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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실직한 미국 노동자들이 새로 찾은 풀타임 직업 : 트럼프 낙선 선거운동원

이민자가 다수인 실직 노동자들이 노조의 도움을 받아 주요 경합주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의 당선을 위해 뛰고 있다.

(위)  서비스직 노동조합 ‘유나이트 히어(Unite Here)’의 조합원인 노베르토 마리아노씨가 라스베이거스 인근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2020년 10월22일. Miranda Alam for HuffPost

 

노베르토 메니아노씨는 그의 인생이 전부 이번 미국 선거에 걸려있다고 느낀다. 올해 49세이며 현재 실직 상태인 식당 노동자인 그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면서 민주당 조 바이든과 카말라 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운동을 할 때면, 그는 자신의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한다.

필리핀 출신인 메니아노씨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비롯한 이민자들을 폄하하는 것을 몸서리를 친다. 게이 남성으로서, 그는 압도적인 보수 우위 성향으로 바뀐 연방대법원 하에서 성소수자 권리가 어디로 향할지 걱정이 많다. 또한 오바마 정부가 도입한 DACA(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정책 덕분에 강제추방 당하지 않고 보호를 받고 있는 남편을 둔 입장에서, 그는 사랑하는 남편이 쫓겨나지는 않을까 염려한다. ‘라스베이거스 스트립(화려한 야경으로 유명한 시내 중심가)’의 레스토랑에서 요리사로 일했지만 3월부터 실직 상태인 그는 지난해에 매입한 집을 잃게 될까봐 두렵다.

메니아노씨는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사연을 마저 다 소개하지도 못하고 문 앞에서 눈물을 흘릴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눈물이 마스크를 타고 흘러내리곤 한다.

″그들은 ‘이렇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해준다.” 2012년에 미국 시민권자가 된 메니아노씨가 말했다. ”그렇게 힘을 얻어서 집 10곳, 20곳을 더 돌게 된다.”

그는 올해 초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었고 아직 돌아가지 못한 수백만명의 노동자 중 하나다. 시간이 텅 비어있는 상황에서 그는 트럼프를 백악관에서 쫓아내는 데 기여하고자 풀타임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다. 그가 속한 노조 ‘유나이트히어(Unite Here)’는 조 바이든을 비롯한 민주당 후보들의 당선을 돕기 위해 가가호호 방문 선거운동(door-to-door canvassing)을 벌이는 실직 조합원들에게 시간당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노조 측은 1000명 넘는 조합원이 경합주 네 곳에서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바다, 애리조나,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주다. 메니아노씨와 마찬가지로 다수는 이민자들이거나 유색인종이다. 트럼프의 인종주의적이고 강경한 정책에 위협을 느낀 사람들이다. 이들은 트럼프 정부가 대응에 실패한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고통스러운 장기 실직의 기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노조 조합원 4명 중 3명 가량은 여전히 실직 상태다.

메니아노씨가 선거운동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메니아노씨가 선거운동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Miranda Alam for HuffPost

 

노조도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위원장 D. 테일러는 다른 노조 단체들과 비영리기구들의 후원 덕분에 이 선거운동 프로그램이 노조 역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 측은 후원자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그 중 하나는 바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다. 그는 노조의 플로리다주 선거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최근 100만달러(약 11억원)를 기부했다.

이렇게 자금이 몰리면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도 있고,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에너지와 분노를 정치적 행동(선거운동)에 활용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선거가 임박한 가운데 이들은 경합주들에서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을 돌며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선거운동을 집중하고 있다.

테일러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특히나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다급하게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자 출신 조합원들이 많은 데다가 코로나19로 생활이 완전히 무너져내렸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정말로 사람들에게 신경을 쓰고, 정직하고, 우리 조합원 같은 사람들을 월스트리트 금융가들보다 더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그가 말했다. ”우리가 이 팬데믹을 해결하지 않는 한 경제가 다시 회복될리는 만무하다.”

