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의 최근 통화에서 ‘러시아 스캔들’ 수사 착수 배경에 대한 법무부의 진상조사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미국 정부 관계자 두 명을 인용해 30일 보도했다.
트럼프는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과 트럼프 캠프의 공모 의혹을 다룬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를 ‘마녀사냥’으로 규정해왔으며, 특검 수사가 종료된 직후 법무부는 특검 수사가 시작된 배경을 조사해왔다. 뮬러 특검 수사 자체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기 위한 시도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에 있었던 이 통화는 윌리엄 바 법무장관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바 장관이 관련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되는 외국 정부 당국자들과 연결해 달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먼저 요청했다고 법무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바 장관이 호주를 지목한 건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시작된 배경에 대한 음모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과거 NYT 등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특검 출범에 앞서 최초 수사에 착수했던 FBI(연방수사국)는 호주 외교관 알렉산더 다우너의 제보를 단서로 삼았다.
영국 런던에서 근무하고 있던 다우너는 2016년 5월 런던의 한 바에서 트럼프 대선캠프 외교분야 고문으로 일하고 있던 조지 파파도풀로스를 만났는데, 그에게서 ‘러시아가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에게 정치적 타격을 입힐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파파도풀로스는 러시아가 클린턴의 이메일 ‘수천통‘을 확보하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의 스파이라는 의심을 받는 ‘의문의 교수’ 조제프 미프수드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약 2개월 뒤, 실제로 해킹으로 유출된 민주당 관계자들의 이메일들이 온라인에 폭로되자 다우너는 파파도풀로스와의 대화를 미국 당국에 제보하게 된다. 트럼프 대선캠프의 관계자가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었다. 이 제보는 FBI가 대선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그 해 7월부터 비공개 수사에 착수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러나 트럼프 측은 서방 국가의 정보기관들이 클린턴의 당선을 돕기 위해 미푸스드 교수를 통해 ‘덫’을 놓았고, 파파도풀로스는 여기에 걸렸을 뿐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해왔다. 파파도풀로스도 다우너 대사가 자신을 몰래 염탐해왔다고 주장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우파 진영에서는 오바마 정부가 트럼프 당선을 막기 위한 공작을 벌였다는 주장까지 펼쳐왔다.
백악관과 호주 정부는 각각 통화에서 이런 대화가 오간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통상적인 외교 행위’였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에게 진행중인 조사를 원활히 하기 위해 (외국 정상들에게) 소개를 부탁했고, 그는 그렇게 했다. 그게 전부다.” 호건 기들리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모리슨 총리의 통화는 ”통상적인 프로토콜”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호주 정부도 입장을 내고 ”호주 정부는 항상 수사중인 사안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노력을 돕고 이에 협조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총리는 이같은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재차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 조 바이든에 대한 수사를 청탁하고, 군사적 지원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압박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하원에서 탄핵조사를 개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