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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포스트 인터뷰] 김광진 의원은 한국은 정상적인 인권국가가 아니라고 말한다

  • 원성윤
  • 입력 2016.03.14 10:20
  • 수정 2016.03.14 17:29

김광진 의원은 인터뷰 도중 '인권'이라는 단어를 입에 자주 올렸다. '이것이 온당하냐'는 말도 자주했다. 그가 지난 4년간 국회에서 경험한 국방부와 국가정보원의 실체를 설명하는 데 필요한 단어였다. 김 의원은 숱한 죽음과 비리들을 목격했다. 군 가혹 행위로 사망한 윤 일병 사건, 임 병장의 총기 난사, 마티즈에서 사망한 임 과장, 국정원 군 사이버사령부 대선 개입, 통영함 등 방산비리 등을 떠올릴 때 그의 입에서는 정확한 숫자와 날짜가 막힘 없이 나왔다. 같은 당 다른 의원들이 몸을 사리는 LGBT 이슈에 관해서도 물러섬이 없었다. 총선을 37일 앞둔 지난 3월 7일,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김광진 의원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였다.

인터뷰 : 원성윤 에디터

사진 : less(김태균)

동영상 : 이윤섭 에디터

- 이제 4년 간의 국회의원 생활도 마무리되는데요. 지난 4년 돌아보시면 어떻습니까.

= 다른 어떤 의원보다 스펙타클했다고 봅니다. 19대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들어왔어요. 청년 비례대표였고, 오자마자 당 최고위원을 맡았습니다. 4년 전 대선 때는 중앙선대위에서 있었고요. 4년을 국회 국방위와 정보위에서 활동하다 보니 사람들은 저를 밀덕(밀리터리 덕후)이라고 아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원래 문화와 예술을 사랑해서 문방위에서 활동하고 싶었습니다만.

- 의원님은 국회 국방위에 계셨죠. 가혹 행위로 사망한 윤 일병 사건, 총기 난사했던 임 병장 사건 등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겨다 줬습니다. 대한민국 부모들은 "자식 군에 보내기 겁난다"고 할 정도였고요.

= 윤 일병 사건이 특수한 사건이 아닙니다.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1년에 150명이 군대에서 사망합니다. 50명 정도는 사건·사고로 사망합니다. 나머지 100명은 자살입니다. 이 100명은 의문사가 됩니다. 군에서 제대로 된 진실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 의문사를 해결하는 게 대한민국군의 급선무입니다. 윤 일병 사건과 임 병장 사건도 다 마찬가지인데, 대한민국군 사법체계에 문제가 있습니다. 진실규명에 대한 아무런 의지도 없고, 제도가 갖춰져 있지도 않습니다. 재심을 요구하거나 죽음을 사유를 이해할 수 없을 때 그것을 입증할 책임이 유족에게 있습니다. 부대를 방문할 수 있는 권한도 없고 수사권이나 조사권, 심지어 자료에 접근할 권한도 없습니다. 부대 출입의 자유도 없는 유족이 헌병이 조사한 결과 외의 이유로 사망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 자체가 이해 될 수가 없죠. 그리고 자해 사망을 하게 되면 의무 복무를 하다가 사망했음에도 자해 사망을 했을 때 국가유공자가 되지 못합니다. 당연히 국립묘지에 가지 못하고, 연금이 나오지 않습니다. 세계 11대 경제 대국이라고 외치는 대한민국이, 연간 380조의 예산을 쓰고 국방예산만 40조인 나라가 사망 보상금으로 500만 원을 줍니다. 이게 정상적인 인권국가가 아닌 거죠.

- 이렇게 드러나기 어려운데 윤 일병 사건은 어떻게 해서 세상에 드러났습니까.

= 2014년 4월 7일에 발생한 사건인데 그날 저녁에 국군이 뭐라고 발표했습니까? 회식 중에 음식물을 먹다가 기도가 폐쇄돼서 사망했다. 진실과 상반된 이야기를 말한 거죠. 윤 일병은 정말 특이한 사례였습니다. 삼촌 중에 의사가 있어 사인을 의심할 수 있었고, 가해자 중에 한 분이 양심 고백을 했기에 세상에 드러난 것이지요. 또 윤 일병 사건은 국회와 언론의 관심을 받았고, 그래서 진실이 밝혀진 몇 안 되는 사건입니다. 이런 일들은 군에서 비일비재합니다. 그런데 세상에 실체적 진실이 밝혀진 몇 안 되는 사건이라 유명한 겁니다.

왜 이게 안 드러나느냐. 군대 내 '사망자 관리 규정’에는 '개인의 부주의로 사망한 경우 지휘관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돼 있어요. 그걸 달리 말하면 어떻게 됩니까. 살아있는 지휘관이 책임지지 않으려면 죽은 놈이 원천적으로 문제가 있어야 한다. 그러니 다 정신병자를 만들고 이상한 애로 만드는 거에요. 그런데 그것도 잘못이에요. 대한민국에 모든 남성이 군대에 갑니까? 병무청에서는 대한민국 남성의 신체등급을 정하게 돼 있습니다. 현역병, 공익근무, 면제로 나뉘죠. 원천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을 현역병으로 보냈다면 그조차도 국가가 책임을 져야죠. 그것에 대해서 책임회피를 계속하는 거죠.

- 이토록 군 가혹 행위가 개선되지 않고 제자리걸음이 반복되는 이유는 뭐라고 봐야 합니까.

