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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표와 체감경기 | 경제는 바로 민생이며, 민생이 바로 경제다

최근 야당이 경제가 어려운데 정부는 뭐하고 있느냐고 비판하자 발끈한 정부측은 몇 가지 경제지표를 내놓으며 아무 문제 없는데 무슨 시비냐며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경제지표와 체감경기 사이에 괴리가 생기면 어느 쪽을 믿어야 할까요? 사람들은 얼어 죽겠다고 아우성친다면 정말로 추운 게 사실 아니겠습니까? 잘 맞지도 않는 온도계를 가리키며 봄이라고 우긴다고 해서 사람들이 느끼는 추위가 조금이라도 덜어질 리가 없습니다.

  • 이준구
  • 입력 2015.03.23 13:56
  • 수정 2015.05.23 14:12
ⓒAlamy

어떤 경제지표든 그것이 대표하는 경제상황을 100% 정확하게 전달해 줄 수 없습니다.

아무리 정교하게 측정한다 하더라도 지표 작성과정의 어느 단계에서든 오차가 발생하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표 그 자체가 갖는 특성 때문에 정확한 정보 전달이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그 대표적 예가 한 나라의 전반적 경제복지 수준의 척도로 자주 사용되는 국민소득,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입니다.

국내총생산이 측정되는 방법의 특성 때문에 경제적 복지를 떨어뜨리는 일이 발생해도 오히려 국내총생산은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지진 같은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국민의 복지수준은 당연히 떨어지지 않습니까?

그러나 그것의 복구과정에서 놀려지고 있던 중장비나 인력이 동원되면 국민소득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교통사고가 나도 병원과 의사의 소득이 더 커질 것이므로 국민소득이 그만큼 늘어난 것으로 통계에 잡힙니다.

실업률 통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단 1시간이라도 돈을 받고 일한 적이 있으면 실업자가 아닌 취업자로 간주됩니다.

또한 1시간도 일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일자리를 찾지 않았다고 대답하면 그 사람도 실업자가 아닌 것으로 취급됩니다.

실정이 이러니 실업통계와 우리가 체감하는 실업의 정도 사이에 큰 차이가 생길 수밖에요.

최근 야당이 경제가 어려운데 정부는 뭐하고 있느냐고 비판하자 발끈한 정부측은 몇 가지 경제지표를 내놓으며 아무 문제 없는데 무슨 시비냐며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여러분들 정말로 정부 말처럼 우리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고 느끼십니까?

실제로는 아무 문제도 없는데 트집 잡기 좋아하는 야당이 공연히 시비를 건다고 생각하십니까?

MB가 회고록에서 4대강사업 덕분에 글로벌 외환위기에서 비교적 쉽게 벗어날 수 있었다고 주장해 만인의 비웃음을 산 적이 있습니다.

22조원이란 어마어마한 돈을 뿌려대면 분명 경제성장률은 얼마간 올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MB는 그걸 자신의 치적이라고 뽐내지만, 경제성장률에 생긴 손톱만큼의 증가는 그 사업이 만들어낸 숱한 부정적 효과에 비하면 새발의 피만도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를 비웃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경제지표 몇 가지를 내놓으며 경제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는 이 정부를 보며 그런 MB와 하등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최소한의 상식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우리 경제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감히 하지 못할 거라고 믿습니다.

서민들은 살림은 분명 어려워지고 있는데, 나라를 다스린다는 사람들이 아무 문제가 없는데 무슨 불만이 그리 많으냐고 윽박지르는 우스운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청년실업 문제는 나날이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고용지표상에 약간의 개선이 일어났다는 것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변할 수 있는 일인가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는 청년 실업자들에게 직접 물어보면 훨씬 더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 역시 지난 MB정부에 이어 이 정부에서도 아무런 진전이 이루어진 바 없습니다.

불안한 고용상황과 낮은 임금에 허덕이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 정부가 해준 게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립서비스에서조차 인색해, 고위직의 입에서 정규직의 과보호론이나 흘러나오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그리고 수백만 명에 달하는 신용불량자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붙잡고 있지만, 이 점에 대해서도 손톱만큼의 진전이 없습니다.

정부는 오히려 빚 내서 집 사라고 부추김으로써 미래의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길로 내닫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빚에 쪼들리는 서민을 경기활성화의 불쏘시개로 사용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집이 없어 세들어 사는 사람이 이만저만 많은 게 아닌데, 이 정부 들어오면서 그들의 살림살이는 계속 어려워져만 왔습니다.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데다가 월세 전환으로 인해 생활비로 쓸 돈을 집세로 내야 하는 딱한 사정에 직면한 서민들을 위해 이 정부가 해준 일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부동산 투기를 조장해 집값 올라가라고 부채질하는 일 말고는 한 일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지금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이처럼 주로 경제적 약자층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형태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경제는 바로 민생이며, 민생이 바로 경제입니다.

민생이 이렇게 날로 어려워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뚱딴지 같은 말이 어떻게 나올 수 있습니까?

서민의 삶에 대해 아무 관심도 없으니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경제지표와 체감경기 사이에 괴리가 생기면 어느 쪽을 믿어야 할까요?

사람들은 얼어 죽겠다고 아우성친다면 정말로 추운 게 사실 아니겠습니까?

잘 맞지도 않는 온도계를 가리키며 봄이라고 우긴다고 해서 사람들이 느끼는 추위가 조금이라도 덜어질 리가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습성을 갖고 있습니다.

개인적 차원에서 이런 인간적 약점은 너그럽게 눈감아 줄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 그런 안이한 태도를 갖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입니다.

온 국민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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