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 주연 ‘탑건:매버릭’에는 1986년 작과 달리 여성 파일럿이 등장한다.
1998년 실제 미국 탑건 스쿨에서 파일럿 베키 칼더가 여성 최초로 졸업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탑건:매버릭‘은 탑건 스쿨에서 여러 여성 파일럿을 배출해 내는 현실을 반영하며 모니카 바바로를 콜사인 ‘피닉스‘로 캐스팅했다. 그리고 바바로는 ”영화를 촬영하면서 캐릭터가 많이 바뀌었다”라고 고백했다. 사실 바바로는 처음에는 ‘구스’ 닉 브래드쇼의 아들 ‘루스터’ 브래들리 브래드쇼(마일스 텔러 분)과 사랑에 빠지는 설정이었다.
바바로는 ”처음 캐스팅됐을 때만 해도 나와 텔러가 연인으로 나올 거라는 소문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지 않아서 좋았다. 연애 대상이 아닌 역이라서 오히려 좋았다. 진짜 온전히 유능한 파일럿 역으로 영화에 출연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군대 내에서 같은 소속의 파일럿끼리는 연애 금지다. 바바로는 ”나와 텔러가 초기에는 이번 작에서 연인으로 나온다는 소문이 있긴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우리는 극 중 서로 능력을 인정하며 믿는 친한 친구 사이다. 군대 내에서 파일럿들이 사귀게 되면 같은 편대에 있을 수 없다. 실제 파일럿 커플들도 물론 있지만, 같이 일하는 경우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조셉 코신스키 감독은 ‘피닉스’ 역에 맞는 배우를 찾기 위해 100명 이상의 후보자들을 직접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바바로는 이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했다. 바바로는 영화 촬영 중 비행 훈련을 받으며 여러 여성 파일럿을 만났고 그런 만남을 통해 캐릭터가 성장했다고 전했다. ”내가 만난 여성 파일럿들은 정말 멋졌다. 그들을 개인적으로 알기 위해 노력했고 질문도 많이 했다. 피닉스라는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남성이 대부분인 사회에서 이 여성 파일럿들은 두 배 이상 노력했고 실패하지 않도록 완벽주의를 추구해야 했다. 이 여성 파일럿들에게는 공통적으로 그런 경험에서 오는 강렬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 여성들은 또 정말 재미있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내가 만난 그 어떤 여성들보다 멋졌다. 이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내 캐릭터도 더 멋지게 그려졌다.”
바바로는 다른 배우들과 함께 파일럿 훈련을 받았다. 처음으로 하늘을 난 바바로는 ”절대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고 말하며 ”오랫동안 발레를 해 온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바바로는 뉴욕 대학교에서 춤을 전공했으며 수년간 발레를 연습해 왔다. 글래머에 따르면 그는 ”발레로 다져진 몸은 실제 F-18 전투기에서 공중 기동 훈련을 수행하는 동안 의식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 발레로 훈련한 덕분에 고도의 통증에 내성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다른 남자 배우들이 ‘거꾸로 도는 거 너무 싫다’고 말하곤 했는데 나는 오랫동안 그런 동작을 해왔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어려운 비행 훈련 중 구토를 경험했지만 바바로는 잘 견딜 수 있었다.
더할리우드리포터에 따르면 이번 ‘탑건:매버릭‘에서 대부분의 동료가 피닉스를 존중하지만 ‘행맨’역의 글렌 포웰이 바바로를 힘들게 하는 장면이 지나간다. 이에 대해 바바로는 ”이런 장면을 아예 없애자는 논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 장면이 들어간 게 좋다. 실제 군 항공계는 이런 일에 비교적 진보적이다. 남녀 상관없이 파일럿에게 경의를 표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환경에서조차 성차별이 여전히 여기저기 작은 순간 속에 존재하지 않을 리가 없다. 피닉스라는 캐릭터가 이런 경험을 했다는 걸 작게나마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게 좋았다. 지나치게 부풀리지 않으면서도 항상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안정윤 기자: jungyoon.ahn@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