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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어디서부터 꼬였고 어떻게 풀어야 할까

2003년 공단 개발 이후 순조롭게 성장·운영되던 개성공단은 2008년 이명박정부가 적대적 대북정책을 전면화하고 공단 관련 남북합의들을 부정하면서 비정상화되었다. '비즈니스 프렌드리'(Business Friendly)를 외쳤던 이명박정부는 정작 개성공단과 남북경협에 대해서만은 '정경(政經)분리'가 아닌 철저한 '정경연계' 정책을 취했다. 나아가 남북 간에 상생과 실용, 실리가 아닌 냉전과 이념의 잣대를 들이댔다. 결국 평화적 남북관계는 파탄났고 개성공단은 숨통만 유지되는 비정상이 시작되었다. 이후 현재까지 남북대립이 구조화되면서 개성공단의 비정상화는 심화되었다.

  • 김진향
  • 입력 2015.05.22 06:52
  • 수정 2016.05.22 14:12
ⓒ연합뉴스

적대적 분단은 우리 사회의 북한인식을 구조적 무지와 체제적 왜곡의 영역으로 만들었다. 분단 심화는 북에 대한 총체적 무지를 심화시킨다. 그리고 이는 잘못된 대북정책을 낳고, 결국 평화와 안보를 깨는 재앙적 결과를 야기한다. 개성공단에 대한 이해도 총체적 무지의 영역이다. 남북관계 전체가 이러한데 개성공단인들 온전하겠는가.

2014년 12월 북측이 개성공단 임금제도인 '노동규정'을 개정했다. 이어 2015년 3월분부터 개정규정에 근거한 임금지급을 요구하는 북측과 남측 정부 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기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형식적 갈등은 기존 5% 임금상한선을 폐지하고 올해 3월분 임금부터 5.18% 인상된 금액을 적용하는 시행 문제를 두고 불거졌다. 그러나 갈등의 본질은 임금 문제가 아니다. 숲속에서 나와 숲을 바라보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비정상이 구조화된 공단운영 전체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남북 당국관계 정상화가 핵심요체다.

총체적 '북한 무지'가 낳은 남북관계 파탄

2003년 공단 개발 이후 순조롭게 성장·운영되던 개성공단은 2008년 이명박정부가 적대적 대북정책을 전면화하고 공단 관련 남북합의들을 부정하면서 비정상화되었다. '비즈니스 프렌드리'(Business Friendly)를 외쳤던 이명박정부는 정작 개성공단과 남북경협에 대해서만은 '정경(政經)분리'가 아닌 철저한 '정경연계' 정책을 취했다. 나아가 남북 간에 상생과 실용, 실리가 아닌 냉전과 이념의 잣대를 들이댔다. 결국 평화적 남북관계는 파탄났고 개성공단은 숨통만 유지되는 비정상이 시작되었다. 이후 현재까지 남북대립이 구조화되면서 개성공단의 비정상화는 심화되었다.

이명박정부의 적대적 대북정책이 전면화된 이후 북측은 2008년부터 개성공단 관련 기존 합의사항 이행 촉구 등 개성공단 정상화를 요구했다. 이러한 요구와 촉구에도 남측 당국이 무시·회피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북측은 변화한 조건에 맞게 공단 관련 법규 개정을 2009년부터 요구했다. 그러나 이 요구에도 남측 당국의 무시와 회피 전략은 지속되었다. 이같은 남측의 일방적 입장에 부딪친 북측도 이렇다 할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개성공단의 비정상화는 지속되었다. 이렇듯 개성공단은 이명박정부에서 버려지고 방치된 '낙동강 오리알'이었다.

대북 적대정책이 개성공단의 비정상화를 낳았다

2009년 1~3차, 2010년 4~6차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도 매번 북측의 개성공단 관련 법규 개정 건이 주요 사안이었으나 남측 당국의 회피와 무시로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북측은 법규개정뿐 아니라 2009년 이후 규정의 하위세칙(노동, 세금, 환경 등) 개정을 십여차례 이상 제안해왔으나 그것마저 일방적으로 무시되기 일쑤였다. 북측은 자신들의 개정(안)을 제안한 뒤 시한 내에 남측이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 그대로 공표할 수밖에 없다고 최종통보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남측은 끝내 개정협상에 응하지 않았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도식화하면 아래와 같다.

