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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죄', 30년 만에 부활하다

ⓒ한겨레

경찰이 지난달 14일 민중총궐기대회와 관련해 30년 가까이 잠들어 있던 ‘소요죄’ 혐의로 주최 쪽인 민주노총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집회·시위 자체를 “폭동에 준하는 행위”로 규정하는 시대착오적인 공안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법조계·학계의 말을 들어보면, ‘민중총궐기대회=폭동행위’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과도한 법적용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국 시위에서 볼 수 있는 민간인을 상대로 한 방화·약탈과 같은 폭동 정도가 돼야 ‘한 지역의 평온을 해치는’ 소요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도 “지난 집회에서 벌어진 폭력·불법적 요소가 있었다면 집시법을 적용하면 된다. 형식적인 구성요건을 억지로 끼워 맞춰서 적용하는 것으로 마치 파리를 잡는 데 파리채 대신 대포를 쏘는 격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소요죄를 적용한 건 1986년 노동·학생·재야 운동단체들이 전두환 군사독재에 반대해 연 ‘5·3 인천사태’ 이후 약 30년 만이며, 그 이전에는 광주민주화운동(1980년 5월), 부마항쟁(1979년 10월) 등 계엄 상황에서 포고령 위반으로 이 죄를 적용해 군법회의에 넘겨진 사례가 있는 정도다. 한 현직 판사는 “경찰이 소요죄를 적용한 것은 정치적 효과를 노린 것 같다. 복면금지법은 ‘테러리스트 방지법’이라고 하고, 집회·시위에는 소요죄를 적용한다고 하면, 참가자들이 겁을 먹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부·여당의 폭력행위 비판과 보수단체의 고발, 검경의 수사가 서로 밀고 끌며 전형적인 ‘공안몰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노총에 대한 압수수색 결과) 아주 오랜 기간 대규모 시위를 기획하고 자금조달 등을 해온 정황이 드러났다”며 소요죄 혐의를 적용해 처벌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소요죄 적용 배경에 대해 강 청장은 “다른 단체의 고발이 있었으며, 이를 검토한 뒤 충분히 (소요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수남 검찰총장 후보자는 지난달 19일 인사청문회에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1차 민중총궐기대회에 대해) 당장 소요죄를 검토하라”고 지적하자 “그런 부분까지 점검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곧이어 3일 고엽제전우회 등 보수단체들은 민주노총 등 민중총궐기투쟁본부 소속 단체에 대해 소요죄·국가보안법 위반 등 6개 법 조항을 위반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시 집회 상황에 대한) 사실 확정을 먼저 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여러차례 있었던 폭력행위에 대해 갑자기 소요죄를 적용하는 것은 공안몰이용으로 비판받을 만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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