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2018년 06월 09일 17시 58분 KST

"비정상 뿌리뽑지 않으면 공영방송은 없다"

KBS 양승동 사장, MBC 최승호 사장 인터뷰

동갑내기 ‘파업 동지’ KBS 양승동(왼쪽)과 MBC 최승호가 두 공영방송의 사장이 됐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9년 동안 언론을 통제하고 억눌렀다. 양승동, 최승호를 포함한 수많은 이들이 저항했고 시련을 겪었다. 그 투쟁과 시련의 끝에 사장 양승동과 사장 최승호가 서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공영방송 정상화’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두 사장은 어떤 공영방송을 꿈꾸고 있을까.

 

 

(문화방송) 최승호 사장과 (한국방송) 양승동 사장은 닮았다.(이하 호칭 생략) 1961년생(57살) 동갑인 두 사람은 80년대 후반(최승호 1986년, 양승동 1989년) 교양 피디로 방송국에 발을 들였다. 두 피디의 삶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크게 바뀐다. 정권은 공영방송을 자신들의 뜻대로 통제하려 했고 두 사람은 저항했다. 최승호는 ‘PD수첩’ 등으로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비판했다. 양승동은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사원행동)을 만들어 방송개입 시도와 싸웠다.

그 결과는 해고 당하거나(최승호) 정직 당하는(양승동) 것이었다. 같은 시기 그들의 동료들도 같은 시련을 겪었다. 징계와 검열이 이어졌다. 공영방송은 ‘정권의 하수인’이란 비난을 받았고, 많은 이들이 상처를 입었다. 이제 더 이상 국민들은 두 공영방송을 ‘한국인의 중심 채널’(KBS)로, ‘만나면 좋은 친구’(MBC)로 여기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두 사람은 또다시 같은 출발대에 섰다. 5년 만에 복직한 최승호는 2017년 12월8일 MBC의 22대 사장에 취임했다. 양승동은 2018년 4월9일 KBS의 23대 사장에 취임했다. 둘의 어깨엔 공영방송의 위상 회복과 정상화라는 짐이 주어졌다.

9년 동안 안팎으로 곪은 두 공영방송을 바로 세우는 과정이 쉬울 리 없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뜻’에 부응하며 이익을 누리던 세력의 저항도 거세다.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만든 ‘정상화위원회’(MBC)와 ‘진실과 미래 위원회’(KBS)를 향해 “또 다른 블랙리스트를 양산한다”(자유한국당) “불법 보복위원회다(KBS 공영노조)”라고 반발하기도 한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연희동 카페 아뜰리에안에서 최승호, 양승동 두 공영방송 사장을 만났다. 지난 9년 투쟁의 시간에 대한 소회는 뒷쪽으로 미루고, 현재진행형인 얘기부터 꺼냈다.

 

전국언론조동조합 MBC 본부와 KBS 본부는 2017년 9월4일부터 박근혜 정부 때 선임된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김장겸 MBC 사장, 이인호 KBS 이사장, 고대영 KBS 사장 퇴진 및 공영방송 정상화를 목적으로 파업을 벌였다. 당시 파업에 참가한 양승동 KBS 사장

 

그동안 얼마나 비정상이었으면

 

―최근 MBC 정상화위원회가 내놓는 결과를 두고 말들이 많다. “보복성 징계”라는 말도 들린다. 반발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최승호 “(소수 노조인) 제2노조나 제3노조에서 성명서를 내고 그 성명서를 일부 매체들이 보도하는 상황이다. ‘또 다른 블랙리스트’라는 말은 얼토당토않다. 감사국이나 정상화위원회에서 벌이는 조사는 과거에 저지른 비위에 초점이 맞춰 있다.”

 

―해고자가 10명까지 나왔는데?

