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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5일 18시 10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11월 15일 18시 13분 KST

'고의 분식 결정' 이후, 이재용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보아야 한다

지난 14일,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가 ‘고의 분식’으로 결정 났다. 일단 하나의 큰 사건이 마무리되었지만 여기서 문제가 끝나는 게 아니다. 이제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해야 했던 이유,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왜 분식회계를 해서라도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높여야 했을까?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을 어떤 방식으로 지배하는지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흔히 이야기되는 순환출자구조인데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재용이 삼성물산을 지배하고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방식이다. 현재 이재용은 삼성물산의 주식을 17.2%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이재용은 삼성물산을 통해서 총 네 개의 순환출자구조로 그룹사를 지배하고 있는데 그 큰 고리는 아래와 같다.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

이재용은 원래 삼성물산의 대주주가 아니었다. 그는 제일모직(구 에버랜드)의 지분 23.2%를 보유한 대주주였다. 삼성은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순환출자구조, 이재용의 그룹사 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결정한다.

합병이 이재용에게 유리하기 위해서는 제일모직의 가치는 더 높게 평가되고 삼성물산의 가치는 더 저평가되어야 한다. 합병 직전 해인 2014년을 기준으로 삼성물산의 매출은 28조 4천억, 영업익은 6500억이다. 반면 제일모직의 매출은 5조 1300억, 영업이익은 2100억이다. 자산도 2015년 기준 삼성물산은 29조 5000억, 제일모직은 9조 5000억이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달랐다. 당시 시가총액은 삼성물산 8조6300억, 제일모직은 22조 700억이었다.

제일모직은 지난 2014년 12월 상장됐다. 이때를 기준으로 합병 전까지 제일모직의 주식은 약 44.7%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물산은 10%이상 떨어졌다. 제일모직의 주가상승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로는 제일모직의 최대주주가 이재용으로서 경영승계에 제일모직 주식이 이용될 게 예상되기 때문에 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였다. 두 번째가 바로 문제의 삼성바이오였다.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의 최대주주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제일모직의 가치도 높아졌다. 제일모직이 높은 시장평가를 받을 수 있는 데에는 바로 이 삼성바이오가 있었다. 합병 당시 제일모직은 최종 11조원으로 평가되었다. 삼성물산의 세배에 이르는 수치였다. 이 평가에 따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은 0.35:1로 결정되었다. 이재용이 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이었다. 그리고 2018년 11월, 합병 당시의 삼성바이오 가치상승이 회계부정을 통해 발생했음이 확인됐다.

이제 앞에 설명했던 이야기들을 거꾸로 나열해보자.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의 대주주였던 이재용의 지분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회계분식을 통해 높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재용은 경영권 승계의 이득을 얻었다. 즉 이재용은 이번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의 가장 큰 수혜자다.

 

이재용의 상고심이 아직 남았다

이 점을 전제로 할 때 앞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세 가지다. 먼저 아직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이재용의 상고심이다.

 

POOL New / Reuters

 

이재용은 박근혜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특검과 1심 재판부는 이재용의 뇌물 공여에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한 대가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말한 ‘포괄적 현안’은 국민연금의 합병찬성을 의미한다. 합병 전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이었다. 앞서 언급한대로 당시의 합병 비율은 삼성물산 주주들에겐 불리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여기에 찬성표를 던진다.

납득하기 힘든 불리한 결정을 한 국민연금은 그 이유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들었다.

“투자위원회에 참석한 위원들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으로 인해 국민연금공단이 입게 될 손해 최소 1,338억원을 상쇄할 수 있는 2조원 이상의 시너지가 합병 후 법인에 생긴다는 내용으로 수치가 의도적으로 조작된 회의 자료를 제출해서 이를 근거로 투자위원회에서 위 합병에 찬성한다는 결정”

박근혜-최순실 특검 보고서

하지만 항소심은 ‘포괄적 현안’에 대한 대가성을 부정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같은 사안들이 이재용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는 있었지만 이 사안들이 대가성을 두고 진행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결국 대가성을 부정한 항소심은 이재용에 대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했다.

그러나 이번에 금융위가 삼성바이오에 대한 분식회계를 결정함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 분식회계 조사과정에서 금융당국은 삼성바이오 재경팀과 삼성그룹 미전실이 이재용에 유리하게 합병이 이뤄지도록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이 담겨 있는 문건을 다수 발견했다. 이는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가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이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이자 동시에 이재용과 박근혜 사이에 ‘포괄적 현안’ 이 공유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했다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은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상고심은 대법원에서 이뤄지는 재판으로 증거재판이 아니라 법리재판으로 이뤄진다. 새로운 사실관계를 추가해 재판할 수는 없는 의미다.

다만 대법원은 다른 사유로 항소심 판결을 파기환송할 수 있다. 검찰 간부 출신인 한 변호사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대법원 재판이 법률관계를 다투는 ‘법률심’이긴 하지만, 중요한 추가 증거가 나올 경우 이를 간과하기 어렵다”며 “금융당국이 찾은 새 증거를 대법원이 어느 정도로 판단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새로운 수사 대상이 될까?

증선위는 이번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를 심의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을 중점에 두지 않았다고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증선위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해서도 내용을 살펴보긴 했지만 합병비율 적정성 등을 검토해 판단을 내리진 않았다”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자회사인지 관계회사인지를 중점적으로 판단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번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가 이재용의 경영권승계를 위함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이 공정했는지 여부, 즉 삼성물산에 대한 특별 감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참여연대도 14일, ”의혹을 투명하게 해소하기 위해서는 금감원의 삼성물산에 대한 조속한 감리 착수가 시급하다”고 언급했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같은날 ”금융당국은 삼성물산을 특별감리하고 검찰 조사에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문건을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삼성 내부문서를 통해 삼성물산의 합병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난 이상 증선위는 금감원에 삼성물산 감리에 즉시 착수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용범 증선위원장도 “증선위 결정으로 삼성바이오의 재무제표가 수정되고, 모회사인 삼성물산 재무제표도 변화가 생기게 된다”며 “면밀히 분석해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 필요성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건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감리 목적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관계만을 밝혀낸 금융위와는 달리 검찰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대한 수사도 진행할 수 있다.

실제 검찰은 참여연대 등의 요청으로 삼성바이오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배당해놓은 상태다. 이재용이 ‘삼성물산 합병’으로 가장 큰 이득을 봤고, 삼성 총수로서 미전실과 삼성물산을 관장했다는 점에서 결국 이 부회장의 분식회계 지시 여부를 파악하는 데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 과정에 따라 배임이나 주가조작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바이오가 상장폐지 되면 이재용의 경영권 방어도 위험에 빠진다

앞서 언급했듯 이재용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이른바 ‘순환출자구조’의 한 축을 살펴보면 이렇다. 이재용이 삼성물산을 지배하고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한다.

여권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시장가치 기준으로 보유자산의 3%까지만 보유하게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해 추진하고 있다. 현재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7.92%인데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 약 4.92%를 처분해야 한다. 이재용의 삼성전자 지배가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그간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의 지분(43.44%)을 처분해 삼성생명이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식을 매입하는 방안이 실행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만약 삼성바이오의 상장이 폐지되게 되면 삼성물산(이재용)의 입장에서는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식을 매입할 ‘실탄’이 사라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이재용의 경영권 방어에 빨간불이 켜진다.

다만 확률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수조원대 분식회계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받았던 대우조선해양이 상장폐지는 면한 사례 등을 들며 삼성바이오가 상장폐지될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김용범 증선위원장도 ”올해까지 총 16개 회사가 상장실질 심사 대상이 됐지만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상장폐지가 된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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