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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27일 13시 12분 KST

가해자가 부담하기로 한 '불법촬영물 삭제비용', 한 건도 가해자에게 청구되지 않았다

가해자 정보를 요구할 법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뉴스1
서울 강남구 SRT 수서역 계단에 불법촬영은 범죄임을 경각시켜 주는 이미지가 래핑되어 있다.

성폭력방지법이 불법촬영물 삭제비용을 가해자가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정작 가해자에게 비용이 청구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기관에 가해자의 정보를 요청할 근거조항이 없어서다.

<한겨레>가 26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동작을)을 통해 입수한 여성가족부의 ‘불법영상물 삭제비용 가해자 청구 관련 답변서’를 보면,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가 만들어진 2018년 4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삭제된 불법영상물 21만6300여건 가운데 가해자에게 해당 비용을 청구한 건수는 0건이었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는 불법영상물 삭제를 전담하는 기관으로, 여가부 산하 한국여성진흥원이 운영하고 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이는 성폭력방지법(여가부 제출)이 2018년 ‘촬영물 등 삭제 지원에 소요되는 비용은 성폭력행위자가 부담한다’고 개정됐지만, 가해자 정보를 수사기관 등에 요청할 근거조항을 담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가해자 정보 청구 권한이 들어간 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개인정보보호 등의 반론이 제기돼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현재까지 불법영상물 삭제비용은 정부 예산에서 지출되고 있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의 한 해 예산은 약 17억6000만원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정보청구권을 포함한 법안을 다시 발의하는 등 다방면으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여가부가 수사기관으로부터 가해자에 대한 정보를 받을 수 없는 것이 걸림돌이라면 아예 청구 권한을 수사기관에 이양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범죄예방과 피해구제를 위해 가해자에게 비용을 책임지도록 한 것인 만큼 취지에 걸맞은 제도 운영 방안을 조속히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