= 한국에서 인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두 곳이 있습니다. 바로 학교와 군대죠. 예를 들어 직장에서 누군가가 기자님을 때렸다고 생각해보세요. 그걸 바라보는 직장 동료들이 가만있겠습니까. 회사에서 그걸 ‘장난이지’하고 용인해 줄 거 같습니까? 그런데 군대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면 대한민국은 어떻습니까? '군대니까 그렇지, 남자들이 있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고 제삼자가 아무렇지 않게 가해자에게 동의해줍니다.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애가 얼마나 맞을 만 했으면’하는 식의 인권의식이 빨리 전환이 돼야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 중에 맞아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대령이 소령을 때릴 수 있는 권한이 없어요. 그것도 국가의 부름을 받고 온 의무병에게 더욱더 가혹하게 참으라고 합니다. 이 국민의 인식을 빨리 바꿔주셔야 해요. 국민이 해낼 수 있는 문제에요.

- 국방위에 계실 때 숱한 국방비리가 못할 정도로 터져 나왔습니다. 해법이 있습니까?

= 문민 국방부 장관이 필요합니다. 군 출신이 아닌 사람이 국방부 장관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대한민국은 남북 간의 특수성 얘기하지만 정작 국방부 장관이나 합참의장은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입니다. 현재 호주,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에는 이미 여성이 국방부 장관을 하고 있습니다. 임신 중에도 국방부 장관을 한 예도 있고요. 방산비리 말씀하셨는데, 정무직이라는 장관은 결정하는 사람이고 잘못은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본인이 육군총장일 때 결재했던 것들이 그대로 쌓여서 장관이 되는데 잘못된 걸 어떻게 바로 해결하겠어요. 새로운 시선과 국민의 관점으로 그때그때 생긴 문제들을 해결해야죠. 그런데 이런 인적 네트워크 안에 갇혀 있다 보니 방산비리가 끊이지 않는 거에요.

- 테러방지법 통과 저지를 위해 더민주가 47년 만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했습니다.

= 테러방지법의 진행과정이나 법 자체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저였습니다. 첫 주자가 저가 될 수밖에 없었죠. 본 회의가 열리기 전, 의원총회를 열었는데 10분 가운데 9분이 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종편에서 가만히 있겠느냐?' '중도층에서 안보를 경시하는 정당이 될 것이다.' 등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왔는데, 그런데도 '날치기 통과하는 거보다 낫지 않겠냐'는 이런 의견을 밀어붙여서 하게 됐습니다. 올라갈 때만 하도 필리버스터 제도를 처음 경험한 것이고 2번 주자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올라갔어요. 12시까지만 버티라고(웃음). 내려오고 나서야 얼마나 얼마나 많은 시민의 지지가 있는지 알게 됐어요. 방청석에는 사람 한 명도 없고 새누리당도 없고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일반 시민들이 국회방송을 볼 거라는 생각을 하지도 않았죠. 게다가 저 이후에 하신 분들은 국정원의 문제, 자신의 경험들을 풀어냈지만 저는 법리에 관해서만 얘기 했어요. 꼬투리 잡히지 않으려고. 아주 재미없는 필리버스터였죠. 5시간 30분을 하고, 내려오면서도 본회장 통로에서 의원들이 격려해준 게 5시간 반을 해준 것에 대한 격려로 받아들였습니다. 내려와서 '김광진 힘내라'가 포털 검색어 1위도 했다는 걸 알게 됐죠.

- 테러방지법만큼이나 사이버 테러 방지법에 대한 우려도 큽니다. 때마침 박 대통령도 관련 법을 처리해달라고 했죠. 그날 국정원도 '북한이 주요인사들에 대한 휴대전화 해킹을 했다'고 밝혔다. '사이버 테러 방지법' 왜 문제인가요.

= 테러방지법과 같은 이유입니다. 테러방지법은 휴대전화기 감청이라는 것이 대상자 자체는 모든 시민이 되겠지만, 범위로 치자면 대한민국 국민이 10% 정도가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사이버 테러 방지법은 모든 휴대전화기에 대해 카카오톡 등의 내용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들. 카카오나 여기 허핑턴포스트도 마찬가지로, 다 이런 업체들까지도 국정원이 담당하고 관장할 수 있어요. 그것에 대해서 거부할 수 없어요. 단순하게 바이러스 하나가 발견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백업 자료를 가져갈 수 있어요.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 내부 정보도 유출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난번 국정원이 이탈리아 소프트웨어 기업 해킹팀으로부터 산 것으로 알려진 '원격조정시스템(RCS) 해킹 소프트웨어'를 기억하실는지 모르겠어요. 카카오톡이 해킹이 안 된다는 것이 쟁점이 됐어요. 그게 카카오톡의 보안성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소스코드를 이탈리아 팀이 쉽게 확보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거든요. 그런데 이 법에 따르면 바이러스 하나만 카카오 본사에 발견되면 소스코드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국정원이 바로 뚫을 수 있는 거죠. 이런 것들이 다 가능해 지는 거죠.

- 그런데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조사하려면 '수석부장판사의 영장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영장판사가 그렇게 무분별하게 영장을 남발하겠냐고 말하는데요.

= 그것은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법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는 겁니다. 영장은 왜 필요하냐면요, 현재 사건이 발생하거나 예정된 범죄가 있을 때 필요한 것입니다. 감청이라는 게 예전에는 실시간으로 듣는 겁니다. RCS 프로그램은 전화를 끊으면 자료가 백업됐다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데이터로 전송해서 줍니다. 사후에 발생하는 문제거든요. 이건 '영장주의'랑은 상관이 없는 문제가 됩니다. 자료 요구를 하거나 조사를 통해서 다 책으로 묶어져서 나오는 거에요. 계속 영장을 가지고 국민을 호도하는 겁니다.