최승호 “해고자 수가 많은 건 사실인데, 숫자가 많다는 이유로 ‘보복 징계’라고 ‘또 다른 블랙리스트’라고 비난하는 건 곤란하다. 해고자 10명을 보면, 외주 제작사를 상대로 한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한 경우가 4명, 갑질이 1명이고 횡령 1명, (자신의 사업체를 운영한) 영리행위 1명, ‘블랙리스트’(박근혜 정부 시절, 파업 참여 여부 등으로 MBC 직원 성향을 분류한 명단) 협조자 2명, 2012년 10월 안철수 당시 대선후보 논문 표절 의혹을 조작 보도한 기자 1명이다. 이들이 해고당한 이유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거나 특정 노소 소속이어서가 아니다. 과거 블랙리스트는 오로지 파업에 참여했는가, 1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소속인가 등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리스트에 오른 이들을 승진에서 누락시키고 인사에서 배제하고 스케이트장으로 보내버렸다. 정상화위가 진행 중인 징계와는 다른 차원이다.”

 

―김재철-김종국-안광한-김장겸 사장 시절 동안 채용된, 이른바 ‘시용기자’(김재철 사장 시절 뽑았던 1년 계약직 기자) 30여명을 포함한 경력 기자 120명이 있는데, 이들은 어떻게 되나?

최승호 “그들 중엔 현재 취재 업무를 하고 있는 이도 있고 취재부서에서 배제된 이도 있다. 과거 보도하는 과정에서 공정성·객관성 등의 문제가 있었을 수 있다고 보고 정상화위에서 조사 중인 이들도 있다. 조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다시 정상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의혹이 제기되면 우선 시청자와 차단하는 과정은 필요하다고 본다.”

 

―KBS 역시 ‘진실과 미래 위원회’ 출범이 순조롭지만은 않은 것 같다.

양승동 “‘정상화위원회’라는 이름이 좋은데 MBC가 먼저 써버렸다.(웃음) 진실과 미래 위원회는 지난 10년 동안 정치권력이 방송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내부 협조, 그 과정에서 발생한 대립과 갈등을 규명하는 기구가 될 것이다. 위원회에 조사 기능을 부여하는 것 때문에 ‘감사실의 감사기능을 침해한다’ ‘표적 감사다’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감사실은 일상적인 감사를 수행하는 기구라 성격이 다르다.”(KBS 진실과 미래 위원회는 인터뷰 닷새 뒤인 지난 5일 출범)

―정상화의 기본 원칙, 대전제는 무엇인가?

양승동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잘잘못을 가리고 진상을 규명하고 정리해야 한다.”

최승호 “MBC는 정상화위원회, KBS는 진실과 미래 위원회로 뉘앙스가 조금씩 다르다. MBC가 그 정도로 비정상이었음을 인정하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언론이 정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잘못된 일들을 너무 많이 저질렀다. 언론인의 기본적인 의무를 지키려 한 기자나 피디들이 탄압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불법이 자행됐다. 그런(비정상적인) 것들을 발본색원해야한다. 재발방지 원칙을 바로 세우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2005년 12월3일 최승호 당시 MBC ‘피디수첩’ 책임피디(CP)와 한학수 피디가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경영센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피디수첩은 2005년 11월22일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편을 통해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관련 연구 논문의 조작 의혹을 보도했다. 이후 황 교수 쪽에서 검증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자 이날 2차 검증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정아 기자

망가진 공영방송, 누구 탓일까

 

 ―5년만에 돌아온 MBC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최승호 “회사의 파워가 달라졌다. MBC가 한 의제에 대해 집중해서 보도하면 강력한 힘을 발휘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아마 그 정도의 의제설정 힘이 없을 것이다. KBS는 여전히 9시뉴스 시청률이 높지만 MBC는 많이 허약해져 있다. 시청자의 신뢰가 많이 떨어져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지상파 프리미엄’이라는 게 사라졌다. 그 원인이 오로지 9년의 ‘암흑기’ 탓만은 아니지 않나?

