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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17일 12시 40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3월 17일 12시 58분 KST

위기의 네타냐후, '2국가 해법' 원칙을 철회하다

ASSOCIATED PRESS
FILE - In this Aug. 2, 2014 file photo, Israeli Prime Minister Benjamin Netanyahu speaks to the media during a press conference at the defense ministry in Tel Aviv, Israel. If Netanyahu can lead his Likud Party to victory and secure a fourth term in office, he will be well on his way to overtaking the nation’s iconic founding father, David Ben-Gurion, as the longest-ever serving premier _ and cementing a status as the dominant Israeli politician of the past two decades. (AP Photo/Oded Balil

패배 위기에 빠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총선을 앞두고 ‘우파 결집’에 매달리는 모양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완화하기 위한 ‘2국가 해법’을 지지한다는 입장마저 철회했다.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먼저 연합뉴스가 AP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을 살펴보자.

네타냐후, “팔레스타인 국가 허용하지 않겠다”

16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 뉴스 사이트 'nrg'와의 인터뷰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서안 지역이나 동예루살렘, 가자지구 에서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건립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누구든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립하고자 하거나 점령지에서 철수하려 한다면 이스라엘을 공격하려는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 세력에 땅을 내주는 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3월17일)

이런 발언은 우선 이스라엘의 대(對) 팔레스타인 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뜻한다. 만약 이 남자가 다시 총리가 된다면 말이다.

6년 만에 뒤집은 ‘바르 일란 연설’

네타냐후는 지난 2009년 바르 일란 대학에서 팔레스타인의 비무장화를 바탕으로 하는 ‘항구적 평화안’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처음으로 공개 발표한 바 있다. ‘바르 일란 연설’이다.

두 개 국가의 존재를 서로 인정하고 공존을 모색한다는 내용이 담긴 이런 ‘2국가 해법’은 오랫동안 이어져 온 두 나라 사이의 갈등과 대립을 종식시킬 대안으로 꼽혀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 방안을 지지해왔다.

2009년 6월14일, 이스라엘 바르 일란 대학교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국가 체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밝히는 모습. 이 연설은 '바르 일란 연설'로 불려왔다. ⓒAP

그러나 네타냐후는 오해를 남기지 않으려는 듯 재차 이어진 질문에 ‘2국가 해법’을 철회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재선 성공시 팔레스타인 국가 건립이 불가하다는 의미냐고 질문자가 재차 묻자 네타냐후 총리는 “확실히 그렇다”고 답했다. (연합뉴스 3월17일)

그동안 네타냐후는 ‘입으로만 평화적인 해법을 지지한다고 말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평화협상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반면,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을 강행해 팔레스타인과의 갈등을 부추겨왔다는 것. 다만 직접적으로 ‘2국가 해법’ 철회 방침을 밝힌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불과 일주일 전, 이스라엘 총리실은 네타냐후 총리의 ‘2국가 해법’ 철회 논란이 불거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바 있다.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네타냐후 소속 집권당인 리쿠드당은 전날 성명을 내고 네타냐후 총리가 6년 전 행한 '바르 일란 연설'은 현재 중동의 상황에서 더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성명은 리쿠드당이 이달 중순 총선을 앞두고 유세를 하는 과정에서 현지 기자들에게 발표됐다.

(중략)

네타냐후 총리의 이러한 발언이 알려지자 팔레스타인은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고 네타냐후 총리실은 즉각 이를 부인했다.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네타냐후 총리는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이어 총리는 중동의 일부 지역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게 장악된 현재의 조건에서 그 정책(2국가 해법)을 오랫동안 고수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3월9일)

네타냐후의 이번 발언은 총리실의 해명을 완전히 무색하게 만들었다.

위기의 남자, 위험한 도박

네타냐후는 지난해 말 연립정부를 구성한 중도 성향 정당들과 의견충돌을 빚은 뒤 스스로 조기 총선을 요구하며 의회를 해산했다. 조금 더 ‘다루기 쉬운’ 우파 정당들로 내각을 새로 구성하겠다는 구상이 담긴 ‘승부수’였던 것.

