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16세는 임신중지 결정하기에 성숙하지 않아" 플로리다 법원이 16세 소녀의 임신중지 불허 판결을 내린 이유다

플로리다주는 임신 15주가 지나면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도 예외 없이 임신중지를 금지한다.

2022년 8월 6일 뉴욕에서 임신중지 합법화 시위가 열렸다. 출처: 게티 이미지
2022년 8월 6일 뉴욕에서 임신중지 합법화 시위가 열렸다. 출처: 게티 이미지

플로리다 법원이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각) 미국에서 16세 소녀가 아이를 가질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원에 임신중지 허용을 요청했으나 기각당했다. 그는 아직 학생이고 실업자임을 설명했으나 법원은 그가 임신중지를 결정할 만큼 성숙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임신중지를 불허했다.

현재 미성년자가 플로리다주에서 임신중지를 하려면 의사에게 부모 혹은 법적 보호자의 동의서 혹은 면제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번 소송의 당사자는 부모 없이 친척과 살고 있어서 임신중지 요건을 면제해달라는 요청을 법원에 냈다. 그러나 법정 후견인의 임신중지 동의는 있었으나 그게 서면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2022년 7월 25일 인디애나주 상원에서 임신중지 금지법에 대한 활동가들의 반대 시위가 일어났다.
2022년 7월 25일 인디애나주 상원에서 임신중지 금지법에 대한 활동가들의 반대 시위가 일어났다.

소송한 십대는 원심에 불복, 항소심까지 갔지만 15일 열린 항소심에서 플로리다주 법원은 이를 기각했고 그는 원치 않는 임신을 유지하게 됐다. 이와 같은 판결이 나오게 된 배경은 앞서 대법원이 6월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것이다. 각 주는 저마다 임신중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됐는데, 플로리다주는 임신 15주가 지나면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도 예외 없이 임신중지를 금지한다.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 플로리다주의 임신중지법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 미시시피, 앨라배마, 루이지애나 등 인근 주보다는 덜 제한적이라는 점이 놀랍다. 이 주들은 임신 6주 후의 임신중지를 금지하거나 아예 임신중지 그 자체를 금지해버렸다.

2022년 8월 6일 뉴욕에서 임신중지합법화 시위가 열렸다. 출처: 게티 이미지
2022년 8월 6일 뉴욕에서 임신중지합법화 시위가 열렸다. 출처: 게티 이미지

15일(현지시각) 재판에 참여한 판사 스콧 마카는 "아슬아슬한 결정이었다"라며 "이 여성은 임신중지에 대한 고려 사항을 잘 알고 있었고 구글 검색 및 가족과 의료 클리닉 방문 등을 통해 임신중지를 할 때 일어날 일을 충분히 습득했다"라면서도 임신중지 불허 결정이 결국 내려졌음을 전했다. 

현재로서 이 십대 소녀는 고향 플로리다주에서는 임신중지 시술을 받을 수 없으며 그의 의사와 무관한 임신을 유지해야 한다.

유해강 기자 haekang.yoo@huffpost.kr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