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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경제학자들이 샌더스의 경제공약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 김도훈
  • 입력 2016.02.17 12:04
  • 수정 2016.02.17 12:05
Democratic presidential candidate Sen. Bernie Sanders, I-Vt., gestures as he talks about the water crisis in Flint, Mich., during a United Auto Workers rally on Monday, Feb. 15, 2016, in Dearborn, Mich. (AP Photo/Evan Vucci)
Democratic presidential candidate Sen. Bernie Sanders, I-Vt., gestures as he talks about the water crisis in Flint, Mich., during a United Auto Workers rally on Monday, Feb. 15, 2016, in Dearborn, Mich. (AP Photo/Evan Vucci) ⓒASSOCIATED PRESS

뉴욕타임스는 15일 "좌파 경제학자들이 샌더스 공약의 비용에 의문을 품고 있다"고 보도했다. 좌파 경제학자들이 문제로 삼고 있는 것은 '샌더스케어'로 불리는 그의 의료보험 공약이다.

힐러리 클린턴이 오바마케어의 확대에 초점을 두고 있는 데 반해 샌더스는 의료보험이 모든 이에게 제공되어야 하고 그 적용범위가 기존보다 더 커질 정부 운영하의 보건체제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샌더스는 대선 토론에서 "의료혜택에서 제외되는 시민이 있다는 것이 터무니없다며 기존의 제도를 파괴하고 새로운 체제를 성립하는 것만이 앞으로 나가는 길"이라고 했다. 정치 혁명이라는 대가가 불가피하더라도 말이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샌더스는 이를 위해 "향후 10년 동안 매년 1조4000억 달러(약 1680조원)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예산을 추가하기 위해서 그는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리도록 하는 획기적 소득세 구조 개편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힐러리 클린턴과 관계가 없는 좌파 경제학자들은 샌더스의 공약에 연간 2조~3조 달러(약 2,400조에서 3,600조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2017년 미국 전체 예산안인 4조 달러의 절반 이상을 여기에 투입해야 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복스의 기사에서 인용한 오스턴 굴스비 시카고대 교수의 말에 따르면 샌더스의 공약은 "강아지와 무지개"다. '강아지와 무지개(Puppies-and-Rainbows)'는 미국식 숙어로, 허황된 말이나 약속을 의미한다.

그러나 좌파 경제학자들이 '샌더스케어'의 기본 아이디어를 지지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왜냐면, 그것은 정말로 좋은 이상적 아이디어니까. 다만, 경제학자들은 이 공약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들어갈 비용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그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샌더스가 대통령이 되면 그의 정치적 자본을 교육의 질 향상, 기후변화, 인프라 확충 등 ‘헛고생’에 소진할 것”이라 우려했다.

미국 부르킹스연구소의 경제학자인 헨리 에런은 "샌더스의 아이디어는 엄청나게 매력적"이라고 하면서도 "지금처럼 양극화된 정치 구도에서는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샌더스가 대통령이 되어 샌더스케어를 실현시키기 위해 싸우기 시작한다면 그의 행정부는 빠르게 무너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좌파 경제학자들이 또한 지적하는 건 '중산층 증세'의 여부다. 공립대학을 무상교육화하고 샌더스케어 등 사회보장을 확대하려면 그간 샌더스가 주장해 온 것처럼 상위 1% 부자 증세뿐 아니라 중산층 전체의 증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1월 19일 아이오와 코커스를 앞둔 대선 토론에서도 중산층 증세 여부는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였다. 힐러리 클린턴은 "당신의 보편적인 건강보험 공약은 부자 증세뿐만 아니라 중산층에 대해서도 증세해야 한다는 것 아니냐?"고 공격했고, 샌더스는 "모든 사람에게 메디케어를 실시하는 것은 중산층 가정의 의료비용을 낮춘다."고 응수했다.

이 같은 설전은 샌더스가 그간 소득 상위 1%에 대한 증세를 가장 매력적인 공약으로 내걸어 왔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다만, 최근 샌더스는 자신이 원하는 보편적 의료보험 제도를 위해서는 중산층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조금씩 인정해 왔다.

뉴욕타임스의 이번 보도가 나가자 샌더스 캠프는 "(뉴욕타임스의 보도는) 클린턴 측 학자들 주장”이라며 “우리도 몇몇 경제학자를 비롯해 130명의 전문가가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참고로,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힐러리 클린턴을 공개 지지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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