양승동 “2008년 전까지 KBS가 신뢰도나 영향력에서 압도적인 1위를 하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에도 ‘지상파의 위기가 온다’ ‘바뀌는 방송환경에 대응해야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랬는데 2008년 이후 정치적 투쟁이 격렬해지고, 조직 내 냉소적인 분위기가 퍼지면서 미디어 환경 변화에 전사적으로 대응을 못했다. 연관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최승호 “지상파, 공영방송들이 시대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는데, 원인 중 일부는 내부 구성원들의 게으름도 있을 것이다. 외부적으론 뉴스 소비행태도 바뀌었고 플랫폼도 다양해졌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영속적인 갈등 상태에 있었다는 사실이고, 그 이유는 결국 정치 권력의 통제 때문이었다. 한 의제에 회사의 에너지를 결합해서 집중하는 게 불가능했다. 우리 입장에선 올바른 방송을 위한 투쟁을 하느라, 밖에서 보면 (우리들끼리) 싸우느라.”

 

―콘텐츠 소비자들은 이제 공영방송을 특별하게 보지도 않고 공영방송에게만 공공성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어떤 노력을 해야할지 방향을 잡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최승호 “KBS와 MBC가 공영방송으로 지닌 가치는 지금도 여전하다. (제이티비시)나 (티비엔)은 KBS나 MBC 만큼 다큐멘터리나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않는다. 공영방송보다 훨씬 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은 드라마를 만들더라도 젊은층만을 겨냥하지 않고 노년층이나 가족드라마 등 다양한 시청층을 고려해야 한다. 국민을 통합하는 면에서 종편들과는 분명 차별성이 있다.”
양승동 “낮은 시청률 등으로 리모델링 요구가 나오는 프로그램들을 보면 ‘이런 걸 KBS에서 안 하면 누가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공영방송엔 ‘다양성을 보장하고 약자나 소수자를 배제하지 않고, 공동체가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다. 공영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우리의 과제다.”

 

―두 사람 모두 한 목소리로 정권의 방송 장악을 막기 위해선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떻게 바꿔야 할까?

양승동 “시민사회나 언론노조는 정치권에서 관행적으로 나눠 가진 이사 추천권을 시민들이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권에서만 이사를 선임하면 외압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현재 KBS 이사회는 여야가 7 대 4로 구성돼 있다. 사장 입장에서 무언가를 추진하려면 지금 구성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웃음) 하지만 그건 업무를 추진하는 사장의 입장인 것이고, 어떤 식으로든 중간지대, 전문가 그룹이나 시민사회 영역에서 들어오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승호 “정치권이 방송에 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7 대 6이든 6 대 5든 정치권에서 개입하면 싸우다가 볼 일 다 본다. ‘시민들도 정치적이지 않냐’고 반문하는데, 물론 시민도 보수냐 진보냐 하는 성향이 있겠지만 적어도 그것을 이해관계로 연결하진 않는다. 공영방송 사장을 뽑는 입장이 되면 이념성향과는 무관하게 누가 MBC를, KBS를 잘 꾸려갈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할 것이다. 적어도 사장을 하려는 사람이 정치권에 로비를 하거나 정치권이 원하는대로 보도하는 일은 사라지지 않을까.”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KBS 이사회의 임기는 모두 오는 8월 끝난다. 방송법(KBS)과 방송문화진흥회법(MBC)에서 규정한 이사는 각각 11명, 9명인데 정치권은 법적 근거 없이 관행적으로 각각 여야 7 대 4, 6 대 3으로 이사 추천권을 행사해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던 2016년 7월 방송사 이사 수를 13명으로 늘리고 여야 추천 비율을 7 대 6으로 하는 안을 당론으로 결정한 바 있다. 민주당은 최근 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국민들이 공영방송 사장을 뽑는 ‘국민추천제’와 이사회 구성에서 여야 추천 비율을 동수로 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제안에 대해 국민이 직접 공영방송의 사장을 뽑는다는 면에서 방송의 독립성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관행적으로 이어온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법으로 명문화한다는 이유로 언론단체, 방송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KBS 양승동 사장(왼쪽)과 MBC 최승호 사장이 지난 5월31일 서울 연희동 카페 아뜰리에안에서 만나 공영방송의 정상화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싸우는 게 특별한 게 아니었다”

 

―사장이 된 뒤 최근 함께하는 자리가 많을 것 같다. 친분이 있는 사인가?