- 장하나 더민주 의원을 비롯해 국정원의 통신 조회된 인물들도 속속들이 나오고 있죠. 이 법이 통과되면 무차별적으로 들여다보는 게 더 수월해지지 않습니까?

= 이런 일들이 영장과 상관없이 하는 겁니다. 왜냐? 과거의 이력을 하는 것이니까요. 카카오는 무분별하게 뚫려 있는 것이죠. 예전에는 범주의 대상이 문제점 있다는 것을 법률에 따라서 결정을 내렸지만, 국정원이 '의심된다.' 혹은 '디도스 좀비 컴퓨터로 보인다. 북한과 연계될 수 있다. 데이터 한번 가져가 봐야겠다'고 지정해버려도 어찌할 방법이 없는 거죠.

- 국정원이 이렇게 사활을 거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요?

= 국정원은 국외, 대북 파트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국내파트를 강화 필요는 없거든요. 그런데 국내 정치에 관한 관심이 큰 거죠. 자국민에 대해 알고 싶은 거에요. 자국 회사에 대해 알고 싶은 겁니다. 북한에 대해 알고 싶은데 우리나라 법률로 어떻게 합니까. 북한 간첩이 내려와서 자기 주민등록번호로 휴대전화 가입하고, 계좌를 만들 때 시중은행 가서 만들겠습니까? 그렇지 않거든요.

-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당시 '국정원 쇄신'을 약속했지만, 그걸 했다는 걸 들어본 적은 없는 거 같습니다.

= 전혀 이뤄지지 않았죠.

- 국회 정보위에서 국정원 차장들을 만나면 그들은 뭐라고 하나요?

= 그냥 '믿어달라'는 이야기를 하죠. 예전에 국정원이 아니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합니다. 그러려면 잘못에 대해서 단죄 받았다고 하면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런데 국정원은 댓글 부대 사건에 대해서도 재판이 벌어지고 있을 때 국정원 직원들을 재판에 보내지도 않고 있어요. 국정원장이 직접 가지 말라고 명령하고 있죠. 유명한 '좌익효수' 역시 징계를 내렸다고 국회에 와서 보고했지만, 6개월째 징계를 하지 않고 있었던 게 밝혀졌죠. 전·현직 국정원장들은 재판을 받고 있지만, 실제 댓글을 썼던 요원들은 단 한 명도 이 사건과 관련한 재판을 받고 있지 않아요. 그러니 어떻게 믿겠어요.

댓글 부대사건을 전임 정부의 일이라고 칩시다. RCS는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난 사건이잖아요. 이걸 누구한테 한 것인지, 얼마나 지속해서 했는지, 지금 이 시각까지도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고 있지 않아요. 그런데 테러방지법으로 인한 감청 등이 벌어졌을 때 '알아서 잘 보고 하겠다. 믿어달라'는 게 가능하겠습니까. 테러방지법은 심지어 법률에도 의거한 건데, RCS는 그냥 도청한 거 아닙니까. 불법행위를 한 것에 대해 보고하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믿습니까. 국회도 참 무능하지만, 국가를 이런 식으로 운영해서는 정말 안 됩니다.

- 국정원 개혁방안을 가지고 있습니까?

= 국정원도 기본적으로 문민통제가 이뤄져야 합니다. 국회 정보위가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해요. 예전에 새누리당이 국정원 개혁 특위에서 만들었던 것을 합의했던 것처럼 해주면 좋겠습니다. 국회 내에 상설 직원을 둘 필요성이 있고요. 또 국정원 직원들이 국정원법에 따라서 모두 증인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데, 헌법이 국정원법에 우선합니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사법부를 무력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것도 참 안타까운 일이죠.

- 국정원 이탈리아 해킹팀 프로그램 의혹 당시 실무자였던 임 과장이 마티즈에서 자살했습니다. 당시 밝혀진 게 있습니까?

=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죠.

- 그 사건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 알 수가 없는 사건입니다. (침묵) 그냥 경찰보다 국정원이 먼저 도착했다는 사실관계만 확인이 된 것이고요. 그래서 어떻게 정리됐는지, 구급차의 CCTV는 왜 꺼졌는지 누구도 알 수가 없습니다.

- 그러니까 국정원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렇게 봐도 됩니까?

= 무소불위의 권력이죠. 대통령이 지금은 국정원의 권력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결국 대통령도 국정원에 장악되실 겁니다. 그게 정보기관의 속성이거든요. 국회의장이 왜 국정원장을 만나자마자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했겠어요.

- LGBT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박영선 더민주 비대위원께서 국회 기도회에 가셔서 이런 말씀을 하셨네요. "여러분이 우려하시는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법, 이슬람과 인권 관련 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특히 동성애 법은 자연과 하나님의 섭리에 어긋나는 법이다. 이런 법에 더불어민주당은 한기총의 모든 목사님과 뜻을 같이한다." 이 발언 동의하시나요.

