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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사, MB청와대에 "VIP 비난 98% 대응지침 달라"

  • 강병진
  • 입력 2017.10.26 05:31
  • 수정 2017.10.26 05:39

군 사이버사령부가 군 내부 비밀전산망인 케이직스(KJCCS)를 통해 ‘이명박 청와대’에 인터넷 동향 보고는 물론 구체적인 ‘대응지침’까지 요청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청와대가 사이버사 ‘댓글공작’을 보고받고 묵인한 수준을 넘어 직접 지휘했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케이직스 문건 462건 가운데 40여건을 열람해 <한겨레>에 공개한 내용을 보면, 이태하 전 사이버사 530심리전단장은 대선을 두달 앞둔 2012년 10월 당시 논란이 됐던 차세대 전투기(FX) 특혜 시비와 관련한 청와대의 대응 지침을 요청했다. 이 전 단장은 전투기 기종 선정 문제가 대선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10조원 무기도입 사업 대선에 막히나’(2011년 10월26일치 <동아일보>) 기사 원문과 이 기사에 달린 “차기 정권에서 (선정)해야 신뢰가 간다” 등 비판적인 댓글 내용을 함께 보고했다. 또 “‘다음’ 댓글 234개, 정부·군 비난 95%” 등 상세한 인터넷 동향을 설명한 뒤, “대응 관련 지침을 주시면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530단장 이태하 배상”이라고 적었다. 이 전 단장이 청와대에 직접 대응 지침을 요청한 것으로, 사이버사 심리전단의 댓글공작이 청와대와의 유기적인 관계에서 이뤄졌다는 정황으로 해석된다.

문건에는 사이버사 ‘여론조작’의 구체적인 활동 방식과 결과도 담겨 있다. 사이버사가 2011년 6월 청와대에 보고한 ‘해병대, 민항기 경고 사격 관련 동향’ 문건을 보면, 당시 사이버사는 해병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자 “항로 이탈 민항기 잘못을 해병대 책임으로 몰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 “비행금지구역에서의 경고사격은 경계병의 기본 임무, 대국민 이해 유도” 등의 대응 조처를 마련했고, 포털 기사 9개에 달린 댓글 9942건 가운데 1847건에 대응을 했다. 사이버사는 “(대응 결과) △군 대응체계 비난 81%→61% 감소, 군 대응체계 옹호 15%→36% 증가 △해병대, 인천 착륙 민항기에 10분간 오인 사격(다음/조선) 군 비난 74%→56% △“항로이탈 없었다” 해병대 대응 적절했나 논란(다음/SBS) 군 비난 92%→65%” 등의 성과를 보고했다.

사이버사는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여론 동향에 대해선 수치를 꼼꼼히 작성해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7월24일 이 전 대통령이 측근 비리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한 직후, 사이버사는 국내외 언론·포털·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총망라해 여론동향 파악에 나섰다. 사이버사는 보고 문건에서 “총 46개 사이트, 기사 387건, 댓글 7899개→관심 폭증. 브이아이피(VIP·대통령) 비난 98%, 기타 2%”, “트위터 총 1만5854건. 브이아이피 비난 94%, 브이아이피 옹호 1%. 해외사이트 7개국 기사 154건, 댓글 7291개→중국 82%, 미·일 93% 이상 브이아이피 비판” 등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비난-옹호 동향을 상세하게 보고했다. 이어 “향후 북한·종북 세력은 브이아이피 친인척·측근 비리 및 실정을 집중 부각하여 반정부 선전 선동에 악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 2011년 ‘반값등록금 촛불집회’를 옹호하는 글을 인터넷에 게시한 경찰관 사례를 제시한 뒤 “(이 발언은) 대학 운동권, 좌파 세력 등에 의해 영웅시되고 있다”고 우려하며 “향후 관련 내용과 유사한 돌출행동이 군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군 간부 특별 정신교육이 요망된다”는 조처사항을 제안하기도 했다. 정성호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의해 인력 증원이 이뤄진 군 사이버사가 선거 개입뿐 아니라 정권 보위 활동을 한 것도 드러났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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