정부 공직자들은 여기로 내려와서 우리들처럼 하루만이라도 살아봐야 한다

 

상당수 미국인들이 코로나19 유행 초기 봉쇄조치 때 잃어버렸던 일자리로 되돌아갔지만, 스스로를 ‘장기 실직’ 상태로 여기는 사람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전국 실업률은 8%이지만 레저와 숙박 분야에서는 실업률이 19%에 달한다.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거나 손님을 줄여서 받고 있는 가운데 잃어버린 임금과 불투명한 미래는 오랫동안 노동자들을 괴롭힐 전망이다. ‘유나이트히어’에는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의 노동자들이 소속되어 있다. 호텔, 레스토랑, 엔터테인먼트 공연장 등이다.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곳들이다.

디즈니월드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은 무급휴직 상태에 있었는데 최근에서야 자신들의 신분이 ‘정리해고자‘로 바뀐 것을 알았다. 마디 포르테스씨도 그 중 하나였다. 올해 61세인 그는 플로리다주 올랜도 인근에 위치한 ‘매직킹덤’에서 일하며 관광객들을 맞이했다. 지금 그는 바이든 당선을 위한 전화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플로리다주 유권자들에게 전화를 돌려가며 트럼프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 침체를 훨씬 악화시켰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지는 거다. 우리는 정부로부터 그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다.” 해고되기 전까지 시간당 15달러를 벌었던 그가 말했다. ”디즈니의 임원들이나 정부 공직자들은 여기로 내려와서 우리들처럼 하루만이라도 살아봐야 한다.”

트럼프와 바이든은 플로리다주에서 접전을 펼치고 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서 약 1.2%p차로 승리해 29명의 대의원을 모두 가져갔다. 코로나19는 플로리다에 큰 타격을 입혔다. 정점을 찍었던 7월보다는 감소했지만 여전히 유행 초기보다 많은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선거운동에 나선 욜렛 래리어스씨가 유권자들의 자택 문을 두드리고 있다. 
선거운동에 나선 욜렛 래리어스씨가 유권자들의 자택 문을 두드리고 있다.  ⓒMaria Alejandra Cardona for HuffPost

 

낯선 사람과 이야기 하는 걸 꺼려하는 데다 코로나19 유행 때문에 이번 선거에 나선 상·하원의원 후보들 중에서는 자택 방문 선거운동을 주저하는 경우도 있다. ‘유나이트히어’는 전문가들과 함께 방역지침을 마련했다. 몇몇 민주당 후보들은 네바다주 같은 지역에서 자택 방문 선거운동을 자제하다가 선거에 임박해서야 뒤늦게 나서고 있다고 최근 LA타임스는 보도했다.

″솔직히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집마다 방문해 선거운동을 벌이는 건 우리 밖에 없었다.” ‘유나이트히어’의 테일러 위원장이 말했다.

마이애미에서 방문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욜렛 래리어스씨는 문을 잘 열어주지 않으려는 유권자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현관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몇 주째 선거운동을 벌이면서 여분 마스크를 들고 다녔다. 혹시 없는 사람이 있으면 주기 위해서다.

아이티 출신의 요리사인 래리어스씨는 지난 3월 마이애미에 위치한 직장 콜더카지노에서 해고됐다.

″주택 대출이랑 공과금을 내기 위해 저축했던 돈을 꺼내야만 했다.” 두 아이를 둔 싱글맘인 그가 말했다.

그는 카지노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었다고 했다. 그곳에서 27년이나 일했고, 오래 일한 직원들부터 재고용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조에서 선거운동에 대한 보수를 받고 있으므로 그는 선거가 끝난 다음에 직장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그에게는 특별한 동기가 있었다. 트럼프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아이티인 4만6000여명에게 주어진 보호 지위를 폐지하려고 했었고, 여러 차례 아이티를 ‘거지소굴’로 불렀다.

″나는 거지소굴 사람이 아니다.” 래리어스씨가 말했다. ”이 대통령이 4년 더 있게 되면 우리는 버텨낼 수 없을 거다. (트럼프의 재선을 막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 있는 이유다.”

하루 종일 가정 방문 선거운동을 벌인 뒤 래리어스씨는 보통 저녁 시간에는 전화로 선거운동을 한다. 연락처를 알게 된 유권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꼭 투표에 참여해달라고 신신당부하는 것이다.

