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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수주의자들이 동성결혼 이슈에서 자신들이 패배한 이유를 설명하다

  • 김도훈
  • 입력 2015.07.03 07:41
  • 수정 2015.07.03 07:42
FILE - In this Friday, June 26, 2015 file photo, people gather in Lafayette Park to see the White House illuminated with rainbow colors in commemoration of the Supreme Court's ruling to legalize same-sex marriage in Washington. (AP Photo/Pablo Martinez Monsivais)
FILE - In this Friday, June 26, 2015 file photo, people gather in Lafayette Park to see the White House illuminated with rainbow colors in commemoration of the Supreme Court's ruling to legalize same-sex marriage in Washington. (AP Photo/Pablo Martinez Monsivais) ⓒASSOCIATED PRESS

대법원이 동성결혼을 법제화했을 때 ‘도덕적 다수파(Moral Majority: 미국의 보수적 기독교 정치 단체)’의 창립자 제리 펄웰이 무덤 속에서 탄식하는 게 상상이 갔다.

불과 십 여 년 전에는 더 우월한 힘을 지닌 것 같았던 종교적인 우파에게는 충격적이고 쓰라린 패배다. 2000년에 조지 W. 부시가 당선되었을 떄, 다른 어떤 이유보다 ‘도덕적 가치’ 때문에 그에게 투표했다는 미국인들이 많았다.

법원의 동성 결혼 판결이 전국의 게이 인권 지지자들을 크게 기쁘게 했던 2015년 6월 26일을 보자. 백악관은 이 판결을 기념하기 위해 무지개색 조명을 켰고,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도 따랐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AT&T, 맥도날드, 코카콜라, 디즈니, 메이시스, 타겟, 비자, 버드와이저 등 미국의 대기업들도 성명을 발표하고 게이 친화적 마케팅자료를 통해 앞다투어 지지를 표명했다.

동성 결혼 지지율은 이제 60%가 넘는다. 불과 십 여 년 전에 비해 무려 25%나 올랐다.

법정 밖에서 게이 인권 지지자들이 춤추고 구호를 외치고 팻말을 흔들며 열광하고 있을 때, 남부 침례교 윤리 및 종교 자유 위원회의 러셀 무어 회장은 침울한 성명을 발표했다. “섹슈얼리티는 지금부터 점점 더 반문화적이 되어갈 것이다. 우리는 섹슈얼리티의 기독교적 비젼이 무엇인지 분명히 설명할 줄 아는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기념비적인 이번 판결 이후 사회적 보수주의자들의 마음속에는 몇 가지 질문이 떠다닌다. 어쩌다 이렇게 됐지? 우리가 무슨 실수를 한 거지? 이 새로운 미국에서 우리는 누구지?

인터뷰에서 무어는 허핑턴 포스트에게 자신들이 동성 결혼 싸움을 벌이며 한 운동의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는 전통주의자들이 여론은 늘 자기들 편일 거라고 생각했던 거라고 말했다. 사회적 보수주의자들은 최근 10년 동안 이 이슈에 관한 전국적 정서가 이렇게 극적으로 뒤집힐 거라고 예상하지도, 준비되어 있지도 않았다고 그는 말한다. 문화적 전쟁에서 늘 강자의 입장에 서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근본적으로 미국인들이 자신들과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믿었다.

“(전통적인 형태의) 결혼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늘 미국의 대수 의견을 대표한다고 믿었던 것 같습니다. 한동안은 그게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인 다수가 우리와 동의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는 옳은 것을 주장할 준비가 되어 있었어야 했습니다. 그게 치명적인 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무어의 말이다.

게이 인권에 대한 여론이 이렇게 크게 변할 거라고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무엇이 원인이었는지 아직 의견 일치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학자들과 여론 조사자들이 언급하는 요인 한가지는 게이 커뮤니티가 점점 더 눈에 띄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문화는 변하고 있고, 그 변화의 이유는 무엇보다 우리가 대부분 게이인 사람들을 알고, 가족 중에 게이나 레즈비언으로 커밍 아웃한 사람이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다트머스 대학 미국 종교사 교수이자 ‘최초의 자유: 종교 자유를 위한 싸움 First Freedom: The Fight for Religious Liberty’의 저자인 랜달 바머가 말했다.

전국 게이 인권 발전에 맞서 싸우는 대표적 활동 단체인 전국 결혼 수호 단체(National Organization for Marriage)의 창립자이자 전 회장인 매기 갤라거는 종교적 보수층이 변화하는 문화에 맞춰 재조정하는데 실패했다고 동의한다. 그녀는 사회적 보수주의자들은 지금도 과거에 매달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집중적이고 조직된 정치적 참여가 아닌, 분산된 대중의 분노라는 ‘도덕적 다수파’의 전략은 이제 시효가 다했다고 봅니다. 아직 이런 재평가가 일어나고, 새롭고 효과적인 전략을 도입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요. 사람들이 낡은 모델에 매달리는 게 보입니다.”

갤라거는 수십 년 동안 조직화 해왔는데도, 기독교 우파는 사회적 보수주의자들의 영향력을 쏟을 오래 유지되는 정치적 단체를 확립하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내가 기부자들에게 결혼을 지지하는(내가 이해하는 방식으로 결혼을 지지한다는 뜻입니다) 대통령이나 의원이 당선되는 것을 돕도록 기부금을 내라고 말하고 싶다 해도, 뚜렷한 수단이 없어요. ‘기독교 보수주의자’들이 35년이나 정치에 관여해왔는데도, 놀랍게도 그런 단체가 없어요.” 갤라거가 이메일에 적은 글이다.