= LGBT에 대한 제 평소 생각을 아시니까 물어보셨으리라 생각해요. 이상하게 이게 이슈가 돼서 좋은 의미에서 제 기사들을 퍼 날라 주시는데 실제 선거에는 악영향을 미치고(웃음). '이거 봐라. 김광진이 실제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냐'라고 순천의 교회에서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고, 상대 후보들이 퍼 나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2주 전 인터뷰했던 게 박영선 의원 얘기와 맞물려서 같이 비교돼서 올라왔습니다. 그때 했던 인터뷰와 제 입장이 같고요. 정치인을 해보니까 그렇더라고요. 정치적 중립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이미 사회는 기울어져 있는 시소예요. 가운데서 옳은 소리만 해봐야 아무런 도움이 안 돼요. 가장 가볍고 힘없는 사람들 옆에 서도 겨우 중립이 될까 말까, 아니면 그 추가 움직일까 말까 한 게 정치인이 가지고 있는 작은 힘이죠. 되도록 힘들고 어려운 분들 옆에서 그분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주려고 해요. 대의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니까, 대표되지 못한 자들에 대표로 사는 거 아닙니까. 그 역할에 충실히 하려고 하고요. 그 역할 중에 우리나라 중에 대표적인 소수자, LGBT와 관련해서 필요하다면 제 입을 빌려서 그분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 더민주가 당차원에서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는 태도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 예. 당론이라는 건 없어요. 차별 자체를 인정한다는 건 헌법상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이걸 당론으로 하거나 법제화할 수는 없어요.

-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도 '동성결혼 합헌' 결정을 내렸고, 세계 곳곳에서도 '동성결혼 합법화'를 시행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어려워 보입니다.

= 대한민국 사회에서 동성결혼 합법화를 인정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법이라는 게 바뀌려면 사회적 동의가 필요하죠. 그래서 오랜 기간 숙성이 필요하고 설득하는 시간이 필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 현재 LGBT 환경은 '동성결혼 합법화'를 100이라고 봤을 때 이제 20 정도나 왔을까 말까 할 것 같아요. 당장 동성 결혼의 문제까지 가는 건 시기상조이고, 방식에서도 그것을 논쟁거리로 삼으면 30~50점 동의해 줄 수 있는 분들도 동의를 못 해주시거든요. 그래서 합법화의 문제가 최종적인 것처럼 '당신의 생각을 말하라'고 하면, 단계를 밟아가야 하는 인권에 대한 문제가 동의를 구하지 못해요. 그 문제는 많은 시민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 정도로 접어두고요. 개인적으로야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정치적으로 봤을 때는 사회적 동의가 필요한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다만 지금 상황에서 봤을 때는 차별금지법이라고 하는 것은 동성애를 합법화하자는 것도 아니고 동성결혼을 인정하라는 것도 아니고 동성애를 교육하라는 것도 아닙니다. 헌법에서 보장한 인간의 최소한의 존엄성, 태어나면서부터 가졌던 본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지켜주자는 것에서 하나도 달라질 것이 없는 헌법 정신일 뿐입니다. 그조차도 통과가 되지 않고 있고, 19대 국회에서도 법안이 3건이 발의됐다가 2건이 철회되기까지 했습니다. 일단은 최소한의 헌법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수준, 여기까지라도 진일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 김광진 의원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인권' '사람'과 같은 용어를 자주 사용하는데, 어떤 것이 이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사실 그런 걸 잘 모르겠어요. 제가 학창시절부터 자꾸 쓴 말이 '온당하냐. 이것은 온당하지 않은 거 같아' 이런 말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었거든요. 그게 습성화돼 온 것 같고요. 정치하면서는 '이게 정의로운 일이냐'는 것으로 변화되고, 정의라고 하는 것이 힘 있는 사람과 힘없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힘없는 사람의 최소한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장치, 그게 법률이다. 그런 고민이 있어요. 저는 민족문제연구소라는 곳에서 사무국장을 4년간 했습니다. 그곳의 슬로건이 '인권 평화 미래를 생각하는 역사 행동'인데, 그 기저를 바탕으로 정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 전남 순천에서 초중고, 대학과 대학원까지 나왔는데요.

= 부모님 직장 때문에 어렸을 때 다른 곳에 산 거 외에는 유치원부터 초중고, 대학, 군대, 대학원까지 모두 순천에서 나왔습니다. 대학교를 지원할 때 공부를 그렇게 못한 건 아니어서 다른 학교를 넣기도 했지만 이런저런 상황들로 순천에 남게 됐어요.

- 순천대를 갈 때 장학금을 받고 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 제가 순천대를 가는 조건이 대학교 4년, 대학원 2년의 장학금을 줄 테니 왔으면 좋겠다는 게 학교의 제안이었죠.

- 본인이 수혜자였기에 이런 제도가 더 늘려져야 한다고 볼 것 같습니다만.

= 제가 청년비례대표 1기이지 않습니까? 제가 뽑힐 때 '본인이 의원이 되면 가장 만들고 싶은 법이 뭐냐'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때 한참 반값등록금이 이슈였던 시기였거든요. 저는 반값등록금보다 더 중요한 게 지방국립대를 무상교육화 해서 지역에 사람이 남게 하는 걸 답이라고 냈어요. 국가가 해야 할 역할들은 지역의 거점 국립대를 키워야 한다. 지역에 사람이 남게 해야 된다는 거였어요. 지역을 이끌어 나갈 사람들이 다 외지로 빠져나가게 하면 잘못이라는 거죠. 반값등록금 예산은 7조 원 가까이 들어가는데 지방국립대 21개를 무상교육하는 데는 1조5천억 원이면 되거든요. 지금 재정규모로도 충분히 시행할 수 있습니다.

- 정치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국회의원 특권 얘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께서는 국회의원 숫자를 200명으로 줄이자고도 했고요. 국회의원은 특권 계층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국회의원 특권이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국회의원이 현직일 때 받아야 하는 특권은 지금보다도 훨씬 더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좌관 수도 늘려야 하고요, 필요하다면 보수도 늘려야 합니다. 의정활동을 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도 더 늘려야 합니다. 지금은 아주 아주 부족합니다. 의원이 끝나고 나서의 예우는 국가가 책임질 문제는 아니죠. 그런 측면에서 국회의원 연금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국민도 얘기를 했고, 저도 동의했습니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되고 첫 번째 법안으로 발의했고 통과했습니다. 의원들께 직접 편지를 써서 보내기도 하고 뜻맞는 의원들과 기자회견도 하고 했습니다.

