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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년과 표현의 자유

세월호야말로 표현의 자유 억압의 축소판입니다. 방송도 한번 보시죠. 세월호 당일 오후 4시에 아이들 수십명을 커튼으로 이어 만든 밧줄로 끌어올린 김홍경씨가 MBC, KBS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30분 동안 수십명 끌어올리는 동안 해경은 안전한 곳에서 바라만 보고 있었고 너무 화가 나 그 해경들 사진까지 찍어놨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 제보였습니까. 두 방송국 모두 김홍경씨의 이 발언만 쏙 빼고 보도했습니다. 제가 떠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MBC, KBS의 이 편향된 보도에 대해 아무런 징계를 하지 않았습니다.

  • 박경신
  • 입력 2015.04.14 13:24
  • 수정 2015.06.14 14:12

저를 표현의 자유와 연결시켜서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세월호야말로 표현의 자유 억압의 축소판입니다. 2014년 1월에 세월호에서 임금체불을 당한 전 직원이 세월호 과적상황을 알면서도 널리 알리지 못했습니다. 진실도 명예훼손으로 처벌당하는 우리 법 때문이죠. '공익'적인 진실은 면책되지만 언론이 아닌 이상 '공익' 인정 받기 쉽지 않습니다. 2004년 자신의 고용주가 임금체불했다는 사실을 피켓에 써서 들고 있었다고 명예훼손 유죄판결 받은 노동자가 있을 정도입니다.

방송도 한번 보시죠. 세월호 당일 오후 4시에 아이들 수십명을 커튼으로 이어 만든 밧줄로 끌어올린 김홍경씨가 MBC, KBS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30분 동안 수십명 끌어올리는 동안 해경은 안전한 곳에서 바라만 보고 있었고 너무 화가 나 그 해경들 사진까지 찍어놨다." 당일입니다, 당일. 해군UDT, 잠수부 투입되기 전 상황입니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 제보였습니까. 두 방송국 모두 김홍경씨의 이 발언만 쏙 빼고 보도했습니다. 제가 떠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MBC, KBS의 이 편향된 보도에 대해 아무런 징계를 하지 않았습니다.

김홍경씨가 제공한 세월호 침몰 당시 모습.

제가 이런 얘기하면 "표현의 자유 때문에 세월호 참사가 났다는 주장은 너무 인과관계가 먼 얘기 아니냐"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럼 무엇 때문에 났나요? 무엇 때문에 며칠에 걸쳐 수백명의 학생들이 잔잔한 연안에서 쇠감옥에 갇혀 수장되는 other-worldly한 비극을(영어 죄송합니다. 적절한 우리말이 없네요) 지켜보게 되었나요?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는 수많은 현실의 고리들이 전부 다 그 비극을 향해 돌아버렸기 때문입니다. 그 고리들을 하나 하나 누가 감시하고 관리할 수 있나요? 정부가? 국가안전처가? 경찰이?

"큰 정부"는 그만큼 감시와 비판을 할 수 있는 국민 속에서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세월호 과적할 때 지켜보는 것도 국민이고, 세월호 사고 터졌을 때 국가의 대응 지켜보는 것도 국민이고, 세월호 구조활동할 때 국가의 일거수 일투족을 바라보는 것도 국민입니다. 모든 게 중앙에서 통제되어 있고 계획되어 있는 상태로 가지 않는 한 부패와 사고를 막는 첨병은 국민의 감시와 비판입니다. 과적을 봐도 알릴 수 없는데 과적을 더 강하게 처벌한다고 제2의 세월호가 예방될까요? 수신료 받아서 운영하는 공영방송사가 부실한 구조활동 보도하기를 거부하는데 제2의 세월호 참사가 예방될까요?

저는 솔직히 4.16이 돌아왔지만 별로 슬프지 않습니다. 물론 가끔 배안에 있을 아이들을 떠올리면 울컥울컥하지만 우울하지는 않습니다. 세월호에 슬퍼할 시간이 없습니다(물론 이 글 쓰는 지금은 눈이 가려져 앞이 안보일 지경입니다). 지난 1년 동안 바뀐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KBS 바로 세우기 위한 수신료분리납부운동(http://www.pressngo.org/)에 동참해주십시오. 명예훼손제도 바꾸는 것도 동참해주십시오. (이건 곧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는 플랫폼이 만들어질 겁니다.)

* 이 글은 #세월호잊지마세요 캠페인 참여를 위해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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