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10월 30일 14시 32분 KST

백악관이 트럼프 '우크라이나 통화' 주요 내용 뺐다는 증언이 나왔다

트럼프와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 내용은 탄핵조사의 핵심이다.

Tom Williams via Getty Images
UNITED STATES - OCTOBER 29: Lt. Col. Alexander Vindman, director of European affairs at the National Security Council, arrives in the Capitol Visitor Center for his deposition related to the House's impeachment inquiry on Tuesday, October 29, 2019. (Photo By Tom Williams/CQ-Roll Call, Inc via Getty Images)

백악관이 공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7월25일자 통화 녹취록에서 핵심 단어와 표현들이 누락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벌이고 있는 대통령 탄핵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위 당국자의 말이다.

내부고발자의 제보로 처음 알려진 이 통화의 대화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를 촉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민주당) 등에 대한 수사를 우크라이나 정부에 압박함으로써 개인적·정치적 이득을 취하려 했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백악관은 일부 내용이 편집된 대화 녹취록을 공개한 바 있다.

29일 비공개 증언에 나선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은 백악관이 작성한 녹취록에서 중요한 단어와 표현들이 빠져 있었으며, 자신이 이를 바로잡으려 했으나 결국 좌절됐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관계자 세 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계 미국인인 빈드먼 중령은 NSC에 파견돼 우크라이나 분야를 담당했으며, 이 문제의 통화 당시 옆에서 통화를 들었던 고위 당국자들 중 하나다.

백악관 당국자가 탄핵조사 증인으로 출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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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s of declassified, unredacted memorandum of US President Donald Trump telephone conversation with Ukrainian President Volodymyr Zelenskyy from July 25, 2019, graphic element on black

 

보도에 따르면, 빈드먼 중령은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부패에 대해 언급하는 녹음 테이프가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부분, 바이든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이사진으로 몸 담았던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부리스마를 젤렌스키 대통령이 특정해서 언급한 부분이 누락됐다고 증언했다.

빈드먼 중령은 자신이 녹취록 초안 검토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발견하고는 자필로 누락된 부분을 집어넣어 이를 상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일부 내용을 뺀 나머지 부분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 NYT는 이날 증언에서 빈드먼 중령이 그 이유가 뭐였다고 보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며, 그 이유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NYT 취재에 응한 익명의 관계자들은 문제의 통화에 대한 녹취록이 작성된 과정도 설명했다. 백악관은 통화를 녹음하지 않았고, 대신 노트 필기자들과 대략적인 녹취록 초안을 생산해내는 음성인식 소프트웨어를 활용했다고 한다. 이 소프트웨어는 이름 같은 고유명사나 기술적 용어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빈드먼 중령은 통화를 직접 들었으므로 녹취록 초안에서 누락된 부분을 인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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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ident Donald Trump stands during a Presidential Medal of Freedom ceremony for auto racing great Roger Penske in the Oval Office of the White House, Thursday, Oct. 24, 2019, in Washington. (AP Photo/Alex Brandon)

 

녹취록에서 특정 부분이 누락된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백악관이 이례적으로 이 녹취록을 기밀 서버로 옮긴 것과 무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NYT는 전했다. 앞서 내부고발자는 이 통화 직후 ”깊이 우려”한 백악관 관계자들이 녹취록을 기밀 정보를 취급하는 다른 보안 시스템으로 옮겼다고 밝힌 바 있다.

그밖에도 빈드먼 중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통화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고, 이에 대한 우려를 상부에 여러 차례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전날 입수된 그의 모두발언록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다만 자신이 이 문제에 대해 상부(NSC 법률고문)와 나눈 대화에 대해서는 비밀유지 의무를 이유로 증언을 거부했다고 한다.

한편 민주당 탄핵조사 위원들은 전현직 핵심 당국자들을 연달아 증인으로 소환해 증언을 청취해왔다. 이미 상당수의 증언과 증거들이 확보된 탓에 빈드먼 중령의 이날 증언이 조사 전반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커트 볼커 전 우크라이나 특사에게 자문을 했던 두 명의 우크라이나 전문가(30일), NSC 러시아·유럽 디렉터 티모시 모리슨(31일), 믹 벌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직무대행의 국가안보보좌관 로버트 블레어(11월1일) 등을 잇따라 불러 증언을 들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