찰스 패튼 주니어(36)씨는 필라델피아 공항 안 식당에서 7년 동안 요리사로 근무했다. 그는 3월에 해고됐고, 복직은 이뤄지지 않았다. 몇 개월 동안 그는 실업수당, 장애가 있는 모친을 파트타임으로 간병하면서 주 정부로부터 받은 수당 등으로 근근이 버텼다. 지금 그는 필라델피아에서 풀타임 선거운동원으로 일하는 중이다.

펜실베이니아주는 트럼프가 2016년에 당선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역)의 핵심 지역 중 하나다. 패튼씨는 유권자들에게 트럼프가 미국을 얼마나 분열시켰는지 강조하고, 코로나19로 22만명 넘는 미국인이 사망했으며 수백만명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트럼프는 (코로나19에) 올바르게 대응하지 않았다.” 그가 말했다.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지는 않았을 거다. 트윗질을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관심을 진짜 중요한 일에 쏟는 사람이 앉아있었다면 말이다.” 

이 대통령이 4년 더 있게 되면 우리는 버텨낼 수 없을 거다.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이 해고 노동자들의 상당수는 선거가 끝난 다음에 어떻게 생계를 이어가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다.

매기 어코스타씨는 경합주 중 하나인 애리조나주에서 선거운동원으로 일해왔다. 두 아이를 둔 싱글맘인 그는 하늘길이 막혀버린 지난 3월, 항공사 케이터링 일자리를 일었다. 그는 한동안 노조에서 실직 조합원들의 실업수당 청구 등을 돕는 일을 했다. 그러나 곧 그는 트럼프를 낙선시키기 위해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끌어내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어코스타씨는 트럼프가 6월에 피닉스의 한 교회에서 꽉 찬 청중들 앞에서 한 유세에 몹시 격분했다. 당시 다수의 참석자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가 코로나19를 별 것 아닌 일로 치부하고 방역당국의 지침을 무시해버린 게 선거운동에 나서게 된 큰 이유라고 말했다.

″그들이 (방역당국의) 권고를 듣고 따랐다면 우리가 이 모든 것들을 겪어내지 않아도 됐을 거라고 장담한다.” 그의 말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바이든은 애리조나에서 트럼프와 접전을 펼치고 있다. 또한 이 지역에서는 민주당의 상원 다수당 탈환 여부를 좌우할 중요한 레이스 중 하나가 열리고 있다. 우주비행사 출신인 민주당 마크 켈리 후보가 현직인 공화당 마사 맥샐리 상원의원에게 앞서고 있는 것이다. ‘유나이트히어’는 아마도 애리조나에서 가장 큰 규모일 300명의 조합원이 방문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래리어스씨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가든스에서 방문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래리어스씨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가든스에서 방문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Maria Alejandra Cardona for HuffPost

 

맨 처음 어코스타씨는 코로나19 시대에 남의 집 문을 두드리는 게 두려웠다. 그의 22살짜리 아들은 환기장치 설치기사로 일하다가 지난 6월 코로나19에 걸렸고, 두 사람 모두 자가격리를 해야만 했다. 어코스타씨는 코로나19에 훨씬 더 취약할 수 있는 기저질환도 있다고 했다.

″그런 생각도 했다. ‘나갔다가 감염되면 어떡하지?’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지금 이걸 안 하면, 그리고 트럼프가 재선되면?’” 어코스타씨가 말했다. ”차라리 나가서 사람들에게 말을 해주고 표를 끌어내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11월3일 선거가 끝난 이후에 월세와 자동차 할부금을 어떻게 내야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고 했다. 그가 일했던 케이터링 하청업체는 피닉스 사무소를 폐쇄했다. 비행기 여행이 재개된다고 해도 돌아갈 직장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는 다른 서비스직 실직 노동자들과 함께 일자리를 구하러 나서야 할 그 험난한 상황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과 만나 선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지금으로서는 그 모든 걱정거리를 잊게 만들어준다.

″이게 내겐 최고의 치료 요법이다.” 그가 말했다.

 

* 허프포스트US의 They Lost Their Jobs In The Pandemic. Now Defeating Trump Is Full-Time Work.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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