- 여야를 가리지 않고 본인들에게 좋은 제도를 없애는 데 대해 볼멘소리는 없으셨습니까?

= 연금제 자체 폐지에 대해 반대하는 분은 없었습니다. 다만,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재테크도 잘하고 알아서 잘 사는데 민주화 시절에 국회의원 하시다 고문도 받고 벌이도 없으신 분들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연금도 하나도 부어놓은 게 없으시고 해서, 정말 도움이 되는 분들이 받는 거라면 인정하자고 했어요. 그래서 19대 의원부터는 연금을 받지 않는다고 정했고요. 그 이전 의원들도 재산규모, 범죄 이력, 신청제 등으로 조율을 했습니다.

- 의정활동 하시면서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당한 적은 없었습니까?

= 국회의원들이 두 가지 역할을 하죠. 하나는 정치 활동, 또 하나는 정책 활동을 하지 않습니까. 정책 활동이라는 게 법안을 만든 다거나 국정에 대한 감사를 한다든가 하는 국회의원의 직위를 가지고 하는 공적 업무는 나이의 문제가 하나도 적용되지 않아요. 그건 누가 하든 의자에 앉는 사람이 하는 일이지 개별적인 사람의 능력으로 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정치라는 영역이 남는 거죠. 우리나라에서 '정치적으로 해결해봐' 이 말이 의미하는 바가 뭘까요?

- 연륜이나 뭐 이런 걸로....

= 아니죠. '초법적으로 해결해봐' '인적네트워크로 해결해봐'라고 하는 거거든요. 토론과 논쟁을 통한 해결을 정치적 해결이라고 말하지 않죠. 조금 잘못 말하면 청탁이에요. 이게 청탁이 될지, 민원 해결이 될지는 애매한 상황에 서 있습니다만, 사람들이 국회의원에게 기대하는 바가 그런 게 있죠. '우리 아들 어디에 이력서 넣었는데, 의원님이 한마디 해주세요' '정부부처에 얘기해서 우리 단체 지원금 좀 받게 해주세요. 무슨 회관 하나 짓게 해주세요.' 그게 사람들이 말하는 정치력이라고 그러거든요.

- 의원님은 (이런 전화) 받으신 적 있으세요?

= 많이 받죠. 받기야 많이 받죠. 다른 의원들은 친구들이 다 국장급 이상, 장·차관들이잖아요. 그 전화로 해결됩니다. 그런데 제 친구들은 9급 공무원이거든요. 잘하면 7급 정도. 사람들이 얘기하는 정치적 해결, 민원 해결이 약한 부분이 있죠. 현재의 대한민국 구조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바뀌어나가야겠죠. 그런 것이 정치력이라고 인정받지 않는 사회가 좋은 사회죠.

- 국민은 국회의원의 권력이 많고 하는 일이 없다고 보통 비난들을 하지 않습니까? 특혜도 줄이고 의원 수도 줄이자고 하는데 말입니다?

= 국회의원의 특권이 뭐가 있는지 한번 꼽아 봤으면 좋겠어요. 현역 의원 4년 해봤는데 특권 뭐냐고 물어보면 기차를 공짜로 탈 수 있는 것, 그 외는 특권이 없습니다. 국회의원이 국민이 선출한 장관급 공직임에도 대통령이 임명한 정부 부처의 차관보다도 급여를 조금 받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훨씬 더 높은 예우를 받아야 하는 건 국민의 선출로 뽑힌 국회의원들입니다. 국회의원은 차도 안 나오거든요? 장관들은 에쿠스 한 대씩 나오거든요. 자기 돈 들여서 그 차 운행하지 않습니다. 기사도 다 나오죠. 그런데 장관이 국가의 세금으로 차를 운영하는 건 아무도 문제 삼지를 않아요. 그런데 세금으로 운영되지도 않는 국회의원들의 차량을 받는다고 욕해요. 비행기도 저희 공짜로 타지 않습니다. 자기 돈 내고 탑니다. 장관은 국민의 세금으로 비행기를 타죠. 장관은 세금을 가지고 명절에 선물도 돌리고 화환도 수백 개씩 보냅니다. 국회의원들은 그런 거 하지 않습니다. 제가 이런 얘길 하는 게 꼭 써야 한다고 해서 하는 게 아닙니다. 비교할 때 정무직 장관 만큼은 예우를 받아야 그게 시민들이 그만큼 예우를 받는 겁니다.

매번 스웨덴 국회의원과 비교를 해요. 그 나라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더라. 스웨덴 인구는 100만이 안 됩니다. 비교하려면 서울시 의원과 비교를 해야죠. 한다. 왜 다른 건 미국과 비교하고 OECD랑 비교하는데 국회의원에게 주는 것만 스웨덴과 비교를 합니까. 비교하려면 스웨덴의 일반 시민의 복지를 비교해야죠. 미국의 국회의원들이 가지고 있는 권한이 얼마나 막강합니까. 대한민국 국회는 예산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국회가 입법권과 예산권을 가지고 있다고 얘기하지만, 명백히 잘못된 겁니다. 대한민국은 정부도 입법권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러니 국회의 고유권한이 아니에요. 그리고 대부분 정부가 하고자 하는 것을 청부입법 해줍니다. 대리로 국회의원들이 만들어줘요. 그래서 입법권이 유일하게 국회에 있다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예산 편성을 전부 국회가 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편성은 다 정부가 하고, 심의에서 재단하는 일만 하고 있어요. 전체를 편성하는 건 정부 역할입니다. 국회가 예결위에서 심의해서 수정을 하잖아요? 최종적으로 헌법에 국회가 수정한 것을 정부가 동의해줘야 바뀌게 돼 있어요. 이게 무슨 예산권이 있습니까. 행정통제를 전혀 할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 국회의원이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는 말씀이죠?

