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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을 정당화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꼼수

4대강 물 활용방안에 초점이 맞춰진 '하천수 활용 농촌용수 공급사업 마스터플랜(안)'이 이미 만들어졌다고 하는군요. 이 마스터플랜에서는 1조 913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입해 4대강 물을 주변 농지로 공급하는 시설을 만드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어마아마한 예산이 투입되어 혜택을 받게 될 농경지는 1만 2428 헥타르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는 전국의 물 부족 농경지 42만 2296 헥타르의 2.9%에 불과한 수치입니다. 4대강사업 끝내고 나면 전국의 가뭄 문제가 일거에 해소될 것처럼 큰소리 쳤던 것을 생각해 보십시요.

  • 이준구
  • 입력 2015.06.22 12:00
  • 수정 2016.06.22 14:12
ⓒ연합뉴스

사람들의 관심이 온통 메르스 사태에만 쏠려 있기 때문에 다른 사회적 이슈들은 모두 다 뒷전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사실 정부로서는 그것이 편한 점도 많을 겁니다.

문제가 많아 보이는 인사가 국무총리로 어물쩡 취임한 것을 비롯해, 그 성가신 성완종게이트란 말도 쑥 들어가 버렸으니 말이지요.

낙동강에서 예년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심하게 녹조라테가 번성하고 있지만 관심을 두는 사람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4대강 문제를 적당히 넘겨 버리고 싶어하는 현 정부로서는 쾌재를 부르고 싶겠지요.

국민이 그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수록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가기가 쉬울 테니까요.

아직도 인터넷 공간에서는 4대강사업 덕분에 올해의 극심한 가뭄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는 정신 빠진 사람들의 주장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만약 4대강 물을 얼마간이라도 끌어다 가뭄지역에 가져다 준 게 사실이라면 이 정부와 보수언론이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겠어요?

대문짝만한 제목을 달아 4대강사업이 가뭄 극복의 1등공신이라고 추어올렸겠지요.

정부와 보수언론의 생리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이 국면에서 그들이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는 사실 그 하나만으로 진실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해 나 자신도 한 가지 의문을 갖고 있었습니다.

4대강 댐으로 10억 톤 이상의 물을 가두어 놓았으면 그걸 가져다 가뭄지역에 투입하겠다는 말이 분명 나올 텐데 왜 그들이 입을 다물고 있는지 그게 의문이었습니다.

4대강사업 그 자체가 경제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낭비성 사업이었으니, 가두어 놓은 물을 갖다 쓰는 데도 경제성을 생각할 하등의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경제성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든 그 물을 가져다 써야 한다는 말이 나와야 마땅한 일이지요.

아닌 게 아니라 최근 일부 보수언론에서 4대강 물을 갖다 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하더군요.

마치 4대강사업이 가뭄 문제 해소에 기여하기 위해 추진된 것이 사실이라도 되는 양하는 논조로 말이지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지금 상태로의 4대강 댐들은 가뭄 문제 해소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MB정부가 4대강사업을 추진하면서 물을 가둬 두는 것만 목적으로 했을 뿐 그것을 어떻게 이용한다는 하등의 구체적 계획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계획이 없으니 그것을 활용할 시설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구요.

MB가 자기 임기 안에 공사를 끝낼 욕심에서 얼렁뚱땅 계획을 세워 밀어붙인 것은 삼척동자도 잘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계획을 세우는 단계에서 가둬둔 물을 이용할 구체적인 플랜이 마련되었다면 바로 경제성 시비에 휘말렸을 것이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4대강사업 지역과 가뭄피해 다발지역은 지리적으로 크게 떨어져 있기 때문에 가뭄대책으로서의 4대강사업은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박창근 교수가 적절하게 지적했듯, 4대강 주변에는 이미 농림부가 양수장이나 수로 등 많은 사업을 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가뭄에 대한 대비가 잘 되어 있는 편입니다.

즉 4대강사업을 하기 전에도 그다지 물이 부족한 지역이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올해도 마찬가지지만, 가뭄 피해는 주로 강원도 산간지역처럼 4대강 사업구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생해 왔습니다.

가뭄 피해 다발지역이 어디냐에 따라 적절한 대책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는 상식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가뭄 문제 해소방안으로서의 4대강사업은 경제성이 빵점에 불과한 치졸한 사업에 불과합니다.

