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8년 11월 09일 15시 28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11월 09일 15시 31분 KST

트럼프 정부가 불법 입국자들의 망명 신청을 모두 거부하려 한다

트럼프가 선거 전에 했던 말들은 '빈말'이 아니었다.

ASSOCIATED PRESS

미국 트럼프 정부가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어 들어온 미등록 이민자들의 망명 신청을 거부할 계획이라고 고위 관계자가 8일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계획에 대해서는 법적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이같은 조치는 법정에서 소송에 직면할 것이 확실시되며, 고국에서 생명과 안전에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미국법 및 국제법에 위배될 수 있다. 그러나 중미 지역에서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이민자들의 캐러밴 행렬, 남쪽 국경을 통해 들어오고 있는 기록적 숫자의 가족들, 여러 해 동안 불어나고 있는 망명 신청자들의 숫자가 불만스러운 트럼프 정부는 이번 조치를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둔 지난 주 망명을 제한하고 구금을 지시하는 조치를 통해 비합법 이민자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8일 법무부와 국토안보부는 대통령이 체류를 금지한 이민자들의 망명 신청을 금지하는 임시 규칙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추가 명령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렇게 되면 입국 시도 당시가 아니라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은 다음 망명 신청을 하는 것이 금지된다. 트럼프가 이번 조지로 정확히 어떤 사람들을 노릴지가 명확히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최근 트럼프는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의 이민자들을 비난해 왔다.

NICHOLAS KAMM via Getty Images

 

 

미국 법은 일부 제한 조건이 붙어있긴 하지만 물리적으로 미국에 있는 이민자들이 “지정된 입국 장소가 아니더라도 망명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민 인권 단체들은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사람들에게 망명 신청을 금지하는 것은 도를 넘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미국 법은 입국 장소든 아니든 망명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미국 시민적자유연맹의 이민인권 프로젝트 담당자 오마르 자드와트가 성명으로 밝혔다.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령으로 이를 우회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담당자들은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망명 정책 변경은 연방대법원이 효력을 인정했던 대통령의 ‘무슬림 입국 금지’ 행정명령과 마찬가지의 이유로 정당화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대통령은 특정 집단에 속하는 이민자들의 입국이 “미국의 국익에 해로울 수 있다”고 판단하면 이를 금지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우리의 망명 체계에는 우리 자원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장점이라곤 없는 외국인들의 망명 신청이 너무나 많아서 정말 망명 신청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에게 신속하게 망명 허가를 내줄 수가 없다.”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과 매튜 휘태커 법무장관 직무대행의 성명이다. “오늘 우리는 의회가 준 권한을 이용하여 대통령의 입국 유예령이나 망명 신청 자격 제한을 위반한 외국인들을 막으려 한다.”

하급 법원에서 이 정책이 가로막힌다 해도 브렛 캐버노가 새로 인준된 연방대법원에서는 결국 통과할 것이라고 트럼프 정부는 믿는다고 NBC 뉴스가 두 명의 공직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ALFREDO ESTRELLA via Getty Images
10월 중순 중앙아메리카 온두라스를 출발해 미국을 향하고 있는 이민자들의 '캐러밴 행렬'은 5500여명에 달한다. 사진은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 마련된 임시 캠프의 모습. 2018년 11월8일.

 

새 정책에 따르면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 망명 신청이 거부된 이민자는 ‘추방 보류’(withholding of removal)로 분류되어 강제 출국을 피할 수 있다. 이는 시민권을 받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며 취소될 수 있으며, 또는 유엔고문방지위원회의 보호를 받을 수도 있다. 이들은 국토안보부의 난민사유 검증 인터뷰(Credible and Reasonable Fear Interviews)를 거치게 되는데, 이는 망명 신청보다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된다. 이민자들의 강제 출국을 막는 ‘추방 보류’가 있고 고문방지위원회가 있으므로 이는 미국의 국제적 의무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말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미국 망명 신청을 어렵게 만들었다. 트럼프가 7일 해임한 제프 세션스 당시 법무장관은 지난 6월 이민법원 판사들에게 갱 혹은 가정내 폭력을 경력이 있는 이들에게 ‘전반적으로’ 망명을 불허하라고 지시했다. 국경 지역 이민 변호사들에 따르면 그로 인해 망명 신청 거부 건수가 크게 늘어났다.

2018년 회계년도에 이민법원이 망명을 허가한 비율은 최근 20년을 통틀어 최저였다고 버즈피드가 지난 주에 보도했다.

한편 이민 인권 활동가들은 그들이 ‘metering’이라고 부르는 방식을 동원해 트럼프 정부가 입국처에서 망명 신청을 할 수 있는 인원 수를 제한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제 망명 신청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입국처이다. 이미 면담을 위해 몇 주, 몇 달씩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으며, 멕시코의 보호소는 수용 인원을 초과한 상태이고 갱들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그로 인해 망명을 원하는 사람들 중에는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은 다음 도움을 받으려 하는 이들이 생기게 된다.

John Moore via Getty Images
미국 국경 순찰대는 미국-멕시코 국경 인근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주로 중앙아메리카 출신인 가족들의 정치적 망명 신청 건수는 2018년 크게 늘었다. 

 

비영리단체 ‘휴먼라이츠 퍼스트(Human Rights First)’의 엘레너 에이서는 현 정부가 “망명과 난민 보호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약화시켰다”고 말한다.

그는 성명에서 “공식 국경 통과소에서 불법적으로 난민들을 돌려보냈고, 그로 인해 절박한 이들은 위험하게 국경을 넘을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망명 신청은 범죄가 아니고, 국경을 넘었든 아니든간에 망명 신청은 사람들의 권리다.”

트럼프 정부는 공간의 제약과 법원 판결에 따른 어린이 구류 기간 제한 때문에 망명을 신청하는 가족과 어린이들을 곧바로 추방하거나 무기한 구금할 수 없음을 두고 고심을 거듭해왔다.

국토안보부는 8일 성명에서 인신매매자들과 활동가들이 이민자들에게 망명으로 인정받기 위해 ”마법의 말”을 쓰라는 조언을 받는다고 비난했다. 중미 이민자의 90% 가까이가 망명 심사의 첫 단계를 통과하지만, 최종적으로 보호를 받게 되는 비율은 9%에 불과하다고 국토안보부는 밝혔다.

트럼프는 아직 국경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이민자 캐러밴 행렬을 이유로 대며 최근 몇 주 동안 극단적인 조치를 취해왔다. 군대에는 이민 관련 체포 권한이 없는데도 관세국경보호청에 5000명 이상의 병력을 파견했다. 선거 전에 이는 신뢰 애국작전(Operation Faithful Patriot)이라 불렸다. 선거 다음 날 국방부는 아무 설명 없이 이 이름을 없애버렸다. (짐 매티스 국방 장관은 이 작전이 쇼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하원 과반수를 차지한 탓에 내년에는 대통령의 계획이 의회를 통과하기가 어려워지긴 하겠으나 앞으로도 불법 이민자와 가족들에 대한 추가 조치가 있을 수 있다. 트럼프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출생시민권 제도를 없애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말했다. 수정헌법14조에 따라,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는 부모의 이민 상태와 상관없이 미국 시민이 되지만, 트럼프는 그걸 없애고 싶어한다. 이 역시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현재 이민 체계의 수많은 잘못들을 하나의 조치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여러 가능성을 보고 있다.” 한 고위 공직자의 말이다.

 

* 허프포스트US의 Trump Takes Steps To Deny Asylum For Immigrants Who Cross Border Illegally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