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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거꾸로 가고 있다" : 청와대를 향한 조선일보의 반격이 다시 시작됐다

  • 허완
  • 입력 2016.08.30 09:58
  • 수정 2016.08.30 10:07
ⓒ조선일보

한동안 침묵하던 조선일보가 다시 '우병우 사태'에 뛰어들었다.

조선일보는 30일자 신문에서 자사 취재기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을 강하게 비판했다. 각종 논란에 휩싸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의혹과 '기밀 유출' 혐의로 고발된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동시에 수사하고 있는 검찰 특별수사팀은 전날 이 특별감찰관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조선일보 기자의 휴대폰을 압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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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이날 신문 1면에 꽤 큼지막한 글씨로 송희영 주필 보직 해임 소식을 알렸다. 송 주필은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로비 연루 의혹을 제기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에 의해 실명이 공개되자 전날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송 주필 해임 소식을 전하는 조선일보 기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바로 이 부분이다.

조선일보는 의혹이 불거진 상태에서는 해당 의혹이 해소되기까지 그 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회사의 방침에 따라 그의 사의를 받아들여 보직 해임했다. (조선일보 8월30일)

이 한 문장은 미묘하게 청와대와 우병우 수석을 겨누고 있다. 우병우 민정수석은 전혀 물러날 뜻이 없고, 청와대 역시 한결 같이 '의혹만으로는 사퇴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중이다.

이제 1면 톱기사를 살펴보자. 조선일보는 검찰 수사가 '흉내만 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 수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우 수석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은 압수 수색 대상에서 뺐다. 또 사실상 우 수석 처가 차명 땅으로 드러난 기흥CC 인근 부동산 관련 자료 확보를 위한 압수 수색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검찰이 수사의 공정성과 형평성 논란을 의식해 압수 수색에서 형식적인 균형을 맞춘 것처럼 했지만 실제로는 우 수석의 혐의를 입증할 핵심 장소들을 압수 수색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라며 "앞으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선일보 8월30일)

이어 자사 취재기자 휴대폰을 검찰이 압수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특별감찰관의 특별감찰관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참고인 신분인 취재기자의 휴대폰을 통째로 압수한 것도 이례적이다. 기자의 휴대폰에는 보호해야 할 취재 정보 등이 다수 포함돼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조선일보 기자의 휴대폰을 압수한 것은 우 수석에 대한 의혹을 제보한 취재원을 찾거나, 우 수석 관련 문제로 조선일보와 접촉한 내부 고발자 등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조선일보 8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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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3면에서 자사 기자의 통화 메모가 유출돼 '불법적으로' MBC로 흘러들어간 경위에 대해서는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보복 의혹'을 제기하는 데까지 나갔다.

이번에도 본지뿐만 아니라 다른 언론사 기자들 역시 특별감찰관 측 관계자들을 취재하고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유독 본지 기자의 전화 취재만 문제 삼은 것은 조선일보가 그간 우 수석 처가와 넥슨의 강남역 땅 거래 의혹 등을 집중 보도해 온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게 정치권과 법조계의 해석이다. 이명진 기자는 우 수석 처가의 강남 땅 거래 의혹을 처음 보도했던 기자다. (조선일보 8월30일)

사설 '기자 압수 수색은 禹 수석 처가 땅 보도에 대한 보복인가'에서는 대놓고 '언론탄압'을 거론했다.

권력이 싫어하는 보도를 한다고 취재기자를 압수 수색한 것은 언론을 적대시했던 좌파 정권에서도 없던 일이다. 이 사건은 권력과 언론의 관계에서 중대한 악례(惡例)로 두고두고 남을 것이다.

선진국에서 고위 공직자의 비위에 대한 기자의 정상적인 취재 통화를 문제 삼아 수사기관이 기자 휴대폰을 압수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선 대통령 비서의 땅 의혹을 보도했다고 언론이 수사당하고 있다. 나라의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 8월30일)

이날 신문에 드러난 조선일보의 의도는 꽤 분명하다. 송희영 주필을 깔끔하게 '털어버리고' 청와대와 다시 한 번 제대로 붙어보겠다는 것. 그동안 세간에는 우병우 수석 의혹을 처음 보도한 조선일보가 한동안 침묵을 지킨 기이한 상황에 대한 추측이 무성했다.

한국일보 이충재 논설위원은 지난 25일 칼럼에서 "특정 언론의 부패 여부를 우 수석 방탄용으로 삼으려는 청와대 행태도 한심하지만 부패 딱지를 받고도 대거리를 못하는 언론사 처지도 딱하다"며 이렇게 적은 적이 있다.

특히 미묘한 대목은 ‘부패’라는 표현이다. 거대 보수 언론을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한 것은 관습적 용어 구사라 해도 굳이 부패라는 수식어를 붙인 게 예사롭지 않다. 공교롭게도 대우조선해양 비리와 관련해 수사 불똥이 이 언론사 고위간부에까지 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 건뿐 아니라 해당 언론사의 직·간접적인 약점을 청와대가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청와대가 약점을 쥔 채 언론사를 협박하며 기 싸움을 벌이는 모양새가 볼썽사납다. (한국일보 칼럼, 8월25일)

이 칼럼이 쓰여질 때만 해도 해당 의혹은 물론, 송희영 주필의 실명은 드러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끝내 실명이 폭로되자 조선일보는 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의당은 29일 "오늘 물러난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대해 제기된 의혹은 지난 한달 동안 우병우 민정수석에게 쏟아진 의혹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며 "구차한 변명으로 버티고 있는 우병우 수석이 물러나야 할 이유가 더욱 분명해 졌다"는 논평을 냈다.

청와대는 30일 연합뉴스 기자와의 통화에서 송희영 전 주필이 "대우조선해양 고위층의 연임을 부탁하는 로비를 해왔다"며 재차 조선일보를 겨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송 전 주필의 호화 외유 의혹과 관련,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 송 전 주필의 오래된 유착관계가 드러났다"며 "그것을 보면 조선일보가 왜 그렇게 집요하게 우병우 민정수석 사퇴를 요구했는지 이제 납득이 가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면서 조선일보와의 유착관계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이를 저지하려 했던 것 아닌가"라며 "결국 조선일보의 우 수석 사퇴 요구 배경에 유착이나 비리를 덮으려 했던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8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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