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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냇동생을 잃은 형이 팽목항까지 걷는 이유(사진)

“진상 규명의 길보다야 덜 힘들겠죠.”

지난해까지 세월호 희생자 가족대책위원회 총무로 일했던 권오현(29)씨가 길을 나섰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9개월. 아이들은 말없이 별이 되었지만 아무것도 진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권씨는 전남 진도 팽목항까지 왕복 1200㎞ 걷기에 나섰다. 2일 오전 경기 안산 세월호 합동분향소를 출발한 그는 하루에 30㎞씩 걸을 예정이다. 등에는 50㎏의 배낭을 멨다. 중간에 잠잘 텐트와 옷가지 등을 갖췄을 뿐이다. 깃발도, 함께하는 이도 없이 홀로 도보행진을 시작했다.

안산에서 수원으로 향하던 첫날 길 위에서 만난 그의 표정은 밝았다. “왕복을 할 생각인데, 거리나 시간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 제가 걸어야 두달 정도일 텐데 힘들게 걸어도 진상 규명을 바라는 가족들 마음보다는 덜 아프겠죠.”

그가 팽목항까지 도보행진을 생각한 것은 3개월 전부터였다고 한다. “일베 등 보수 쪽으로부터 메시지로 테러를 당해왔죠. 아무 행동도 없이 컴퓨터 앞에서 타인을 쉽게 비방해대는 그들에게 세월호를 몸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많은 가족들이 지쳐가요.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많이 들고…. 다잡고 다시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할 것도 같고요.

그가 걷는 거리에는 노란 단풍잎이 가득하다. 2013년 8월 아버지를 간암으로 잃고 8개월 뒤인 2014년 4월16일 열살 차이인 막내 동생 오천(단원고 2학년)을 세월호 참사로 잃었다. ‘체육교사가 되고 싶으니 어머니를 설득해달라’던 동생 말을 듣고 어머니의 허락을 받은 것이 세월호 참사 이틀 전이었다. “체구는 작지만 태권도 관장님이 대신 지도를 맡길 정도로 태권도를 잘했고 착했다”던 동생은 동급생이던 정차웅군과 함께 바다에서 제일 먼저 수습돼 장례를 치렀다.

열흘 뒤면 있을 수능날(11월12일)을 앞두고 그의 마음은 더욱 착잡하다. “길 위에서 교복을 입은 학생을 보거나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착한 동생이 생각나요.

홀로 걷는 길에 그는 무엇을 기원할까. “온전한 세월호 인양을 통해 미수습자 가족들의 아픔을 덜어주고 세월호 특위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어서 진상이 제대로 밝혀졌으면 해요.”

그는 서울 홍익대 앞에서 ‘소울 쉐이크’의 보컬로도 활동했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 중 “또 하루 멀어져 간다”는 말에 요즘은 쉽게 가슴이 아파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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