아마 MB정부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구체적인 용수 활용방안을 세우지 않고 어물쩍 넘어 갔으리라 짐직합니다.

그런데 이제 확보된 물이 있으니 경제성과는 상관없이 이 물을 가져다 쓸 방법을 찾자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더군다나 4대강사업을 사후적으로나마 정당화하려는 욕망에 가득찬 집단의 눈으로 보면 그렇게 좋은 핑계가 따로 없지요.

문제의 핵심은 경제성이지만, 그들은 또 다시 사기적인 수법으로 국민을 기만해 경제성 시비를 우회해 갈 것이 분명합니다.

최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경제성과 무관하게 4대강 물을 끌어쓰자는 생각이 이제는 정부의 구체안으로 굳어가는 모양입니다.

4대강 물 활용방안에 초점이 맞춰진 '하천수 활용 농촌용수 공급사업 마스터플랜(안)'이 이미 만들어졌다고 하는군요.

이 마스터플랜에서는 1조 913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입해 4대강 물을 주변 농지로 공급하는 시설을 만드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합니다.

(이 수치는 단지 건설비만이고 유지관리비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어마아마한 예산이 투입되어 혜택을 받게 될 농경지는 1만 2428 헥타르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는 전국의 물 부족 농경지 42만 2296 헥타르의 2.9%에 불과한 수치입니다.

4대강사업 끝내고 나면 전국의 가뭄 문제가 일거에 해소될 것처럼 큰소리 쳤던 것을 생각해 보십시요.

그나마 4대강 물로 이 2.9%의 농경지에 물을 대는 것도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 결코 아닙니다.

다른 여러 가지 방법이 많이 있을 테고 여러 방안의 경제성 비교는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절차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그런 타당성 조사는 전혀 하지 않고 그저 가둬놓은 물이 있으니 갖다 쓰자는 식으로 그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한쪽으로는 예산부족 타령을 늘어 놓으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이렇게 무모하게 예산 퍼쓸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정부가 제대로 돌아갈 리 있습니까?

4대강사업으로 이미 엄청난 예산이 낭비되었다고 해서 그것의 후속사업으로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 결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더욱 허리를 졸라매고 단 한 푼의 예산이라도 절약해야 한다는 정신으로 무장해야 마땅한 일 아닌가요?

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에서 지금 추진되고 있는 4대강 물 활용계획에 반대합니다.

만약 그 물을 활용한다는 명목으로 시설을 설치해 놓으면 4대강 댐의 철거는 더욱 어려운 일이 되어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 동안 늘 주장해온 바지만, 4대강사업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은 댐을 모두 해체하고 재자연화를 추구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수질오염 문제와 생태계 파괴 문제를 해결할 다른 방안은 없다고 믿습니다.

또 다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양수시설을 만들어 놓으면 댐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질 것임은 너무나도 뻔한 일입니다.

정부가 지금 그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놓은 저의가 바로 그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천수 활용 농촌용수 공급사업 마스터플랜'은 의도하지 않게 4대강사업의 주요 목표가 가뭄 문제 해소에 있다는 MB정부의 주장이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을 폭로해 버리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 4대강 댐에 가둬 놓은 물을 활용할 방안을 찾아도 전 국토 물부족 지역의 2.9%에 불과한 지역에만 혜택을 줄 수 있을 뿐입니다.

고작 그것을 위해 22조원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붓고 숱한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사실 1조원이 넘는 예산을 쓰면 그보다 휠씬 더 넓은 지역에 혜택을 줄 수 있는 대안이 얼마든 마련될 수 있습니다.

정말로 국민을 위하는 정부라면 허심탄회한 마음으로 가장 적은 예산으로 국민에게 가장 큰 혜택을 줄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자기네 무리가 저질러 놓은 잘못을 정당화하기 위해 꼼수나 부리는 정부라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자격이 눈꼽만큼도 없습니다.

여러분들 두 눈 부릅뜨고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보고 철저히 감시해야 합니다.

우리가 기만당하는 것은 4대강사업 하나로 족합니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애물단지 4대강 댐들을 볼모로 하여 아까운 혈세를 탕진하려는 음모에 또 한 번 당해서는 안 됩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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