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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의 고통을 극복하고 살아남기

초등학교에서 어떤 여자애가 내게 물은 적이 있다. "넌 강간 당할래, 살인 당할래?" 나는 잠시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둘 다 별로였다. 하지만 대답은 해야 한다. 나는 살인을 골랐다. 내가 강간 당했다는 건 그래서 아이러니다. 내가 아주 불행했을 때의 일이었다.

  • Ella Mathews
  • 입력 2015.11.03 10:37
  • 수정 2016.11.03 14:12
ⓒAlistair Berg

나는 '둘 중에 뭘 할래?'라는 질문으로 엄마를 괴롭히곤 했다. 무슨 게임인지 당신도 알 것이다. 투명인간이 될래, 동물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될래? 키가 3미터가 될래, 몸 너비가 1.5미터가 될래? 질문은 끝없이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답은 반드시 골라야 한다. 예외란 없다.

초등학교에서 어떤 여자애가 내게 물은 적이 있다. "넌 강간 당할래, 살인 당할래?" 나는 잠시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둘 다 별로였다. 하지만 대답은 해야 한다.

나는 살인을 골랐다.

내가 강간 당했다는 건 그래서 아이러니다.

내가 아주 불행했을 때의 일이었다. 결코 나를 떠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남자 친구가 우리 사이를 정리했다. 우리는 몇 년 동안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했지만, 그때까지 먼저 헤어지던 건 늘 나였다. 억눌린 고통이 나를 해일처럼 덮쳤다. 그 몇 년 전에는 아버지가 갑자기 떠나셨다. 아버지는 아이를 갖고 싶었던 적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남자 친구와 헤어지자 내 가장 어두운 공포가 사실이 되는 것 같았다. 나는 사랑 받을 가치가 없다는 것.

게다가 나는 내 직업도 싫었다. 지루하고 불만족스러웠다. 그 지겨운 일을 하는 데는 컨디션이 좋을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외출을 지나치게 많이 했다. 열심히 행복한 척하면 정말로 행복해질 거라 생각했다. 나는 춤을 추고, 술을 마시고, 웃고, 남자들과 치근덕거렸다. 누가 나를 원한다는 기분이 정말 강하게 들 때면 나는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섹스했다.

친구의 친구가 있었다. 그 남자를 댄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는 나를 엄청나게 만져댔다. 그런 남자 있잖은가, 계속 손을 대고 지저분한 멘트를 날리는 남자. 나는 그가 무척 싫었고 매번 무시했다. 하지만 그는 자주 눈에 띄었다. 그리고 나는 내 자신에게서 도망치려는 내 끈질긴 노력을 그 때문에 그만둘 수는 없었다.

그 날 밤에는 일행들이 많았다. 댄도 있었다. 우리는 펍, 바, 클럽에 갔다. 결국 우리는 누군가의 집에 갔다. 늦었고 피곤해서 나는 자고 가기로 했다.

나는 빈 방에서 옷을 입은 채 혼자 잠들었다. 일어나 보니 내 속바지는 바닥에 있었고 댄이 침대에 있었다.

나는 너무나 무섭고 역겨워서 그에게 따지지조차 않았다. 그냥 옷을 입고 나왔다.

그 날 저녁 무렵이 되자 더 이상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있을 수는 없었다. 어렴풋한 기억이 내 부정의 갑옷을 뚫고 들어왔다. 그는 한밤중에 방에 들어와 내 옷을 벗기고 내 옆으로 밀치고 들어왔다. 나는 그를 막으려 했지만 반쯤 잠든 상태였고, 혼란스러웠고, 아직 취한 채였다.

무서워서 경찰에도 가지 못했다. 경찰이 내 탓을 하면 어쩌나? 내 스스로 내 탓을 하는 것만으로도 괴로운데.

나는 그 강간이 나를 바꾸지 않게 하려고 집중했다. 하지만 예전과 같아지려고 노력할수록 점점 더 힘들어졌다. 악몽이 최악이었다. 매일 밤 떨고 울면서 잠에서 깼다. 어느 날 나는 댄을 보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나는 아주 훌륭한 임상 심리학자를 소개 받게 되었다. 성적 트라우마 전문가였다. 그는 내가 다시 마음을 추스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긴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나는 내 삶을 바꾸었다. 내가 사랑하는 직업을 찾았다. 친구가 아닌 친구들은 버리고, 친구인 친구들은 포용했다. 내 자신을 제대로 돌보기 시작했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찾았다. 섹스를 즐기는 법을 다시 익혔다. 회복까지 이르는 길은 어려웠다. 아직도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훨씬 나아졌고, 나는 이제 좋은 삶을 살고 있다.

지금도 악몽을 꾸지만 예전처럼 자주는 아니다.

지금도 댄을 증오하지만, 이제 내 자신을 증오하지는 않는다.

누가 지금 내게 '너 강간 당할래, 살인 당할래?'라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내 남편, 가족, 가까운 친구들, 멋진 NHS 심리학자들의 도움에 감사한다. 이 이야기를 공유하는데 따르는 공포를 극복하는 걸 도와준 두 멋진 여성들에게 감사하고 싶다. 파우팅 인 힐스의 케이트와 더 5 퍼센트 클럽의 타마르다.

허핑턴포스트UK의 Surviving Rap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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