그러나 상황은 오히려 그에게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네타냐후가 소속된 집권당 리쿠드당은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전체 120석 중 20~22석을 확보해 2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중도 좌파 성향의 시오니스트연합이 24~26석을 차지해 다수당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렇게 되면 네타냐후 총리의 재선은 물거품이 된다.

국내외 언론들은 그의 ‘2국가 해법’ 철회 발언이 우파 유권자들을 결집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왔다고 해석하고 있다. 안보이슈와 민족주의를 자극해 우파 유권자들의 막판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는 것. 패색이 짙어져가는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는 15일 연설에서는 ‘좌파 정부의 집권을 막아 달라’며 노골적으로 우파 유권자들의 결집을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 3일, 미국 의회에서 연설을 마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모습. 상당수 미국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연설에 불참했다. ⓒAP

논란으로 가득했던 네타냐후의 지난 미국 의회 연설도 이스라엘 내부의 우파를 결집시키려는 ‘정치적인 의도’로 이뤄졌다는 해석이 많았다. 그는 이란과의 핵협상 중단을 촉구하며 미국 정부를 ‘저격’하는 연설을 감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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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을 위해 벌이는 네타냐후의 이런 ‘도박’은 이미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를 더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이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험난한 미래가 예상된다는 얘기다.

뉴욕타임스는 17일 “만약 네타냐후가 4선 연임에 성공한다면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런 새로운 입장은 미국 오바마 행정부와의 관계를 더 틀어지게 하는 것은 물론, 궁지에 빠져 있는 평화협상에 이미 불만을 품고 있는 유럽 국가들과의 긴장도 고조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네타냐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팔레스타인과의 관계는 지금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여름 50일간의 ‘가자지구 사태’로 팔레스타인에서는 수천 명이 목숨을 잃고 수십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은 바 있다.

재선, 점점 더 멀어져간다?

한편 이스라엘 보수층 내부에서도 네타냐후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정보기구 모사드의 국장을 지냈으나 이후 반(反) 네타냐후 운동의 선봉으로 떠오른 메이어 다간은 최근 열린 시위에서 “이스라엘은 네타냐후 아래에서 최악의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다간은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은 적들이 아니라 네타냐후의 리더십”이라며 “그는 총리로 재직한 지난 6년 동안 우리가 직면한 문제에 어떤 진전도 이루지 못했고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하지도 못했다”고 비난했다. 또 “네타냐후의 통치 아래에서 이스라엘은 독립전쟁 후 가장 긴 군사작전을 수행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3월9일)

차기 유력 총리 후보로 떠오른 야당 지도자 이삭 헤르조그는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며 네타냐후와 정반대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이번 총선의 이슈를 5가지로 꼽았다. 중동 정세를 둘러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네탸나후 총리 사이의 심각한 갈등으로 멀어진 미국과의 관계 복구, 이란 핵문제 해결,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는 이스라엘 내부의 불평등 해소, 세계 무대에서 이스라엘의 고립 해소 등이다.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는 중도좌파인 헤르조그는 모든 점에서 매파인 네타냐후와 대비된다. (한겨레 3월15일)

치솟는 주택 가격과 물가 등 ‘민생 공약’을 강조하는 것도 네타냐후와 대비되는 부분이다.

노동당의 이삭 헤르조그 당수는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해 평화협상을 재개하겠다며 네타냐후와 반대 노선을 천명하는 한편 자신이 경제위기 해결의 적임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시온주의 연합이 선거유세 막판으로 갈수록 주택가격과 중산층의 어려움을 부각시키며 경제 문제 해결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경제 3월17일)

위기에 빠진 이 남자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투표는 17일 오전 7시(현지시간) 일제히 시작됐다.

Netanyahu: No Palestinian state if I'm re-elected - CNN

Heartbreak in Gaza | Nicholas Kristof | The New York Times

Photo gallery Benjamin Netanyahu Addresses Congress Se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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