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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3월 19일 18시 05분 KST

하일지 교수는 본인이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거듭 말하지만 사과할 뜻은 없다.”

뉴스1
하일지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19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미투’ 비하 관련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옆으로 재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하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각에서는 제게 타협을 권유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제가 지켜야 하는 것은 저의 소신이라고 판단했다"며 "오늘로 강단을 떠나 작가의 길로 되돌아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 교수는 지난 14일 강의 도중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의혹 피해자를 언급하면서 “피해자도 욕정을 갖고 있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데다 2년 전 학생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려 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폭로됐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사건 피해자와 ‘미투(#MeToo)운동’에 대한 비하발언 논란, 학부생 성추행 의혹이 잇따라 제기된 동덕여자대학교 하일지 교수(본명 임종주·62·문예창작과)가 19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교수직을 내려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동덕여대 재학생과 졸업생 수백여명은 기자회견 장소를 찾아 하 교수에게 수업 중 발언과 성추행 사실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하 교수는 수업을 들은 학생들과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한 학생에게 사과할 의사는 전혀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하 교수는 이날 오후 2시쯤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각에서는 제게 타협을 권유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제가 지켜야 하는 것은 저의 소신이라고 판단했다”며 ”오늘로서 강단을 떠나 작가의 길로 되돌아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최근 느닷없는 봉변을 당했다. ‘미투’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무례하고도 비이성적인 도발을 받게 된 것”이라며 ”강의의 몇 토막이 악의적으로 유출됐고 언론은 확인되지 않은 선정적 보도를 쏟아냈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평생을 두고 오직 문학의 길을 걸어온 저는 졸지에 대중 앞에서 인격살해를 당해야 했다”며 ”이제 문학교수로서의 제 자존심은 깊이 상처를 입었고, 인생의 한 부분을 바쳐 지켜온 제 강의는 학생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사과하거나 수업 중 발언을 철회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답했다. 하 교수는 곧이어 학생들 쪽을 향해 몸을 돌려 ”어쩌면 여러분이 부끄러운 것을 감추기 위해 내 사과가 필요한지도 모른다”며 ”이것은 정직하지 못하고 비지성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안에 대해 좀더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 내가 가르치는 과목은 사회학, 정치학 과목이 아닌 소설 과목이다”라며 ”소설에서는 때때로 자신의 이념과 다른 것들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추행 가해 의혹에 대해서 ”폭로자의 폭로와 진실 사이에는 갭(차이)이 있을 수 있고, 폭로할 때에는 취지가 순수하지 않을 수 있다”며 ”그것을 헤아리고 접근하는 것이 보다 상식적이라고 본다”고 부인하고 나섰다.

취재진이 가해 사실을 인정하냐는 질문을 수차례 던졌지만 하 교수는 자신이 성추행 피해자와 주고받은 이메일 전문을 취재진에게 배포하며 ”지금 돌리고 있는 보도자료를 참고하라”, ”알아서 판단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사건 발생 이후 피해자와 통화하던 중 ‘정신적으로나 무엇으로나 상처를 주었다면 나는 그것에 대한 벌을 달게 받으면 된다’고 이야기한 데 대해서는 ”책임을 질 일이 있으면 지면 된다”면서도 ”여러분들이 여기서 나를 강압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인간과 인간 사이의 내밀한 속에 인권의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 누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였는지도 따져 봐야 할 문제”라며 자신이 성추행 가해 사실 폭로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수업 중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 논란과 관련해서는 ”그날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것이 내 양심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수업시간에 한 발언이 학생들에게 사과할 것이 아닌데 (사과를) 강요하는 것은 억울하고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신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강단에 남아야 하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렇긴 하지만 불우하게도 교육자로서 지금은 불행감을 느낀다”며 ”학생들이 바라는 것은 (저를) 파면시키는 것인데 그러면 당하면 된다.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사과할 뜻은 없다”고 답했다.

동덕여대는 16일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앞으로 하 교수를 출석시킨 가운데 성윤리위원회를 진행해 그간의 논란에 대한 사실 확인에 나설 방침이다. 하 교수는 ”오늘 중 사직서를 제출할 것”이라며 ”총장이 위원회에 참석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면 절 호출할 것이고 절차에 따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견 장소에 모인 학생들은 하 교수의 발언 중간중간 ”사과하고 물러나라” ”절필하라”고 외치며 사퇴를 요구했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도중 하 교수가 학생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할 때면 곳곳에서 야유가 쏟아져나오기도 했다.

박종화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은 ”하 교수가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를 저지르고 자신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피해자’라고 말한 데 놀랐다”며 ”(학내 성폭력은) 위계에 의한 범죄인데 어떻게 교수가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우리 사회 성범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파면을 요구하고 있는데 (사직서를 제출하고) 스스로 물러나는 것은 책임지지 않는 것”이라며 ”성윤리위가 열린다고는 하지만 학생 의견이 수렴되지 않는 폐쇄적인 구조다. 학생들이 참여하는 인권센터 설립을 (학교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