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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ABC에게 배우는 공영방송의 진정한 의미 (동영상)

  • 허완
  • 입력 2015.06.26 11:16
  • 수정 2015.06.26 13:27

당신네들은 누구 편이냐?(토니 애벗 호주 총리)

우리는 호주의 편이다.(마크 스콧 호주 공영방송 ABC 사장)

공영방송’이란, 바로 이런 의미다. 호주 공영방송 ABC를 이끌고 있는 마크 스콧 사장은 25일(현지시간) 이렇게 말했다. 공영방송은 정부의 말을 앵무새처럼 옮기는 대변자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의 말을 더 들어보자. 호주 ABC가디언, 시드니모닝헤럴드 등이 보도한 내용이다.

어떤 팀에서든 같은 팀이라 하더라도 각각의 위치에서 서로 다른 역할과 의무를 수행하기 마련이다. ABC는 (정부와) 같은 편이지만, 역할은 다르다.

북한, 러시아, 중국, 베트남처럼 ABC가 정부의 관영방송이 되길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ABC는 분명 호주 방송국이며, 호주의 편이다. ABC의 A는 호주를 뜻한다. 우리가 호주를 위해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것이며, 우리의 문화와 민주주의의 핵심을 이룬다. - 독립적인 공영방송으로 존재한다는 건 그런 뜻이다.

이 같은 발언은 ABC가 지난 22일 시사토론프로그램 ‘Q&A’에서 테러에 동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인 자키 말라를 청중으로 참여시키고, 그에게 발언기회를 주면서 논란이 불거진 사태에서 나왔다.

말라는 테러 연루 혐의를 받았지만 2005년 재판 끝에 무죄가 됐고, 이후 정보요원들을 살해하고 자살하겠다고 위협해 복역하는 등 호주 정부로부터 요주의 대상에 오른 인물이다.

(중략)

말라의 출연과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애벗 총리는 "좌파 패거리"가 범죄자 겸 테러 동조자에게 선전의 장을 제공했다고 비난하고 정부의 조사 방침과 함께 방송 보이콧, 제작진 인사 조치 요구 등을 잇따라 내놓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ABC 측은 방송 다음날 성명을 통해 판단에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정부 측의 비난이 계속되자 스콧 사장이 정면대응으로 선회하면서 양측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연합뉴스 6월26일)

마크 스콧 사장은 미처 몰랐겠지만 지난해 5월, 한국의 공영방송 KBS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길환영 KBS 사장의 '외압'을 폭로한 것. 김 전 국장은 당시 아래와 같이 말했다.

세월호 보도 과정에서 (한국방송의) 해경 비판이 이어지니, 길 사장이 직접 ‘비판하지 말라. 청와대에서 지시가 내려왔다’고 했다.

길환영 사장은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이다.

또 KBS의 ‘심야토론’을 맡았던 한 PD는 이렇게 고백했다.

제가 심야토론의 책임프로듀서로 오고 난 이후 저는 놀랐습니다. 아이템이고 출연자고 프로듀서가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고 일일이 보고하고 기다렸다가 정하더군요. 책임 프로듀서인 저도 맥없이 기다려야 했습니다. 어디에선가 컨펌을 받은 토론주제는 우리가 하고자 한 것이 아닐 경우가 많았습니다. 1안이 좌절될 경우에 대비해 2안, 3안까지 준비했습니다.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질 핫이슈 대신 정권에 부담 없을 다른 이슈를 선정하면서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출연자의 선정에도 통제가 들어왔습니다.

(중략)

그 지시가 내려왔던 그곳이 어딘지 단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바로 본관6층이었습니다. 사장님이었습니다.

현재 청와대 대변인은 KBS 9시 뉴스를 진행하던 민경욱 전 앵커다. 그는 임명 당시 놀라운 ‘변신술’을 선보인 바 있다.

청와대 대변인 임명 하루 전인 4일. 민경욱 당시 KBS 문화부장은 KBS 9시 뉴스에 직접 출연해 문화재 복원에 대한 ‘데스크 분석’을 방송한다. 밤에는 다음 날 취재 일정을 작성한다. 그리고 다음날인 5일 아침 8시30분, 당일 KBS 뉴스의 방향과 논조를 결정하는 편집회의에 문화부장으로 참석한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11시 20분 평기자의 리포트 기사를 수정하고 승인한다. 2시간 뒤인 1시 30분. 민경욱 KBS 문화부장이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됐다는 발표가 이뤄진다. 그리고 곧바로 민경욱 대변인은 청와대에서 기자들에게 인사를 한다. (뉴스타파 2014년 2월7일)

마크 스콧 ABC 사장의 연설 전체 영상은 아래에서 볼 수 있다. 이날 연설의 스크립트 전문(영어)은 여기(클릭)에 첨부되어 있다.

Mark Scott delivers 2015 Corporate Public Affairs 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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