= 국회의원이 자료 요구를 해도 전혀 들어주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는 권리가 없습니다. (국정원 댓글 사건 당사자)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같은 사람이 국회 와서 증인 선서 안 해도 탓하지 못하지 않습니까? 심지어 황교안 총리 같은 경우는 '학교 생활기록부 제출하라'고 하니까 '집에 가지고 있지 않아서 제출하지 못합니다'라고 답변해 버리잖아요. 회사 취직할 때도 생활기록부 필요하면 떼서 제출하죠. 집에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에요. 근데 그냥 무기력하게 청문회가 끝나죠.

- 국회의원 연봉 1억 원이라고 욕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 저는 5천만 원이라도 장관과 같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리려면 장관도 내려야 해요. 4년째 국회의원은 임금인상은 하지 않는데, 장관은 계속 인상합니다.정부 예산이 1년에 380조입니다. 1000만 원이 10만 개 모여야 1조가 됩니다. 380조면 어마어마한 돈이에요. 근데 국회의원이 1년에 예산과 결산을 하잖아요. 그러면 760조 정도 되는 겁니다. 이걸 300명으로 나누면 2조2000억 원 정도 되죠. 한 사람이 1억 원을 받아서 2조 원짜리 서류를 보면 아낄 수 있는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국회의원 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예산을 제대로 심의할 수 있고요. 결국은 국민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 '밥값'을 제대로 하느냐가 관건이겠군요.

= 아주 단순한 얘기하나 해드릴까요? 통영함이 1600억 원 짜리 배입니다. 그 배 전체에 대한 문제도 있습니다만, 그중에 유명한 '소나'라는 부품이 있죠. 그걸 고등어 잡는 어군탐지기를 설치했다는 거 아닙니까. 2억짜리를 21억 주고 샀다는 거 아니에요. 그래서 저희가 지적해서 그 회사로부터 회수 받았거든요? 돌려받은 차액이 19억이잖아요. 그러면 제가 19년간 받은 연봉 값은 한 거에요. 그 작은 거 하나로만 봐도요. 제가 국방 예산에서 아끼고 지적하고 바로잡고 문제 삼은 돈으로 치면 몇조 원어치는 될 겁니다. 국회의원 수가 많아지는 게 혁신이죠. 그래야 제대로 된 민의가 대변됩니다. 대한민국 국회가 가장 잘못돼 있는 건 여야 간의 갈등구조 같은 게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에게 비율만큼 국회가 구성되지 않는 것에 있어요.

- 국회의원의 구성 문제를 한번 말씀해주시죠.

= 나이의 문제가 있습니다. 19세 이하는 논외로 치고요. 20대가 14%, 30대가 15%입니다. 둘이 둘이 합치면 약 30%입니다. 그런데 민의를 대변하는 대한민국 국회에서 20~30대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은 몇 명이나 있습니까? 제대로 구성돼 있지 않죠. 직업군으로 볼까요? 대한민국에 100명 있다고 하면 변호사가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동창 중에 1, 2명 있을까 말까 한 거 아니겠어요? 대한민국 국회의원 중에 율사(판검사, 변호사) 출신이 몇 명입니까. 5명 중에서 2~3명이에요. 이게 정상적입니까? 노동자, 농민의 비율이 맞춰져야 합니다. 이 얼마고 이런 것들이 맞춰 나가야 한다. 투표의 방식에서 개선하지 못한다면 비례대표가 늘어나야 해요. 저는 국회의원 숫자가 500명이 돼야 한다고 보는데 급진적으로 못 간다고 하면 4년 마다 있는 선거에서 50명은 늘려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게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겁니다.

- 국회의원 숫자가 늘어나야 국민에게 좋은 거다?

= 국회의원 저 새끼들 놀고 먹는다며 의원 수 줄이면 가장 쾌재를 부르는 건 정부입니다. 마음대로 예산 쓸 수 있고, 감시하는 권력 없습니다. 두 번째로 재벌이랑 언론이 좋겠죠. 국회의원 정수가 300명에서 200명으로 줄어들면, 저 같은 사람이 다시 당선될 확률이 높겠습니까? 정몽준 의원 같은 사람이 당선될 확률이 높겠습니까? 지역에는 유지로 있고, 돈 많고, 한 가닥 하는 사람들이 국회 들어갈 확률이 훨씬 높겠죠. 어떠한 고양이도 쥐들의 권력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하얀 고양이를 뽑든 검은 고양이를 뽑든 고양이는 쥐를 대변하지 않아요. 내 일상과 가장 비슷한 생각과 생활이 있는 사람을 지도자로 뽑아야 해요.

- 국회의원 숫자가 늘어나면 정부의 정책과 예산 감시를 그만큼 더 잘할 수 있다는 건가요.

= 특권은 소수가 가지고 있을 때 발생하는 겁니다. 다수가 가지고 있으면 특권이 되지 않습니다.

- 국회의원 1명이 정부의 정책 감시를 해야하는 영익이 넓어서 버겁다고 토로를 하던데요.

