻고자 하는 답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1980년대부터 이어진 곰 사육 산업의 역사와 이면을 취재하며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가는 과정이 작품에 담겼다”고 밝혔다.

ⓒ'곰마워 프로젝트' 유튜브
22마리를 구조했지만 300여 마리의 곰이 남아있는 상황. ⓒ'곰마워 프로젝트' 유튜브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22마리의 곰은 구조했지만 여전히 300여 마리의 곰이 철창 속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남은 곰들을 위한 여론의 관심과 사육곰 특별법 제정 등의 실질적인 논의까지 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곰마워’는 현재 후반 제작이 진행 중이며 12월에 제작이 완료된다. 2023년 극장 상영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후반 제작 지원비 마련을 위해 지난 18일부터 11월15일까지 와디즈 소셜 펀딩을 진행 중이다. 후반 제작 비용을 제외한 기타 수익은 동물자유연대의 사육곰 종식을 위한 활동에 기부된다.

 

한겨레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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