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사실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대부분 심증이다
'사회정의를 검찰에 맡기자'는 논리에는 허구가 있다
절대로 서버에 저장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이폰 1대를 해킹하면 1명의 안면인식정보만 취하겠지만, 서버에 저장하다 보면 여러 사람의 정보가 한꺼번에 유출될 수 있다. 해커가 하나의 서버만 공격해도 수많은 사람의 안면인식정보를 취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우리는 패스워드도 서버에 저장하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지만 (그리고 패스워드는 서버에 저장될 수밖에 없지만) 패스워드는 유출되면 바꿀 수 있는 반면 안면인식정보는 성형을 하지 않는 한 바꿀 수 없는 영구적으로 고유한 식별자이기 때문에 유출되었을 때의 위험이 다르다.
박용철이 살해당해서 증언을 할 수 없었고 결국 신동욱 재판에서는 별다른 증거가 없었으니 '살인 교사가 없었다'고 결정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구속영장청구서에서의 주진우에 대한 유죄논리가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살인교사가 없었다고 신동욱 재판에서 이미 결정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반하는 내용을 전제로 기사를 썼으니 유죄'라는 것이다. 이건 마치 "축구에서 골이라고 이미 판정이 났으므로, 골판정을 한 심판이 매수되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허위이다"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결국 "살인교사는 없었다고 판정났으니 살인교사는 없었다"는 동어반복에 불과하다.
지금 엄청난 '쏠림' 현상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다. MBC도 지난 일요일 톱뉴스로 촛불시위를 올렸다. 검찰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벼르고 있다. 난 전혀 기쁘지 않다. 그들이 무얼 생각해서 그렇게 했겠는가. 그냥 '대세'가 무서워서 따르는 것이다. 그러니 과거의 잘못에 대해 아무런 반성이 없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가. 지금의 최순실 게이트가 어떻게 가능했겠는가. 박근혜라는 괴물을 키운 토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제 대세가 바뀌었다고 진보·보수 할 것 없이 박근혜 공격 경쟁을 하는 것과 대통령이 무섭다고 대통령에 충성경쟁을 했던 것과 무엇이 다른가? 진정한 촛불시위는 그런 맹목적인 순응에 대한 저항이다.
놀랍지 않습니까? 이렇게 치명적인 결함을 숨기고 대통령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는 것이? 김해호씨는 최순실 게이트와 예언처럼 비슷한 내용을 9년 전에 제기했다가 허위사실공표죄/명예훼손죄로 실형을 살았고 현재 재심 진행 중입니다. 이런 의혹들을 수사는 하지 못할망정 의혹제기자들을 수사해서 감옥에 보내는 상황에서, 누군가 김해호씨가 내민 퍼즐조각에 맞는 또 다른 퍼즐조각을 가지고 있다한들 그걸 두려움 없이 내밀 수가 있었을까요? 덕분에 박근혜는 지난 10년 가까운 기간 치명적인 결함을 단순한 부인만으로 은폐해가며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입니다.
11월 5일에는 종로와 을지로에서 행진할 권리를 얻어냈고, 11월12일에는 처음으로 이순신상 뒷편으로 나아가 율곡로(경복궁 앞을 지나는 대로)를 행진할 권리를 얻어냈고, 11월 19일에는 경복궁 옆 창성동 별관을 거치는 소로를 통해서나마 주간에 처음으로 율곡로 이북에서 행진할 권리를 얻어냈습니다. 11월25일에는 자하문로(청운동 사무소 옆을 지나는 대로)에서 주간에나마 행진할 권리를 얻어내 처음으로 청와대에 200m까지 접근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지리적으로 전진하고 있는 게 아니라 법리적으로도 전진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집시법 제12조가 교통혼잡을 이유로 집회를 제한하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퇴진요구가 일찌감치 나온 것은 대통령이 수정구를 보고 국정운영을 한 것과 비슷한 반헌법적 상황 때문이지 법률에 정교하게 정의된 범죄를 저질렀다고 확신해서가 아니었다. 이 사건에서 검찰이나 재판에서 해원이나 구원을 찾지 말자. 사법기관을 "대타자"의 반열에 올려놓고 우리의 정당한 입장을 그들의 승인에 위탁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밝혀지고 있는 추악한 만상의 근원에 동의하는 것이다. 지금 검찰이 수사를 잘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최순실게이트 직전 네이쳐리퍼블릭 게이트에서부터 추락한 검찰 스스로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게 어찌되든 박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
왜 하야 요구를 하지 않는가? 왜 하야 요구를 하지 않으며 어영부영 시간을 끌다가, 국회에 띡 방문한 박근혜가 '야 니네가 추천해'라고 띡 던지고 가는 상황을 만들어서 주도권을 빼앗기는가? 야권은 '최순실 게이트'에 진정으로 분노하긴 했는가? 최순실 일당에게 국정 농단을 허락한 박근혜를 몰아내고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 합법적 권력을 획득하는 대신, 박근혜를 식물대통령으로 만들고 자신들이 '비선실세'가 되고 싶어했던 것은 아닌가? 선출되지 않았으면서 권력을 휘두르고, 정작 책임져야 할 때에는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그런 자리를 만들어낸 후 차지하고 싶어서 '거국중립내각' 타령으로 세월을 허비한 것은 아닌가?