= 실제로 버거워요. 저희 의원실만 해도 법안과 예산을 해야 되는데 변호사나 회계사도 한 명 없이 일해요. 주먹구구식이죠. 보좌진 숫자가 훨씬 늘어나야 해요. 그래야 정책적인 것도 보조해주고 깊이 있게 조언도 받을 수 있죠. 회계사들을 쓴다든가 로스쿨 나온 젊은 변호사들 쓸 수 있게 한다든가 해야죠. 일반적인 정치 행위를 하다 보면 끝나버려요. 보통 의원실에 9명(4급 2명, 5급 2명, 6-7~9급 각 1명, 인턴 2명)의 보좌진이 있는데요. 지역구 의원이라고 치면 지역과 서울에 운전하는 수행 비서가 1명씩 있고요. 전화 받는 직원이 빠지면 벌써 4명이 빠져요. 지역 사무실에 사무장 정도 1명 가요. 그럼 3명이 남아요. 지역에 1명이 더 가 있으면 실제로 정책을 보좌하는 사람은 2명이 남죠. 그런데 1명은 당내 네트워크 활동, 연대 활동하면서 일을 보면 1명이 정책활동 펴는 거거든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든 FX사업이든 이게 얼마나 전문적입니까. 이런 전문적인 것을 갖춰줘야죠. 이게 국민 세금 아끼는 거에요. 의원 수, 보좌진 수 줄이거나 급여 줄이는 건 조족지혈입니다. 그걸 늘려서 국민 세금 수조 원을 아껴야죠. 국회의원 수가 많으면 4대강 사업 저렇게 쉽게 했을 것 같으세요? 그렇지 않습니다. 테러방지법도 이렇게 떠드는 사람이 많았으면 이렇게 쉽게 넘어가지 않아요.

- 아까 필리버스터 당시 '종편에 책 잡히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하셨는데. 종편에 대한 당내 두려움이 실제로 큰 거 같습니다.

= 저는 종편에 출연하지 않습니다. JTBC를 제외하고는 1초짜리 인터뷰도 한 적 없이도 4년을 버텼습니다. 그래도 방송을 못 나가서 부족한 상황은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고 충분히 정치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사에 가장 큰 문제는 강한 것이 옳은 것을 이긴다는 거예요. 종편의 힘이 세니까 현실이니까 수긍해야 하는 걸로 넘어갑니다. 그러니 매번 성공한 쿠데타는 쿠데타가 아니라고 얘기하죠. 그게 친일 청산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종편은 결국은 정권이 바뀌어서 바로 잡아야 합니다. 종편 심의 다시 해야 됩니다. 지금도 종편 역할을 다하지 않고 있으면 제재받아야 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역할 충실히 해야 합니다. 방통위가 정권의 하수인처럼 운영돼서는 안돼요. 언론 공정성을 위해서도 계속된 투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필리버스터 상황에서는 굳이 책을 잡혀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곡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던 것이고, 종편이 어떻게 쓸까에 대한 염려 때문에 정치를 하거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 순천 지역구 얘기를 좀 해보죠. 현재 노관규 전 순천시장, '예산폭탄론' 새누리 현역인 이정현 의원과 경쟁이 만만해 보이지 않는데, 당선 가능성이 있습니까?

= (웃음)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하다가 필리버스터 이후로 좋은 여론이 나오고 있는 거 같아요. 제가 부족했던 것이 인지도의 문제였거든요. 중앙에서는 유명한 정치인데, 지역에서는 유명하지 않아 고민이었는데 이제 경로당을 가든 시장은 가든 모르는 사람은 없는 거 같아요. 이정현 의원이 나름으로 열심히 하고 다닙니다. 그 자체를 부정할 수 없고, 시민들이 '열심'이라는 자체는 인정돼요. 그런데 국회의원이 해야 되는 역할과 시의원 해야 할 역할이 다른데 시의원 역할을 열심히 하고 다니시죠. 그건 좀 안타까워요. 물론 그게 득표엔 도움이 돼요. 아직도 많은 시민이 한 번 더 찾아와주고 악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니까요. 정말 중요한 것은 의사장에서 누구에게 결정을 위임할 것인가의 고민이죠.

