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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빙그레' 웃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기는 야구를 할 수 있을까.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오클랜드의 빌리 빈이 입증한 바 있다. 과연 김성근 감독은 한화의 문제를 설명해낼 수 있을까? 그리하여 야구에서 어떻게 하면 승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국내 모든 스포츠 종목을 망라하고 가장 희화화된 팀 캐릭터를 가져버린 한화는 20년 전 선배들이 구가한 영광의 시절을 재현해낼 수 있을까. 2015년의 한화 이글스는 수많은 드라마를 품은 채, 야구의 오래된 질문을 안고 달리는 재미있는 실험 집단이다. 이상한 일이지만, 모두가 한화를 응원한다.

  • 김준
  • 입력 2015.03.22 09:37
  • 수정 2015.05.22 14:12
ⓒ연합뉴스

한화의 전신인 빙그레 이글스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1990년대 전후에 가장 매력적인 팀 중 하나였다. 이상군·한희민·송진우·구대성·정민철 등 리그 최정상급 투수가 꾸준히 배출됐고, 장종훈·이정훈·이강돈·강석천이 이끄는 타선의 위력은 모그룹의 주력사업인 화약에 빗대어 '다이너마이트 타선'이라 불렸다. 유례없이 촌스러웠던 그들의 주황색 줄무늬 유니폼은 폭발력 있는 팀의 캐릭터와 융합돼 묘한 키치적 매력을 뿜어내기도 했다.

한화 이글스의 동계 훈련장은 관심이 집중되는 곳이다. '5886899'라는 새로운 비밀번호를 찍은 그들은(2008년 이후 한화의 최종 순위다) 2009년 이후 6번의 시즌 동안 5번의 꼴찌를 했으며, 최근 3년 동안은 3연속 꼴찌를 기록했다. 류현진도 혼자서는 이 참사를 막지 못했고, 140억원을 들여 정근우와 이용규를 데려왔지만 결과는 여전했다. 매년 겨울이면 "한화, 올해는 다르다"라고 말하던 뉴스들은 매년 가을이 되면 "한화, 올해도 꼴찌"라는 기사로 마감됐다. '한화 팬'이란 한국에서 가장 힘든 취미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대명사가 되었고 매일 상대팀의 폭격을 당하던 대전구장엔 '생불'이 된 관중의 눈물이 그라운드를 적셨다.

올겨울, 한화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배영수·송은범·권혁 등을 데려와 투수진에서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했다. 그러나 모두가 얘기하는 올겨울 한화의 최고 FA 영입 인물은 김성근 감독이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야구의 신'이라 불리는 지도력을 갖춘 그는 한화를 뿌리부터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선수단에 팽배한 패배주의를 타파하고 야구의 기본부터 시작할 것임을 공포했다. 감독 취임과 동시에 '지옥훈련'을 시작했고, 수십억원을 버는 선수가 즐비한 프로야구단이지만 흙과 땀으로 범벅이 된 초췌한 표정으로 훈련장에 쓰러진 선수들의 사진은 무명의 고교야구팀 풍경 같다.

어떻게 하면 이기는 야구를 할 수 있을까.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오클랜드의 빌리 빈이 입증한 바 있다. 메시나 조던 같은 1명의 절대자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는 것이 야구다. 8~9개 구단이 있는 리그에서 최근 6번 중 5번의 꼴찌를 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수십억원을 주고 선수를 영입해도, 단체 삭발을 하고 마음을 다잡아도, 김응용이라는 우승청부사를 감독으로 앉혀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과연 김성근 감독은 한화의 문제를 설명해낼 수 있을까? 그리하여 야구에서 어떻게 하면 승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국내 모든 스포츠 종목을 망라하고 가장 희화화된 팀 캐릭터를 가져버린 한화는 20년 전 선배들이 구가한 영광의 시절을 재현해낼 수 있을까. 2015년의 한화 이글스는 수많은 드라마를 품은 채, 야구의 오래된 질문을 안고 달리는 재미있는 실험 집단이다. 이상한 일이지만, 모두가 한화를 응원한다.

* 이 글은 <한겨레21>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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