무어는 이것이 패배의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성 결합 반대 운동에 인도적인 얼굴을 부여하는 데도 실패했다고 덧붙인다.

“내 편에 서서 이 이슈에 대해 이야기한 사람들 중에는 분노한 사람들, 격분하는 대중의 얼굴을 보인 사람들이 있었는데, 내 생각엔 그게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복음주의자들은 우리의 게이와 레즈비언 이웃들을 싫어하지 않고, 그들을 해치려는 생각도 없습니다.”

이 패배가 일시적이냐에 대해서는 사회적 보수주의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린다. 일시적인 패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길게 보면 아직 동성 결혼 반대자들이 승리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마저 반대 의견을 던지며 과장된 어투로 이렇게 적었다. “법원이 멈추게 하기 전까지, 동성 결혼에 대한 공개적 토론은 미국 민주주의의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법원이 이 토론을 끝내 버린다.”

패배를 받아들였다. 그럼 다음은?

사회적 보수주의자들이 더 큰 문화 전쟁을 포기하지는 않았을지라도 전체적으로 동성 결혼에 대한 패배를 받아들였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그들이 전투 전략을 바꾸었다는 사실이다. 광장에서 섹슈얼리티를 놓고 싸우며 그들의 힘이 약해짐에 따라, 그들은 피할 수 없는 흐름에 맞서 싸우는 대신, ‘종교의 자유’ 입법이라는 형태로 새로운 사회 질서에서 스스로 제외될 길을 찾고 있다.

“아주 오랫동안 게이 인권에 반대해왔고 공중의제를 지배해왔던 사람들이 이제 (종교적 자유의 권리에 의해 보호받는) 소수 집단 거주지로 후퇴하고 있다.”고 컬럼비아 로 스쿨의 성과 섹슈얼리지 법 센터의 디렉터 캐서린 프랭크가 말한다. 프랭크는 작년 이른바 ‘종교 자유 법’이라는 것의 부상을 다루는 싱크 탱크를 시작했다. “스스로를 확실히 자리를 잡은 표준이라고 여기던 그들이 이제 자기들이 차별받는 소수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정말 큰 변화입니다.”

종교 자유 법을 고려해 본 주들에서 법안은 여러 형태를 취했지만, 대부분은 게이 커플에게 결혼 증명서를 발급해주기 싫어하는 공무원이나 게이 커플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싫어하는 결혼 사업자를 보호하려는 법이다.

이런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정치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밝혀졌다. 아리조나 입법부에서 이런 법안이 통과되자마자 이 법은 기업 직원들과 공무원들이 LGBT를 차별할 수 있게 해줄 거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전국에서 격렬한 항의가 날아들자, 잰 브루어 주지사(공화당)는 거부권을 행사했다. 비슷한 법이 인디애나에서 통과되었지만 전국에서 보이콧 위협이 쏟아져서 마이크 펜스 주지사(공화당)는 불러서서 LGBT를 차별하는 것을 명백히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우리는 종교적 자유를 요구하는 것이 개인과 단체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사용되는 예가 더 많아집니다.” ACLU의 LGBT 프로젝트 디렉터이자 오버게펠 대 호지스 사건에서 결혼 평등 쪽 변호인이었던 데임스 에섹스가 말한다. “제안된 법안 중 일부는 LGBT에 대한 차별을 인정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대중에게 명확했던 경우 대소동이 일어났죠. 예를 들어 인디애나 같은 곳에서요. 그 법의 주요 목적이 그거였습니다.”

신앙심이 깊은 제빵사에게 게이 결혼식을 위한 케이크를 만들게 하는 것이 차별인지 아닌지에 대한 개인의 의견은 차치하더라도, 이런 법들 뒤에 숨은 것은 종교적인 사람이 동성간의 결혼이 전국적으로 합법인 나라에서 사회의 왕따가 되지 않을까, 심지어 자신의 믿음대로 행동했다가 차별 금지법에 따라 법적 제재를 받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공포다.

“사업을 하는 종교적인 사람들이 차별 금지법을 어기는 게 더 많이 드러나게 될 경우, 특정 종교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선택을 해야 하게 되겠죠. 종교적 헌신을 일부 희생하거나, 사업을 그만두거나. 사람들이 그런 결정을 무서워하는 건 이해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샌디에고 대학 법학 교수 스티븐 스미스의 말이다.

게이 인권을 지지하는 측 사람들 중에는 종교적 보수주의자들이 처한 곤경에 공감하기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게이와 레즈비언들은 수십 년 동안 차별 받고 사회적으로 반감을 샀다. 그들은 폭력의 대상이 되고, 아동성애자라고 비난받고, 정부에서 일하는 걸 금지 당하고, 양육권을 박탈 당하고 결혼할 자유를 부정 받았다.

그리고 이제 LGBT 미국인들은 결혼에 있어 공식적으로 평등하게 되었지만, 게이 인권 지지자들과 종교적 보수주의자들은 아직도 전국의 법원과 입법기관에서 싸우고 있다. 대법원 판결에서 패배한 사람들은 상처를 핥으며 다시 모여 진지한 자기 분석을 하고 있다.

“우린 결혼 문제를 바로잡을 겁니다.” 보수적인 ‘패밀리 리더’ 그룹의 밥 밴더 플라츠의 말이다. “시간 문제에 불과합니다. 난 미래 세대들이 ‘그때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그랬던 거지?’라고 말할 거라 굳게 믿습니다.”

허핑턴포스트US의 Conservatives Explain Why They Lost On Marriag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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