최승호 “친하다는 게 뭐… 친한 편이다.(웃음) KBS와 MBC가 견원지간이었던 적도 있었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10년 동안 어려움을 겪으면서, 두 차례(2012년·2017년)의 큰 파업을 겪으면서 우리 둘 뿐만 아니라 두 회사 구성원들이 굉장히 가까워졌다.”

양승동 “(최 사장이) MBC에서 시사프로그램 만들 때부터 워낙 유명했으니까. 그러다 2006년~2008년 내가 피디협회장을 하면서 더 잘 알게 됐다.”
최승호 “양 사장이 2008년 사원행동 만들어서 탄압받을 때, 그 때 나도 한창 탄압받고 있었다.”(웃음)

 

―공영방송 사장의 일과가 궁금하다. 아침에 출근해서 제일 먼저 주요 프로그램 시청률을 확인하나?

양승동 “아무래도 시청자들이 뉴스와 프로그램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하다. 출근하면 심의보고서, 시청자일일상담서, 시청률표, 이런 게 책상 위에 깔려있다. 그날 주요 기사들도 체크한다.”

 

―최승호 사장은 최근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에 출연했는데, 어떤 계기로 나오게 됐나?

최승호 “사장 취임하기 전에 촬영했다. 이창동 감독이 대학(경북대) 선배이자 학교 연극반 선배다. 장난 삼아 ‘언제 영화에 한번 출연시켜달라’고 했었다. 갑자기 오라고 해서 갔더니 종수(유아인) 아버지 역할을 하라고 하시더라. 그 아버지가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분이다.(웃음) 해병대 출신이고 잭나이프를 수집하는, 그 정도로 분노심이 많은 분인데, 내가 그런 분노를 표출하는 역할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셨나보더라고.”(웃음)

 

―나이가 같고 교양피디 출신이란 사실 외에 같은 시기 정권의 방송 통제에 저항한 이력도 닮았다. 탄압을 감수하고 투쟁에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양승동 “1980년대 초반 사회적 정치적 억압과 모순을 경험하며 대학을 다녔다. 군대 다녀온 뒤 80년대 후반에 입사할 때쯤 민주화 분위기가 형성됐다. 방송 민주화도 진행이 됐고. 참여정부 시작되고 정연주 사장이 취임한 뒤 경영진이 제작에 간섭하거나 하는 일들이 사라졌다. 그런 경험들이 있었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선 뒤) 제작 자율성이 후퇴한다는 절박함과 좌절감이 컸다. 그래서 사원행동을 만들어서 이게 아니라고 목소리를 낸 것이다.”

최승호 “안 싸우는 게 이상한 거지, 싸웠다는 게 특별한 것 같진 않다. 6월항쟁 전까진 방송인들이 비겁했다. 전두환이 주던 거 받아먹고 ‘땡전뉴스’(제5공화국 시절 시계가 9시 땡하고 울리면 뉴스가 ‘전두환 대통령은…’ 하고 시작했던 것을 비꼰 표현)나 하고. 시민들이 6월항쟁으로 방송을 해방시켜 준 것이다. 나름대로 방송인들 스스로 반성을 하고 노조를 만들어 20년 넘게 좋은 방송 만들려고 해왔는데. 이걸 갑자기 막아버리는 상황이 오니 싸울 수밖에 없었다.”

 

―사장으로서 현재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양승동 “KBS 신뢰도를 올리는 것이다. 신뢰도를 올리려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고, 결국 제작비에 투자를 해야하는데, 현실적으로 재정이 넉넉치 않으니 그게 가장 어렵다. 과거 정연주 사장의 경우 적자를 낸 게 해임사유였다. 그러다 보니 이후 경영진들은 적자를 피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거나 무리하게 협찬을 끌여오거나 하는 일이 있었다. 그런 것들도 정상화해야 한다.”

최승호 “복귀하고 사장된 지 6개월 됐는데, 들어와서 보니 밖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MBC 상황이 어렵다.”

 

―MBC는 지난해 말 새출발을 선언한 뉴스데스크가, MBC 인턴 기자를 취재원인 것처럼 인터뷰하거나 제천 화재 현장 시시티브이(CCTV)를 보도하면서 “소방관이 우왕좌왕한다”고 보도해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노조는 “타성과 관성이 낳은 사고”라고 비판했는데.