남북관계 대립 구조화 → 개성공단 비정상화(남측, 공단개발 관련 합의 미이행) → 북측, 공단정상화 촉구 → 남측, 무시 → 공단 비정상화 장기화 → 북측, 법규 개정 요구 → 남측, 무시 → 북측, 개정안 제시 → 남측, 회피 → 북측, 일방적 시행 → 남측, 일방성 이유 무효 주장 → 적용 갈등, 기업 혼선

이런 악순환이 개성공단 법규 개정을 둘러싼 그간의 현실이었다. 결국 북측은 대립적 남북관계 속에서 개성공단이 예전처럼 정상화될 수 없음을 인식하고, 변화한 조건에 맞게 북측 스스로 공단운영의 변화를 모색했다.

개성공단의 성격변화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개성공단 임금 문제는 갈등의 본질이 아니다. 공단의 비정상화가 구조화하면서 개성공단의 성격이 운영적 측면에서 '남북의 공동공단'에서 '북측의 공단'으로 변화한 것이 갈등의 본질이다. 북측에 의한 노동규정 개정은 그러한 성격변화의 제도화로 볼 수 있다. 개성공업지구법 제1장 제1조는 "개성공업지구는 공화국의 법에 따라 관리운영하는 공업지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남북이 화해·협력의 평화적 관계였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대립이 지속되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우리 정부가 비정상적 남북관계 속에서 개성공단을 방치한 것이 개성공단의 성격변화를 야기한 이유 중 하나다. 개성공단은 평화적·정치적·경제적·사회문화적 가치에, 하물며 안보적 가치까지 지닌다. 그 엄청난 가치들을 제대로 평가하고 인식했다면 이렇듯 개성공단을 '낙동강 오리알' 취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북에 대한 총체적 무지만큼이나 개성공단에 대한 총체적 무지가 현재의 비정상적 개성공단을 낳았다.

근본해법인 당국관계 정상화, 공단 정상화로 가능하다

결국 큰 틀에서 남북 당국관계 정상화가 근본해법이다. 북에 대한 정치·군사적 적대 및 대립이 정책으로 일상화(5·24조치와 군사적 심리전 지속, 대북전단 살포 방조 등)한 상황에서 개성공단 같은 남북경협을 온전히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모순을 해결할 길은 '평화'라는 절대국익을 중심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남북평화의 상징인 개성공단의 진정한 가치를 중심으로 당국관계의 평화적 관계 정상화가 필요하다.

남북의 평화적 관계 정상화는 결국 상호 실리를 통해 찾을 수 있다. 그러한 실리에는 평화, 경제, 정치, 사회문화적 발전 등의 다양한 가치가 있다. 개성공단의 온전한 정상화는 분단으로 인한 국민의 불행을 극적으로 극복하게 할 상징이기도 하다. 개성공단이 바로 살아 있는 남북 상호 실리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경제적 측면만 봐도 개성공단은 우리가 1을 투자해서 10을 퍼오는 곳이다. 엄청난 '윈윈'이다. 상호 실리가 정치적, 평화적 안정을 담보한다. 5·24조치로 남북관계가 전면 차단된 상황에서도 개성공단만은 제한적이나마 예외적 공간이다. 개성공단이 가지는 엄청난 힘 때문이다. 그렇다면 '개성공단에 대한 5·24조치의 전면해제' 협상안을 북측에 제안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북측의 요구는 명료하다. 남북의 평화적 관계 정상화다. 그것을 가로막는 상징이 5·24조치라고 본다. 남북 모두에 상당한 경제적 실리를 제공하는 개성공단의 전면적 정상화(5·24조치 적용 철폐)를 제안하면 북측은 무조건 협상에 나올 것이다. 그것이 실마리가 되어 남북관계 정상화도 모색될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평화가 대박이다. 평화에 총체적 국가발전과 보편적 국민행복이 있다. 전면적 개성공단 정상화 협상을 시금석으로 당국관계 정상화를 모색할 수 있다. 남북관계 정상화는 선택이 아닌 국가적 책무고 국민의 명령이다.

개성공단, 지금은 유지되는 그 자체가 기적이다

얼마 전 개성공단을 다녀왔다. 공단을 떠나온 지 4년여만이었다. 공단의 비정상화로 인한 풍경은 '정지된 화면'처럼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 없이 똑같았다. 그러나 공단을 지키고 있는 남북의 동포들은 통일과 평화의 기적을 여전히 만들어가고 있었다. 엄밀히 평가해보면, 6·15, 10·4 선언이 부정되고 남북관계가 전면 차단된 이 상황에서도, 개성공단이 비정상적이나마 유지되는 상황은 그 자체만으로도 '기적'이다. 개성공단을 지키고 있는 남북의 모든 동포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그들이 기적의 주인공들이다.

*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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