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장관에 이례적으로 여성인 강경화 UN 사무총장 정책특보를 지명한 파격에 가려지기는 했지만 21일 청와대 외교안보 사령탑인 국가안보실장에 처음으로 군 출신이 아닌 인사가 임명됐다는 것도 특기할 만한 인선이다.
국가안보실장이라는 직위는 박근혜정부 당시 신설된 직책으로 이때까지 군 장성이자 국방부 장관을 역임한 인사들(김장수, 김관진)만 임명돼 왔다. 새 안보실장의 인선이 발표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문재인정부는 일찌기 군 출신 인사는 배제한다는 원칙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지난 16일 연합뉴스의 보도 내용을 보면 그러한 원칙을 세운 배경에 대해 알 수 있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 "안보실장 후보군에서 군 출신은 들어내도 된다"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군 출신이 많이 들어와서 이렇게 만들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군 출신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너무 나간 얘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한 상황 대응은 어떻게든 할 수 있다"면서 "문제는 한미·한중·한일 관계가 다 중요하고 동북아 북핵까지 현안이 많은데 안보실장은 대통령의 생각을 잘 이해하고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5월 16일)
외교안보 문제를 군 출신에게 맡겨두기에는 외교적 측면들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는 21일 문 대통령이 인선을 발표할 때 했던 발언과도 직결된다:
문 대통령은 "과거 정부에서는 안보를 '국방'으로 협소하게 바라본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안보와 외교는 동전의 양면이라 본다"며 "북핵위기 상황에선 안보에서 외교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생각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지금처럼 북핵, 사드(THAAD), 경제가 하나로 얽힌 숙제를 풀려면 확고한 안보의식과 함께 외교적 능력이 있어야 해 정 실장이 적임자라 판단했다"... (허프포스트 5월 21일)
국가안보실장 인선에는 마지막 순간까지 정의용 실장과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경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겨레의 19일 보도를 보면 문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문정인 교수를 선호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참여정부에서 동북아위원장을 지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안보실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인선 과정에서 다른 고려 사항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 선거 캠프에 참여했던 전직 외교관 그룹인 ‘국민아그레망’을 이끌었던 정의용 전 대사가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소식통은 “지난 15일 문 대통령에게 정 전 대사를 안보실장에 임명하는 인선안이 보고됐지만, 문 대통령이 이를 반려하고 문정인 교수 인선안까지 포함해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안다”며 “이튿날(16일) 밤 청와대 관저에서 안보실장 인선 관련 회의가 다시 열렸지만 결론이 나지 못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겨레 5월 19일)
문제의 '다른 고려 사항'은 문 교수의 아들의 병역 문제에 관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중국적자였던 문 교수의 아들은 2005년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병역을 면제받은 것이 드러나 곤혹을 치른 적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신 문 교수를 통일외교안보특보에 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