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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의 매각은 '기내식 대란' 때부터 예견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어쩌다 매각까지 이르게 됐을까?

  • 백승호
  • 입력 2019.04.15 17:29
  • 수정 2019.04.16 09:40

 

금호아시아나그룹이 15일,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다. 앞선 9일, 금호그룹이 제출한 자구계획을 채권단이 거부하면서 결국 금호그룹은 15일,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포함된 수정 자구계획을 제출했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방안을 고심해왔다”며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것이 그룹과 아시아나항공 모두에게 시장의 신뢰를 확실하게 회복하는 것이라 여겼다”고 매각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금호의 위기는 지난해 ‘기내식 대란’ 때 이미 예견됐다

금호아시아나에 위기가 불거졌음을 세간에 알린 사건이 있었다. 바로 지난해 7월 논란이 된 ‘기내식 대란’이다. 승객들의 불만으로부터 촉발돼 결국 기내식 공급 협력업체 대표가 목숨을 끊은 일까지 이어진 이 사건의 이면에는 금호아시아나의 불안한 재무상태가 자리 잡고 있었다.

기내식 대란이 일어나게 된 이유를 잠시 살펴보자. 당시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납품하던 업체는 샤프도앤코다. 그러나 이 업체는 3개월짜리 단기 계약 업체였다. 원래 2018년 7월부터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납품하려던 회사는 샤도프앤코가 아니라 게이트고메코리아였다. 그런데 그해 3월, 게이트고메코리아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7월 1일까지 납품을 시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임시로 찾은 회사가 샤프도앤코였다. 샤프도앤코는 LCC와 거래하던 규모가 작은 업체였고 결국 공급 첫날부터 사고가 났다.

사고 과정에서 알려진 사안이 있다. 게이트고메코리아와 새로운 기내식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아시아나에 기내식을 공급하던 업체는 LSG스카이셰프코리아(이하 LSG코리아)였다. LSG코리아는 게이트고메코리아가 제때 기내식을 공급할 수 없게 됐음을 알자 자신들이 3개월간 기내식을 대신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아시아나가 사실상 거부했다. 여기에 이유가 있다.

ⓒReuters

 

아시아나가 속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16년, LSG코리아에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이하 BW)를 인수하라고 요구했다. LSG는 이를 거부하고 아시아나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다. 이를 계기로 아시아나는 기내식 공급 업체를 게이트고메코리아로 바꾼다. LSG코리아는 LSG코리아 측은 계약 연장을 위해 수차례 우위의 조건을 제시했음에도 공정한 입찰 기회조차 없었다고 반발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때 금호아시아나가 게이트고메코리아와 맺은 계약 기간은 30년이다. 이례적인 장기 계약이다. 하지만 곰곰이 뜯어보면 이유가 있다. 2017년 게이트고메코리아의 모기업인 HNA(하이난항공)그룹은 금호홀딩스(금호그룹의 지주사)의 BW 1600억원 상당을 취득한다. 금호그룹이 LSG코리아에 요구했던 내용이다. HNA는 금호의 BW를 금리 0%에 만기 20년 조건으로 인수했다. 사실상 1600억원을 무이자로 20년간 빌려준 셈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금호홀딩스가 BW를 발행해 1600억원을 조달한 이유에 대해 “그룹의 운영자금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금호의 위기 촉발했던 ‘대우건설’ 인수

그렇다면 금호는 왜 운영자금이 필요했으며 그렇게 무리해서까지 운영자금을 확보하려 했을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2000년대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2년 제4대 금호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던 박삼구 회장은 IMF 이후 위기를 맞은 금호그룹을 구하기 위한 카드로 ‘사세확장‘을 내건다. 당시 그룹의 주축이었던 타이어사업을 별도로 분사해 군인공제회에 지분을 매각한다. 그리고 이때 마련한 ‘총알’로 대우건설을 인수한다.

대우건설은 당시 시공능력 종합 평가에서 1위를 기록하던 대형 건설사였다. 금호그룹이 소화하기엔 꽤 큰 먹잇감이었다. 당시 금호는 계열사 가용자금을 총동원하고 투자금융자본까지 끌어들였다. 그래도 모자란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3년 이내에 대우건설 평균 주가가 3만 4천원에 미치지 못할 경우 차액을 보존해주는 계약(풋백옵션)까지 감행했다. 금호의 인수 당시 대우건설의 주가는 1만 3천원이었다. 위험이 큰 시도였다. 여기에 금호는 2008년 3월 대한통운 인수까지 감행한다. 

 

대우건설을 잘 키워 그룹을 안정화시켜보려 했던 박삼구 회장의 꿈은 박살 났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건설경기는 곤두박질쳤다. 금호가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발행했던 회사채 만기일이 도래하기 시작했다. 금호는 2009년 대우건설을 다시 시장에 내놨다. 박삼구 회장은 퇴진했다. 2009년에는 금호생명까지 매각했다. 하지만 위기는 그치지 않았다. 금호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워크아웃(법정관리) 상태에 돌입했고 2010년 금호렌터카, 2011년 대한통운, 2012년 금호고속이 각각 매각됐다. 이 과정에서 박삼구 박찬구 형제의 갈등이 심화됐다. 2010년 박찬구 대표이사는 금호석유화학을 금호의 계열사에서 분리해서 나갔다.

2014년 10월, 금호산업의 조건부 워크아웃 종료를 시작으로 계열사들이 하나씩 워크아웃 상태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급한 불만 끈 상황이었다. 무리한 확장 시도가 남기고 간 상처는 여전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에만 1조7000억원의 부채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2019년 3월 공개된 감사보고서에서 아시아나 항공의 영업이익은 282억으로 쪼그라들었다. 재무상태가 악화되자 신용평가사들은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고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1조원이 넘는 부채(자산담보부증권 : ABS)를 조기상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채권단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자구책을 요구했다. 그룹은 지난 9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5000억원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자구안을 제출했다. 채권단은 이 자구안에 ‘실질적 방안’이 없다며 거부했다. 결국 아시아나그룹은 매각을 포함한 자구안을 다시 제출해야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금호아시아나그룹 매출 9조7835억원 가운데 63.7%(6조2518억원)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체 자산 규모(11조4476억원)에서 아시아나항공(6조8832억원)을 제외하면 4조5644억원으로 줄어든다.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게 되면 금호그룹의 규모는 중견기업 수준까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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