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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 딸 두고 6·25 참전한 젊은 아버지는 70년이 지나 딸 품으로 돌아왔다

유해가 되어 돌아온 아버지.

  • 이인혜
  • 입력 2020.12.17 17:53
  • 수정 2020.12.17 17:54
고 전원식 일병 유해발굴 최초 식별현장.
고 전원식 일병 유해발굴 최초 식별현장. ⓒ한겨레/ 국방부 제공

 

두 살배기 딸을 두고 참전한 아빠는 유해가 되어 일흔이 넘은 딸의 품으로 돌아왔다. 1925년 12월4일 경북 청도군 대성면에서 7남매 중 셋째로 태어나 농사를 짓던 고 전원식 일병은 20대 중반인 51년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아내와 두 살된 딸을 두고 떠난 전장이었다. 하지만 전쟁터에서 숨진 그의 유해조차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했다.

그의 유해 발굴은 뜻밖의 제보로 이뤄졌다. 지난 2014년 경기도 가평에 사는 주민 송순목(73)씨가 “6·25 때 부상을 당한 군인 두 명을 집에서 돌봤는데 돌아가셔서 선산 근처 숲 가마터에 매장했다는 얘기를 어릴 적 들었다”고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전해온 것이다. 발굴단은 이를 토대로 이듬해 현장 조사를 벌여 두개골을 포함한 완전한 유해를 발견했다. 단추, 옷핀, 빗 등 유품 23점도 함께 발굴됐다. 하지만 당시엔 그가 누구인지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지난 2015년 경기 가평 북면 목동리 일대에서 찾은 6·25 전사자 유해를 고 전원식 일병으로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채취한 고인의 일흔 넘은 딸의 유전자와 유해를 비교 분석해 69년 전 헤어진 두 부녀의 관계가 최종 확인된 것이다. 2000년 4월 유해발굴 사업이 본격화한 이후 신원이 확인된 전사자가 157명으로 늘었다.

고인은 국군 8사단 10연대 소속으로 1951년 2월 가평지구 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방부는 “당시 고인이 소속된 국군 8사단은 발굴지역에서 60㎞ 떨어진 횡성지역에서 전투 중이었고, 1·4 후퇴 당시 중국군과 교전하며 가평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딸 전정숙(73)씨는 “아직 실감이 나지 않지만 아버지가 돌아오셨다는 사실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고인은 내년 1월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 뒤 국립현충원에 안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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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전쟁 #6.25 #국립현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