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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원들 "노동이 인권위와 무슨 관계냐??"

ⓒ한겨레신문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는 지난 11일 회의에 상정된 ‘정부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한 의견 표명’ 안건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앞서 이 안건은 지난달 2일과 13일 두 차례 인권위 상임위원회·전원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처리가 불발된 바 있다. 인권위는 애초 이 안건을 처리한 뒤 노동시장 구조 개편을 논의하는 노사정위원회에 전달하려 했다. 인권위원들이 옥신각신하는 사이 노사정 대타협은 지난달 결렬됐다.

전원위원회에서 일부 인권위원은 “노동이 인권위원회와 무슨 관계냐”며 인권에 대한 ‘무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노사정 타협 결렬의 배경이 된 정부의 ‘정규직 과보호론’을 그대로 ‘복창’하는 인권위원도 있었다.

“청년층 일자리가 그냥 늘어나나. (정규직들이) 기득권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진정성이 있다.”(유영하 인권위원)

“우리 사회 가장 약자인 비정규직에 대해 인권위가 입장 표명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이경숙 인권위원)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노동·경제 전문가도 아닌데 인권위가 왜 자꾸 노동(문제)에 끼어드느냐고 하더라. (정부가) 한창 논의중인데 우리가 끼어들어서 입장 표명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윤남근 인권위원)

“자료를 읽어봐도 잘 모르겠다. (비정규직에 대해) 방향을 제시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은 한다. 다수의견을 따르겠다.”(한태식 인권위원)

“노사정 대타협이 결렬된 마당에 인권위가 의견을 세세하게 내는 것이 걱정된다.”(이은경 인권위원)

인권위 보수화를 주도한 현병철 인권위원장조차 이날 회의에서 “인권위가 전문성이 없어 (노동 관련) 논의를 못한다면 인권위는 아무것도 못할 것이다. 노동의 역사가 인권의 역사였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노사정 대타협 결렬 나흘 뒤인 지난달 13일 열린 전원위원회에서도 일부 인권위원들은 사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정부 눈치를 보는 듯한 발언을 했다.

“진행중인 사안에 대해 인권위 입장을 밝히는 것은 조심스럽다.”(최이우 인권위원)

“노사정위의 안이 있는데 인권위 안을 보태면 혼란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한태식 인권위원)

“정부안에 인권과 노동이 섞여 있어 인권 관련된 부분만 뽑기가 어렵다.”(김영혜 인권위원)

“다른 위원들 생각과 같다.”(이선애 인권위원)

앞서 유영하 인권위원은 지난달 2일 상임위원회에서 “대기업·공기업 정규직은 약자가 아니다. 한번 고용하면 해고가 어렵다. 그래서 일자리가 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 사회의 인권 기준을 정하는 인권위원들의 ‘논의 수준’을 놓고 인권위 안팎에서는 우려가 제기된다. 인권위 관계자는 12일 “지금 전원위원회는 ‘봉숭아학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권위를 잃었다. 정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장애인·정신질환자 관련 안건에는 매우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지만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안건엔 침묵하고 있다”고 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전 인권위원은 “인권위가 가입한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에 노동권이 포함돼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도 노동권이 정의돼 있는데 인권위원들이 이것도 읽지 않았다는 것이냐. 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던 사람들이 인권위원이 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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