최순실 사태는 탈정치적인 문제이며 국민 전체의 문제이다. 이번 사태로 야당이 반사적인 이익을 얻겠고 문제를 알면서도 쉬쉬해온 새누리당은 불리해졌지만 그것은 부수효과일 뿐이며 국민 전체 vs. 박근혜 대통령의 대결이 현재 문제의 본질이다.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 대통령은 우리를 대표하고 지배할 권력을 가질 능력이 없다"는 것이며 바로 이 대표의 실패가 본질이다. 단순히 지지율이 문제가 아니다. 김영삼 때도 국민은 대통령을 부인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어떤 정치적 고려도 지금 우리의 대표를 부인해서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우겠다는 주권자의 의사보다 더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중요한 것은 없다.
앞으로 각종 생체정보를 이용해서 본인인증을 하는 것도 가능해질 텐데 우리나라는 온라인에서 천년만년 휴대폰만을 이용해서 본인임을 증명해야 하는가? 민간기업이 알아서 하면 안되나? 문제가 생기면 그 기업이 끝까지 책임지고 고객에게 보상하도록 하면 안되나. 휴대폰이 없는 사람은 사람도 아닌가? 자기 명의의 휴대폰이 없는 사람은 온라인에서 어떻게 본인임을 증명하라는 것인가. 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은 아예 고국의 온라인 서비스는 절대 쓰지 말라는 것인가? 이런 식으로 하는데 어떻게 글로벌서비스를 만들겠는가.
우리는 정보들을 축적, 가공, 공유, 공개하면서 권력과 자본을 감시할 수 있다. 그 효과는 위키리크스의 사례에서 보듯이 인터넷을 통해 극대화될 수 있다. 영리서비스라고 해서 그 효과가 훼손되는 것도 아니며 도리어 민주주의는 자본주의 생산관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때 자본주의 내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발생시킬 수 있다.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법은 항상 필요하다. 하지만 프라이버시 법익이 남아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정보들에 대해서 개인정보보호법이 적용되어 그 축적이나 공개가 어렵게 되면 민주주의가 위축된다.
독재정권뿐만 아니라 각 나라마다 고유한 감시 및 검열 체제를 두고 있기 때문에, 그 동안 사람들은 서버의 위치 등을 고려해 어떤 체제 하에서 통신을 할지 선택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이메일 압수수색을 덜 받고 싶은 사람은 지메일을 사용하는 식이다. 특히 미국은 통신 감시에 있어 매우 엄격한 '개연성' 기준을 두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서버가 선호되어 왔다. 그런데 만약 MLAT 절차가 없어져 외국 수사기관이 미국에 있는 서버의 정보를 쉽게 압수할 수 있다면, 미국 서버를 통신 매개체로 적극 이용하고 있는 취약한 개개인의 가장 중요한 선택권을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2015년 1월 1일 이후에 나온 민사판결은 키워드검색이 가능하긴 한데... 각급 법원 별로만 검색이 가능하다. 전국에 18개의 지방법원, 5개 가정법원 1개 행정법원, 지원 54개, 고등법원들, 대법원까지 합쳐 85개 법원이 있으니, 예를 들어 가습기살균제 관련 판결문들을 찾고 싶으면 "가습기살균제"라는 검색어 입력을 85회 반복해야 한다. 게다가 검색결과가 나오면 판결문들의 내용을 보기 위해서는 1건당 1천원씩 내야 한다.
정보를 삭제 차단까지는 하지 않고 검색만을 제한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자원이 있는 사람은 인력을 고용해 검색에서 누락된 정보를 찾아낼 수 있지만 자원이 없는 사람은 그 정보를 찾아낼 수 없다. 특히 '검색되지 않는 정보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는 경구에 비추어보자면 검색에만 의존해야 하는 사람의 상대적 빈곤은 엄청날 것이다.
회사게시판 밖에 더욱 널리 알리는 것은 명예훼손 처벌을 감수했어야 할 것이다. 글들이 다 진실이었어도 말이다. 혹시 용케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진실의 발설은 처벌되지 않음을 아는 분들은 밖에 글을 올렸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글들은 옥시 사가 정보통신망법 상의 임시조치를 신청했다면 모두 삭제되었을 것이다. 쥬얼리성형외과에 대한 글들이나 아이엠피터의 글들처럼 아무런 이유없이 삭제되었던 것처럼. 포털들이 밝혀주었으면 좋겠다. 혹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에 대한 글들이 피해자가 나오기 시작한 2011년 이전에 임시조치된 것은 없는지.
미국 아이비리그나 최고공립대학들도 모두 성적장학금 폐지하고 거의 100% 저소득층 장학금이다. 덕분에 이런 곳 합격만 하면 저소득층인 사람도 등록금 생활비 걱정없이 학교를 마칠 수 있다. 나도 수혜자 중의 한 명이었다. 아니 그게 없었다면 학교를 마치지 못했을 것이다. 고려대 와서도 학부 가르칠 때는 생활비/등록금 알바 때문에 수업시간에 결석하거나 자고 있는 학생들에게 어쩔 수 없이 F를 줄 때 정말 가슴 찢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