최승호 “오랜 기간 취재부서에서 배제됐던 이들은 일을 못했고, 남아있던 사람들 역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됐다. 시대가 바뀌어 시민들은 더 정확하고 공정한 뉴스를 기대한다. 거기에 맞춰 우리도 진화해야 하는데 못했다. 기자의 전문성과 취재력, 동시에 취재윤리를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단련해나가는 경험이 부족했다. 그런 부분들이 뉴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드러난 게 아닐까 싶다.”

 

―취재 현장에 돌아온 기자들도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최승호 “왜 안 그렇겠나. 사장이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 같다.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그리고 필요하면 시스템을 고쳐주고, 인력을 보강해주는 것.”

KBS 양승동 사장은 2018년 4월9일, MBC 최승호 사장은 2017년 12월8일 취임식을 하고 임기를 시작했다. 두 사장의 임기는 양 사장은 오는 11월23일까지, 최 사장은 2020년 2월23일까지다. KBS 제공

 

‘좋은 공영방송’이란

 

―최근 MBC는 ’전지적 참견 시점, KBS는 ‘연예가 중계’에서 일베 때문에 홍역을 치렀다. 어떤 대책을 마련 중인가?

양승동 “일베 집단에선 자신들이 조작한 이미지를 방송사가 모르고 방송에 활용하는 과정을 일종의 게임처럼 생각한다고 하더라. 사실 그런 이미지가 방송에 나가도 우리 같은 사람들은 모르고 지나가는데 자기들이 방송사에 제보를 하기도 한다고 하더라. 방송 제작진이 대부분 시간에 쫓기고 주로 인터넷에서 용량이 큰 이미지를 찾는다는 상황을 알고, 그런 이미지를 조작해서 퍼뜨린다고 들었다. 내부적으로는 보도그래픽부에서 만든 이미지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포털에서 내려받아서 쓰지 못하게 했다.”

최승호 “MBC도 아예 포털에서 검색해서 쓰지 못하도록 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시점’은 지난달 5일 방송에서 ‘속보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이란 자막과 함께 세월호 참사 당시 MBC 뉴스특보 화면을 내보내 파문이 일었다. MBC는 조사에 착수해 지난달 15일 “참사 희생자들을 조롱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최 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구 한 사람의 고의적 행위가 아니라 MBC 제작 시스템, 제작진의 의식 전반의 문제를 드러낸 사태”라는 내용의 글을 썼다. MBC의 조사결과는 물론이고 최 사장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서도 “재미의 소재로 사용했다는 자체가 고의”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전참시’ 관련 내용을 묻고 싶었으나 최 사장은 “(전참시에 대해선) 당분간 말을 아끼려 한다”고 먼저 양해를 구했다.

 

 

 

―상투적인 질문으로 인터뷰를 끝내려 한다. ‘좋은 공영방송’이란 무엇인가?

양승동 “원론적인 이야기겠지만, 민주적 공론장 역할을 하고, 약자나 소수자를 배려하고, 동시에 고품질의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어서 상업방송이나 민영방송이 차용할 수 있게 하는 게 공영방송의 역할이지 않을까.”

최승호 “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팩트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천안함이 왜 침몰했는지,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를 판단하려면 기본적인 정보들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판단할 수 있는 근거, 공유할 수 있는 근거들을 제시하지 못한 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상태, 정치적인 소용돌이 상태가 계속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 공영방송이 가능할까?

최승호 “예전엔 ‘그거 방송에 나온 거야’라고, 방송에 나오면 인정해주는 그런 게 있었다. 그때처럼 될 수는 없겠지만 지금같은 뉴스의 혼돈 상태를 조금이라도 완화하려면 공영방송이 지금보다 더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양승동 “전제조건이 있다.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하려면 외부에서, 특히 정치권이 개입을 해선 안 된다. 내부적으로는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경영진과 직원들, 담당 부서장과 팀원들 사이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게 기본이 돼야 한다. 정치권에서 간섭하거나 프레임을 짜고 흔들지 않는다면, 시간을 주고 기다려 준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