2년간 의원으로서 의원으로서의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예산 폭탄'이라는 것이 특정한 의원이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대구는 대통령이 몇 번이 나왔는데 도로가 금으로 깔렸겠죠. 예결위에서 각자 입장을 조정하면서 예산편성을 하므로 그런 일을 발생하지 않아요. 순천이 통합진보당이라는 가장 약한 당의 의원이 재선하다가 바로 새누리당 집권당의 의원이 당선됐지만, 예산 규모가 달라지지 않아요. 그런 모습들이 예산 폭탄의 허망론이 보이는 것이겠죠. 제 선거의 전략은 여러 가지 방식이 있겠지만 젊은 층의 인기가 높은 편이죠. 젊은 층들이 얼마나 투표장에 올 수 있게 하느냐가 고민인데. 선거를 지켜보면 대통령 선거 투표율은 70%가 넘어가요. 국회의원은 40%인데, 30%가 비어요. 그런 이분들은 대부분 제 지지자일 확률이 높아요. 저는 이걸 어떻게 강화해 내느냐가 제 선거의 중점적인 방향이죠. 제가 순천을 돌아다니면 외지에 나가 있는 아들딸이 해주는 걸 느낍니다. 인사를 드리러 가면 '아들한테 전화 받았네' '딸한테 전화 받았네!' 하는 인사를 하루에도 수백 번씩 듣습니다. 아들 딸 분들이 참가해서 스스로 설득해 주시기도 하고, 순천의 정치가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젊은 후보인 저로 인해서 정치구조를 많이 바꿔보고 싶어요. 순천이 시골 선가가 많은 지역이라 돈 쓰는 선거가 횡횡했거든요. 조직선거, 동원선거 하지 않고도 당선되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 김종인 더민주 대표 체제가 양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끌고 가시는 거죠. '통치'하고 계시는데(웃음). 그 부분에 대해서도 조금은 민주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의견은 가지고 있습니다. 일사불란 함만이 민주주의가 아니거든요. 민주주의는 불편하고 또 불편한 제도이거든요. 민주주의를 하면서 효율성을 따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필리버스터라고 하는 것처럼 이렇게 비효율적인 제도가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이게 민주주의의 기본이거든요. 수십 간이 걸려도 폭력이 아니라 말로써 설득해내는 게 정치고 민주주의입니다.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안 돼' '그동안의 규정이나 제도는 의미 없어' '나에게 전권을 다 줘!' 그것만이 절대 진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른 입장을 내는 것이 분열을 초래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그건 평가받겠죠. 그게 본인 살자고 내는 의견인지, 타당한 것인지는 시민들에게 평가받는 겁니다. 이견을 내는 것 자체가 문제 삼거나 당의 분열로 몰아가서는 안 되고요. 그렇다고 김종인 체제가 다 문제라는 주장을 펴는 건 아닙니다만, 그런데도 민주적이었으면 좋겠다는 거죠. 필리버스터 중단 과정도 여실하게 보여준 거 아닙니까. 민주라는 걸 당명에 걸고 있으니까 불편하고 비효율적인 민주적인 절차에 충실히 하는 정당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의원생활을 하면서 가장 보람됐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 저는 4년간 정치를 하면서 저로 인해 '청년 정치'라는 게 욕먹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저놈들은 안 되겠구나'하는, 저로 인해 청년 정치인들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역할이 될 것이냐 희망의 증거가 될 것이냐는 고민이 컸던 사람입니다. 어쨌든 제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인지는 모르겠으나, 청년 비례대표를 당헌·당규로 못 박았고 청년 공천 123 시스템(국회의원 10%, 광역의원 20%, 기초의원 30% 의무 공천), 청년 가산점도 만들었습니다. 청년 국회의원이 들어오는 것도 괜찮겠다고 증명해 냈다는 것에 가장 큰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고요. 정치가 삶을 바꿔낸다는 것을 작지만 계속 얘기할 수 있었던 것. 수통을 바꿔낸 것, 이건 예산으로 하면 25억밖에 안 되는 정말 적은 돈입니다. 어뢰 한 발 값도 안 됩니다. 그렇게 60~70년간 해결되지 못했던 것이 누군가의 시선이 들어오니까 바뀐다, 정치인을 잘 뽑아야겠구나! 그런 동력이 생겼다는 것, 정치에 사랑과 관심을 두게끔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것, 저의 기쁨이 아니라 전체 정치로 봤을 때 그런 정치인들이 나올 수 있게 한 것이 즐거움이었던 것 같고요.

- 의원 생활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였습니까.

= 지난 대선 때 제가 백선엽 장군과 논쟁이 붙었을 때, 어버이연합에 화형식도 당하고 능지처참도 당했다. 하루에 65만 개씩 악성 댓글도 달렸다. 악성 댓글을 받고 공격을 당한 게 문제가 아니라 나로 인해서 대선에 영향이 있지 않겠냐고 고민과 염려가 들었을 때? 내가 옳다고 믿는 일인데, 나는 이 친일반민족행위자와 싸우는 게 하나도 두렵지 않은데 대선에 피해가 갈까 접게 될 때, 그때 좀 (내가) 싫었어요. 잘못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쉽죠.

- 그 무렵에 김 의원이 트위터에 개인적으로 쓴 성적 취향 이야기가 조선일보에 기사화돼 나왔습니다.

= 언론의 특성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보수집단이 쓰는 방식이죠. '메시지를 공격할 수 없으면 메신저를 공격하라'는 방식인데요. 그때가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가 아니에요. 백선엽 사건일 때 뒤지기 시작한 것이거든요. 메시지로 반박할 수 없죠. 왜냐면 국가가 정한, 대통령 직속의 친일·반민족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정한 대한민국의 1007명밖에 되지 않은 친일파입니다. 그걸 친일파라고 하는 게 문제가 됩니까. 그걸 메시지로 반박할 수 없으니까 메신저로 반박하는 겁니다. 제가 의원이 되기도 전에 있었던 글을 가지고 얘길 하는 것이죠. 그 글을 가지고 옳다 그르다 논쟁할 가치도 없어요. 저는 지금도 의원이 아닌 청년의 신분이라면 친구들과 충분히 나눌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들이 제약받는 것이 SNS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잘못됐다거나 사과할 생각도 없고요. 조선일보나 종편, 보수집단이 하는 메신저 공격하기의 일원이라는 걸 시민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 이런 것들이 결국 자기검열을 하게 되고 위축 효과를 가져오게 되지 않겠어요?

=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수사하자고 영장 보내고 하지 않습니까. 그럼 사실 그 사람은 2~3년간 계속 재판에 불려 다녀야 합니다. 다음부터 못 나오죠. 그런데 집회 나온 사람들이 시민 하나하나를 다 지켜줄 수가 없어요. 그러니 고립이 되는 거죠. 남발합니다. 행정력은 하던 일이니까 소환하면 돼요. 그러나 개인에게는 일생이 바뀌는 일이거든요. 공권력이라는 것을 이렇게 악용해서 사용하면 잘못된 국가죠. 지금 이 정부는 잘못된 국가의 통치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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